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단상

나방과 걸음

yosehiker 2024. 6. 17. 09:41

새벽 2시 반, 너무 덥고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까지 더하여 잠자기는 글렀습니다. 이런 줄 알고 새벽에 출발하려 했던 거지요. 익숙한 텐트이고 이미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들어서 정리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헤드램프를 켜고 얼마지나지 않으니 나방들이 텐트로 달려들기 시작합니다. 손으로 그 녀석들을 헤치며 겨우 정리를 하고 깜깜한 산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불빛을 쫓아 나방들이 달려듭니다. 손으로 나방을 흩으려니 걸음걸이가 휘청거립니다. 잘 포장된 길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돌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한쪽은 낭떠러지이니 잘못하면 콜로라도 강으로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질 판입니다. 대충 손으로 휘저으며 더 중요한 것은 내 걸음에 집중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일입니다. 

살아간다는 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편하고 거추장스럽지만 그것에 너무 힘을 들이면 오히려 정작 보아야 할 돌뿌리를 보지 못해 무릎이 꺾이고 주저앉거나 다칠 수 있습니다. 죽을 정도가 아니면 나방정도쯤 하며 대충 휘휘저으며 내 걸음을 주목하여 보는 일에 더 마음을 써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