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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T(존 뮤어 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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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wilderness trail 누군가 이 험한 곳까지 들어와 수고하여 길을 냈다. 그 길을 통해 물건을 나르는 일을 하면서삶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 좁거나 혹은 돌이 굴러 떨어질 위험이 있어 노새가 앞으로 가질 못한다. 노새도 무섭기는 매한가지다. 저 길에서 노새들을 만났다면 그 누구라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냥 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만큼 좁은 길이다. 40여분을 노새를 세워놓고 두 몰이꾼이 바위를 치우고 길을 보수한다. 그래봐야 10여미터 남짓이지만 멀리서 그 광경을 쳐다본다. 가까이 온 행렬에 손을 흔들어 주고 안전을 기원한다. 이 길을 마쳤으니 그 다음 목표는 어디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PCT를 시작하면 좋겠다, 꼭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면 좋겠다.... 등등 하지만 이젠 좀 짧은 길들, 가서 한참을 멈추어 ..
Golden Staircase JMT를 걷다보면 남쪽방향으로 가는지, 아님 북쪽으로 가는지에 따라 똑같은 패스를 넘어도 힘든 정도가 다르다. 그러나 대개는 한번 쉬우면 다른 한번은 힘들기 마련이니 같은 처지다 싶어 서로의 안녕과 무사를 빌어주며 인사한다. Mather pass를 넘어 Palisades lake에서 자고 시작한 금요일 아침. 드디어 그 유명한 Golden Staircase에 첫 발을 내딛는다. 끝이 없는 것 같은 스위치백과 도대체 누가 이 돌들을 깔아서 그나마 길의 모양이라도 냈을까 싶은, 그래서 까딱 잘못하면 발목이 나갈것 같은 내리막길을 가는데 북쪽에서 올라오는 이들을 만난다. 대개는 그저 인사정도로 지나치지만 이 길은 다르다. 오르는 이들의 힘듦이 느껴지기에 조금만 힘내라고 하며, 혹은 꼭 물을 채우라고 인사하며 ..
언제 다시 볼런지 JMT와 다른 코스로 갈라지는 junction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싸인판. 얼굴은 존 뮤어이다. 이제 20초만 걸으면 배낭을 내려놓고 완주를 마치려는 순간 들꽃이 활짝 피어 마치 나의 완주를 축하해주는 듯 하여 행복했다.
순간들 Road End's junction에 있던 다리. 아침에 혼자 건너는데 얼마나 흔들리던지.. 왜 한번에 한 사람인지 확실하게 각인시켜 준 곳. 혼자 맞이하는 계곡길, 개울을 건너며 만난 들꽃, 그리고 물이 떨어져 혼자 정수하고 있는데 조용히 나타나 풀을 뜯던 사슴들. 맑고 그윽한 사슴눈망울이란 것을 서로 지긋이 바라보며 확인하던 시간들. 얼핏 스쳐지나갈 순간들을 "와, 무섭다. 이럴 줄 몰랐어... 너무 좋구나, 아름다워... 너는 풀을 먹고 나는 물을 정수하고 있어"라고 혼잣말을 하며 되뇌일 때 그것이 나의 기억속에 오래 남는 경험들을 JMT에서 하곤 한다.
아름답고 즐거운 순간 패스 정상에 오른 김목수가 주섬주섬 뭘 찾는다. 하이킹 바지를 찾는데 보이지 않는단다. 아무래도 저아래에서 고소로 누워 있을때 말리려고 벗어놓은 바지가 날아가 모양이란다. 그러더니 한국의 재래시장에서 산 듯한 소위 몸빼바지를 입고(잠옷이란다) 갑자기 작살낚시에 대하여 신이 나서 얘기를 시작한다. 아는 이들은 알지만 김 목수는 정말로 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3600미터의 산 정상에서 쏟아놓는 작살낚시와 활어회, 매운탕, K-bbq까지... 작가 김훈은[라면을 끓이며]에서 "맛은 우리가 그것을 입안에서 누리고 있을 때만 유효한 현실이다"라고 했지만 비록 지금 입안에 없어도 그것을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는 이런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어서 걸을 수 있고 배낭을 멜 수 있었다.
연약함 Pinchot pass를 넘어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했다. 기도를 하는데 자연스레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또 그럼에도 이 자리까지 안전하게 도우신 하나님의 은혜와 돌보심을 찬양하였다. Pinchot pass의 반대편에서 여기까지 오는 하루가 힘들었다. 계속 고도를 올려야 했고 고소가 지속되었다. **형제가 먼저 고개가 보이는 지점에 도착하더니 나보고 여기서 기다리라 했는데 그 말마저 헷갈려서 더 지나쳤다가 돌아올 만큼 기운이 빠졌다. 그나마 **형제가 출발하기전에 나와 토니 목사의 텐트를 져주겠다고 하는 바람에 그는 자그마치 텐트 3개를 지고오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던 중이었다.(모냥새빠지는 일이지만 자그마치 텐트를 져준다니 왠 횡재인가!) 아무런 의욕없이 쉬고 있는데 저멀리서 3사람이 보인다. 이런...
호의와 거절 금요일 일정의 종착지인 dusy basin에 이르니 하루종일 14마일을 걸었을 뿐 아니라 3천피트가 넘는 고도를 올려서인지 몸이 피곤하다. 잽싸게 텐트를 쳤는데 내일이면 일정이 끝난다 생각하니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끙끙거리며 오한이 난다. 친구인 토니 목사가 끓여다준 뜨거운 물을 마시니 좀 낫다. 힘들어도 뭐라도 먹어야 회복된다는 말이 맞기도 해서 억지로 Thai Curry를 몇 숟가락 떠 넣는다. 옆에 앉은 김 목수가 등도 문질러주고 하더니 내가 애처러워 보였는지 자신의 오리털 슬리핑 백을 가져와 내 등에 덮어주고 목덜미 부근까지 감싸준다. 순간 따뜻해지고 그 마음씀씀이에 고마워지려는 찰나, 코를 찌르는 냄새.... '이거 냄새 너무 심해요'라고 호의를 거절하니 옆에 앉은 토니 목사는 혼..
유혹 금요일은 그 악명높은 golden staircase를 내려와(북쪽에서 내려와 이 길을 올라가는 이들에게는 최악이다) 다시 Le Conte ranger station을 지나 공식적으로 JMT를 마치고 옆길로 벗어나 비숍패스 아래의 dusy basin까지 걸어야 하는 14마일의 일정이었다. 고급 오트밀 한 봉지, 평균 오트밀 2봉지, 그리고 좀 별로인 scramble egg skillet 한 봉지를 놓고 네 사람이 가위바위보를 했다. 내가 일등을 해서 고급 오트밀 한봉지를 먹고 먼저 출발했다. 반드시 dusy basin까지 가서 야영을 해야만 토요일에 일정대로 마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에 마음이 급했다. 혼자 걷는데 저 멀리 meadow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에 무지개송어가 펄쩍 뛰고 멀리서 보아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