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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히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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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의 대화는 늘 자극적이었다 지난 주말에 우종학 박사가 우리 교회에 와서 포럼을 가졌다. 2001년에 코스타 간사로 조인해서 당시 종학형제, 오승형제를 만났다. 1년에 두 번만나는 간사회의가 끝나고 나면 밤을 새워가며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교회, 기독교 세계관, 책, 캠퍼스 사역등등.. 당시는 30대 초반이라 먹성도 좋을때라 '폭식조'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늘 새벽이면 복나집을 나와 비행기를 타고 한번도 깨지 않고 서부까지 날아와 비행기가 활주로에 '쿵'하던 순간에 깨던 기억들이 아련하다. 그 당시 그들과 나누던 대화들이 진액이 되어 나를 만드는 활력이 되었다. 지난 주말 저녁 함께 식사하며 나누던 깊이있는 대화들이 20년도 훌쩍 넘은 그 순간의 데쟈뷰로 다가온다.
즐거운 대화 일의 전환기를 겪고 있어 쉬는 교우와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부모님, 세대간 차이, 카뮈, MZ세대, 오에 겐자부로에서 황석영과 조정래의 태백산맥, 30대의 바램과 소명, 이리저리 튀는 대화들속에 그간 잘 살아온 교우의 여정을 확인하며 앞으로도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다만 조금은 가볍게 살아가기를 기도해 주어야 겠다.
두부 어릴때 두부를 좋아하지 않았다. 두부뿐 아니라 묵도 싫어했다. 아마도 그 물컹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두부와 묵이 좋다. 어느틈에 이것들이 좋아졌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것들이 식탁에 오르면 손이 간다. 좋아하지 않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 그러니 좋아하지 않는 것을 너무 가까이하려 애쓰려 하지 말아야 한다. 억지로 가까이하려 하면 나도 모르게 정신깊이에 그것에 대한 거부감이 더 강하게 자리잡기 때문이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아쉽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옳고 선하고 모두가 칭찬하지만 여전히 가까워지지 않는 거리가 있다. 지나고 보면 그 사람의 진면목을(두부처럼) 발견하게 될 날이 오려니 지금 너무 애쓰지 말아야 한다. 기다려야 한다. ..
물러남 정치도, 단체도, 교회도 물러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곳이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발을 들여놓게(빼지 못하고) 되었다 말한다. 스스로 서지 못하고 여전히 도와달라 말하는 이들의 절박함과 본인의 어떤 생각이 합쳐져 그럴 것이다. 그 생각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또 타이밍의 문제일뿐 언젠가 우리 모두는 조용히 사라진다. 선과 악의 구별은 아니지만 분별과 어리석음의 잣대로 나의 인생, 관계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 하나님이 바라시는 것, 나의 욕망, 왜곡된 의로움... 가만히 하나님앞에 서서 자신을 점검하면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보인다.
환대와 그 밖의... 환대하지 않았는데 혹은 못했는데 과분한 환대를 받았고, 환대하였으나 홀대, 냉대로 되갚음을 받기도 하였다. 그만한 사정이 있겠지라고 애써 마음을 추스려도 속좁은 인간인지라 서운한 것도 사실이다. 두고두고 이런 자신에 관하여, 혹은 상대에 대하여, 인생과 만남들에 대하여 곱씹어 보며 더 좋은 사람되는 도구로 삼으리라.
마침 지난 8월 아내의 난소종양으로 시작된 치료일정이 어제로 마쳤다. 종양수술과 그 이후에 이어진 항암. 여섯번의 항암을 마치고 CT를 찍고 그 결과를 어제 들었다. 전이나 재발없이 이상무. 아내가 6차 항암을 마친 1월 중순은 우리가 미국에 온지 30년이 되는 때였다. 30년전, 20대의 우리는 미지의 세상으로 첫 발을 내딛였다. 이제 정확히 30년이 지나 50대 중반의 우리는 또다른 인생의 시기로 접어든다. 30년전 그때처럼 우리 앞에 어떤 삶이 펼쳐질지 모르나 확실한 한 가지는 지금은 더욱더 주님을 신뢰하고 그 나라를 소망한다는 것이다. 열흘 남짓이면 아내가 돌아오고 곧 봄이다. 새 싹의 기운이 기다려진다.
노간주 나무 노간주 나무는 영어로 Juniper tree이다. 유타나 아리조나의 사막이나 그랜드캐년에 가면 고고히 절벽을 지키고 서있는 모습들을 자주 보았다. 저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궁금했다. 나무 중간의 뿌리가 바위를 뚫고 내려가 물을 찾아 끌어올린다고 한다. 잠언을 묵상하는데 "대저 정직한 자는 땅에 거하며 완전한 자는 땅에 남아 있으리라. 악인은 땅에서 끊어지겠고"(2:21-22)라는 구절과 노간주 나무를 읽던 날이 겹치며 그 말씀안에 살아가는 믿음의 삶에 대하여 묵상하였다.
참 오랜만에 찾아온 길 작년 10월 중순에 한국에 갔으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길을 걷지 못했다. 오늘은 월요일이고 섭씨로 20도가 넘는 너무 화창한 날씨여서 늘 걷던 길을 걸었다. 당연히 변한 것이 없고 마주치는 사람들도 늘 보아왔던 사람들처럼 여겨졌다. 터닝 포인트에서 물 한 모금, 그리고 과일젤리를 하나먹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닳아버린 후라이팬을 버리고 새 것을 사러 나간 길에, 토마토와 올리브오일을 사서 저녁 샐러드로 준비하고.. 그래, 사다놓은 라비올리를 내가 좋아하는 보드카 토마토 소스에 대충 비비고 그렇게 반을 먹고 나머지 반은 내일을 위하여 따로 넣어 두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낸 일을 한국의 아내와 통화하며 칭찬(?)받고.. 원래는 열심히 책도 읽으려 했는데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