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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semite on my mind

해프돔(10월, 2014년)

1년에 요세미티를 3번 이상 간적이 있었다. 2000년대 중반즈음에 3년 연속으로 1년에 세번씩, 그것도 3달에 걸쳐 매달 간적이 있다.베이지역으로 이사온 후로 올해 벌 3번째 다녀왔다. 한번은 여유있게 다녀왔지만 두 번은 아주 짧은 일정이었다. 짧은 일정일 경우에는 대개 처음 가는 사람, 혹은 쉼이 필요한 사람과 함께 간단한 하이킹과 더불어 쉬다 오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얘기하려면 길지만 결론부터 말하려면 거의 24시간 조금 넘는 시간안에 해프돔 하이킹까지 시도하고 오는 일정이었다.


주일 예배후에 열심히 달려 도착하니 오후 5시가 넘었다. 요세미티 밸리는 일방통행이기 때문에 들어가면서 엘 캐피탄이 가장 잘 보이는 도로와 또 cathedral beach에서 대장바위(앨 캐피탄)를 구경했다. 망원경으로 보니 두 사람이 열심히 오르고 있다. 강가에서 사람을 배경으로 찍어보니 바위가 얼마나 큰지가 실감이 난다.


비록 5시간 가량밖에 잘 수 없는 텐트이지만 재빨리 셋업을 마치고 저녁을 스테이크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10시가 조금 넘는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3시반에 일어나 4시반에 해프돔 하이킹을 시작했다.


올해 해프돔을 케이블로 오를 수 있는 기간이 한 주만 남아서 퍼밋을 얻을 수 있을까 마음 졸였는데 다행히 4장 모두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좀 일찍 시작하나 싶었는데 머리에 헤드램프를 켜고 오르는 그룹이 여럿이다. 대부분 유럽 사람들이다. 빠른 사람들을 쫓아가려니 버날 폭포 꼭대기에 이르자 힘이 들어 좀 쉬었다.


여기부터 다시 힘을 얻어 오르는데 여간해서 앞서간 세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네바다 폭포를 오르는 깜깜한 길을 혼자 오르며 워키토키로 불러보는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 다행히 동이 터와서 망정이지 헤드램프의 전구마저 나갔다. 네바다 폭포 정상에 올라 기다리니 30여분이 지나서야 3사람이 올라온다. 앞서가던 그룹을 쫓아가다가 길을 좀 잘못 들었던 모양이다. 많이들 지쳐보인다. 나는 좀 쉬면서 힘이 나는데 형제 가운데 한 사람이 무릎이 좋지 않은 거 같다.

이번에 나의 목표는 이 세사람 모두를 해프돔 정상을 밟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여러번 올라서 정상이 그리 큰 매력은 아닌데 처음 가는 사람들에게는 그 해프돔이란 것이 뭔지… 특히나 베이지역에 살면서 요세미티 해프돔은 한번은 넘고 가야 할 산이다. 여기를 밟아보지 않고는 일단 얘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두 사람을 먼저 가게 하고 무릎을 다친 형제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무래도 내 경험상 내려가는게 맞지만 차마 그 말은 못하겠다. 얼마나 간절한지를 알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100미터 남겨두고 돌려보내야 하는 가이드들의 심정은 짐작도 못하겠다. 가는데까지 가 보자면서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악명이 자자한 서브돔 아래다. 여기까지 워낙 에너지도 많이 쓰고 돌계단과 반이상은 길조차 없고 높이와 경사때문에 여기서 포기하는 사람들도 꽤 된다.


이미 두 사람은 케이블에 매달린 것 같고 무릎을 다친 형제가 조금씩 가보겠다고 하여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온다. 도저히 못 가겠단다. 이제 내려갈 일이 걱정이지만 어쩌겠는가? 부축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속도는 현저히 늦다. 절뚝 거리지만 크게 나빠지지 않고 캠프장으로 어찌어찌 돌아오니 오후 5시 반이다. 자그마치 13시간을 걸었다. 형제는 꼼짝도 못하고 앉아있고 돌아가야 할 생각에 나는 텐트 두 동을 걷고 짐을 정리하고 있으려니 한 시간후에 나머지 두 사람이 돌아왔다. 얼굴이 너무 힘들어 보인다. 그들도 자그마치 14시간을 걸었다. 내심 걱정을 했는데 잘 돌아와 다행이다. 일단은 샤워를 하기로 하고 커리 빌리지로 가 뜨거운 물로 샤워하니 정신이 좀 난다. 커리 빌리지 피자가게에서 다들 깨끗해진 몸으로 피자를 한 입 물고 나니 “우리가 저기를 올라갔나요?”하며 해프돔 정상을 밟은 것을 서로 축하하였다. 해프돔과 그곳을 밟은 자랑스러운 두 얼굴이다.


잽싸게 기념품 가게에 들르고 출발했는데도 집에 돌아오니 새벽 1시가 넘었다.

해프돔을 오르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그것이 언제나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나 내가 오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사람들을 정상에 올리겠다고 생각하면 더더구나 쉽지 않다. 그들의 몸 컨디션도 보고 페이스도 조절해 주어야 하며 또 꼭 필요한 물건들은 챙겼는지, 그리고 오르면서 격려해야 할 때와 이정도 만족하자며 돌아서도록 해야 할 때를 잘 구분해야 한다.

차라리 나 혼자 오르는 것이 더 쉽게 여겨진다. 산에 오를때면 그것이 영적인 여정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며 깨달음들을 얻을때가 있은데 이번이 그랬다. 비록 나는 서브돔 밑에서 기다렸지만 두 사람이 정상에 오르고 한 사람은 아무런 탈없이 내려와서 그것으로 감사한다. 또 정상에 오른것 만큼 내려오는 것이 중요한데 가이드도 없이 잘 내려와서 그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늘 나만 이 역할을 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마치 바톤을 넘겨주어야 하는 것처럼 내가 아니더라도 정상으로, 여정으로 인도할 사람들을 훈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람을 발굴한 것 같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니 다음 번에는 중간까지는 같이 가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