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국립공원 & 트레일

그랜드 캐년, South Kaibob to Bright angel trail(5월, 2008년)

버지니아에 사는 찬수 형제가 1달 반전 즈음에 직장일로 너무 힘들다고 어디 산에 가실 계획이 없냐는 메일을 보내왔다. 산에 갈 계획이야 많지만 마음속에만 두고 있던 참에 이 때가 기회다 싶어 그랜드캐년에 가자고 했다. 사실 이런저런 손님 접대로 너무 많이 다녀와서 흔히 가는 관광코스는 흥미가 없고 South Rim에서 콜로라도 강까지 하루에 다녀오는 하이킹을 해 보기로 결정하고 준비를 했다. 
5월이면 이미 강바닥의 온도가 90도에 육박하기에 그랜드캐년 공원 홈페이지에서는 절대로 하루에 다녀올 계획은 세우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나도 가보지 않은 곳에 두 사람(찬수형제와 나중에 함께한 친구인 우섭형제)을 데리고 가려니 은근 걱정이다. 열심히 알아보고 공부하고 그러면서 준비를 했다.


5월 4일, 주일 예배를 마치고 저녁까지 먹고 느즈막히 엘에이를 출발 중간지점인 kingman부근까지 가서 하루 숙박을 하고 월요일 오전에 다시 출발, 점심이 조금 지나 그랜드캐년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부터 콜로라도 강까지 하이킹 할 계획이라고 하니 절대로 말린다. 은근 걱정이 되나 내색은 할 수 없고.... 다행인 것은 미리 날씨를 알아보니 우리가 하이킹 하려는 화요일의 Rim 온도가 최고 65도이고 강바닥이 약 85도 가량된다. 그리고 약 10%의 소나기 예보도 있으니 일단 구름이 낀다는 것.. 가장 최악의 적인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는다.


Mather campground에 짐을 풀고 텐트를 치고 우리가 시작하고 끝나는 트레일들을 점검하러 다녀오다. 시작은 South Kaibob trail에서 내려가기 시작해서 올라오는 건 Bright angel trail로 올라온다. 어렵사리 South Kaibob trail을 가니 사람들이 꽤 있다. 되는대로 붙잡고 물어보니 대부분 밑의 캠핑장에서 야영을 하고 올라오는 길이란다. 우리처럼 하루에 다녀오는 사람은 없다. 한 커플을 만났는데 3마일 지점의 skeleton point까지 다녀오는데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우리가 만난 시간인 5시 즈음에 돌아오고 있었다. 물론 사진찍고 그러느라 시간이 더 소요되었겠지만 만만치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 

다시 차를 타고 올라오는 트레일인 Bright angel trail head로 가다. 여기서 나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만든 한 그룹의 사람들을 만나다. 한 무리의 대학생이었는데 우리가 가려는 코스로 그대로 다녀왔는데 아침 8시에 시작해서 5시 30분즈음에 모두들 마쳤다(나중에 알았지만 정말 엄청난 체력의 소유자들이었다. 반 이상이 여자들이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가게에 들러 하이킹 도중에 먹을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육포, 다른 몇몇 가지를 구입하다. 시계의 알람을 4시 30분으로 맞추고 아내가 싸준 돼지 불고기와 김치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다.


계획은 4시 30분에 일어나 떡국을 먹고 6시에 트레일로 곧바로 가는 express shuttle bus를 타려는 계획이었다. 

흥분때문인지 계속 밤새 뒤척이다 시계를 보니 4시 20분.. 일어나 옷과 장비를 챙기기 시작(이미 챙겨 놓은 것들을 가지고 나오는 정도...) 나와서 랜턴에 불을 붙이고 물을 끓이고 떡국을 준비하다. 5시 30분이 일출이라는데 왜 이리 깜깜한 것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이유를 나중에 발견하다..


든든히 떡국을 끓여먹고 5시 30분즈음에 셔틀버스가 출발하는 Backcountry offce로 가서 차를 세우고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가니 몇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와 같이 버스를 기다리지만 모두들 밑의 Bright angel camp ground에서 야영할 사람들이다.

