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이쿠야! 한 구절

맞바꿔도 좋을만한

by yosehiker 2024. 12. 11.

한강 작가의 2024 노벨 문학상 수상기념 강연의 한 부분입니다. 

그후 14년이 흘러 처음으로 시를, 그 이듬해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나는 ‘쓰는 사람’이 되었다. 다시 5년이 더 흐른 뒤에는 약 3년에 걸쳐 완성한 첫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시를 쓰는 일도, 단편소설을 쓰는 일도 좋아했지만-지금도 좋아한다- 장편소설을 쓰는 일에는 특별한 매혹이 있었다. 완성까지 아무리 짧아도 1년, 길게는 7년까지 걸리는 장편소설은 내 개인적 삶의 상당한 기간들과 맞바꿈된다. 바로 그 점이 나는 좋았다. 그렇게 맞바꿔도 좋다고 결심할 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 속으로 들어가 머물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 그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대답을 찾아낼 때가 아니라- 그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 그 소설을 시작하던 시점과 같은 사람일 수 없는, 그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변형된 나는 그 상태에서 다시 출발한다. 다음의 질문들이 사슬처럼, 또는 도미노처럼 포개어지고 이어지며 새로운 소설을 시작하게 된다.

"짧아도 1년, 길게는 7년까지 걸리는 장편소설은 내 개인적 삶의 상당한 기간들과 맞바꿈된다. 바로 그 점이 나는 좋았다. 그렇게 맞바꿔도 좋다고 결심할 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 속으로 들어가 머물 수 있다는 것이."

이 문장을 보며 그리스도임됨/제자됨이라는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그리스도인의 인생과 관련하여 나는 어떤 질문들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 질문들의 마지막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으며, 그래서 다시 걸어가는 걸음을 걷게하는 질문은 무엇인지 말입니다. 

 

 

'어이쿠야! 한 구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의 불편함  (0) 2023.08.12
사소한 것과 중요한 것  (0) 2023.08.07
부모와 학부모  (0) 2023.08.07
사랑과 버터  (0) 2023.08.07
발길이 뜸한 길  (0) 202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