Trail head에 도착하니 6시 30분(실제로는 5시 30분이었는데 여기 아리조나가 day light saving을 하지 않는다는 걸 모르고 우리 마음대로 mountain time zone으로 생각하고 한 시간 빠르게 맞춘 것이었다). 트레일 입구에서 오늘 하루의 모든 일정을 안전하게, 즐겁게 다녀올 수 있게 해 달라고 함께 기도한 후에 하이킹을 시작하다.

South Kaibob trail은 콜로라도 강까지 내려갈 수 있는 트레일 중에 가장 거리가 짧은 반면 경사가 급하고 트레일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나와 있는데 실제로 그렇다. 내려가는 거리가 약 6.3 마일이고 트레일이 7200 피트, 강바닥의 다리의 고도가 2400 피트이다.

야영할 사람들이 짐이 많아, 그리고 나이도 많으신 분들이라 천천히 내려오는 사이에 우리는 정신없이 내려오다. 조금만 내려와도 위에서 보는 것과 사뭇 틀리다고 하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10-20분 간격으로 바뀌는 풍경들이 너무 아름답다. 더군다나 날씨가 흐려서 하이킹 하기에는 최상의 날씨다. 비만 오지 않고 하루종일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세 사람 모두 처음이라 경치도 즐기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빨리 밑에까지 내려가는 것을 목표로 하다보니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하여 3시간 30분만인 오전 9시에 Kaibob trail suspension bridge에 도착하다.



여유롭게 래프팅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Bright angel camp ground 부근으로 이동하여 화장실도 가고 물도 채우고 정말 맛이 없던 샌드위치를 꾸역꾸역 먹어 치우고 이런 저런 과일, 에너지 바도 먹어 치우다. 이 트레일 안내에서 계속 나오는 문구가 double your calrories, double your fun이다.. ^^


1시간 가량을 쉬고 Bright angel trail suspension bridge에서 다시 시작한 시간이 오전 10시. 좀 서둘렀던 이유는 이제부터 올라가야 하는 길이고 처음해보는 트레일이고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다리에서 부터 Indian Gardens까지는 거리가 3.3마일인데 elevation gain은 1400피트뿐이 안된다. Indian Gardens에서 부터 Rim까지는 4.6마일이지만 elevation gain이 자그마치 3000피트이기 때문에 체력안배에 주의해야 한다는 안내를 많이 읽었다.


중간에 찬수 형제와 우섭형제가 강에 들러 발도 담그고 하는 바람에 Indian Gardens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20분 가량이었다(여기서 우리의 시계가 잘못 되었다는 걸--2시 20분이 아니라 1시 20분이라는 것-- 알아차리고 시간에 여유가 있다는 생각으로 한 30분을 휴식하다. Havasupai 인디언들이 예전에는 옥수수 농사도 짓고 그랬다는 것이 믿겨질 정도로 강에서 부터 인디언 가든까지의 트레일은 대부분 그늘과 푸른 나무들, 흐르는 시냇물과 함께 하는 즐거운 트레일이다) 여기서 아무런 준비없이 내려온 젊은 한국 사람 남녀가 강바닥까지 가려 하기에 절대로 가지 말라고 경고를 주었다(사실 그 시간에 내려가기도 힘들뿐더러 절대로 올라 올 수도 없고 보아하니 장비가 전혀 없었다)


2시 무렵에 물을 채우고(여기서부터 정말 물이 맛이 없었다. 게토레이 가루를 가져왔었으면 하는 후회를 하기 시작하다. 하루종일 물을 마시다 보면 나중에는 토할 정도로 맛이 없을때도 있다) 3 Mile Rest House를 향하여 나가다. 여기서 부터는 힘도 좀 빠지고 해서 앞서가던 길을 찬수형제에게 앞서라고 하고 내 속도에 맞추어 나아가기 시작. 약 3시 10분 즈음에 도착해서 좀 쉬고 다시 1.5 Mile Rest House로 올라가기 시작하다. Rim에서 부터 여기까지는 장비없이도 내려올 수 있는 길이라 많은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1.5 마일 rest house부터는 터널 2개가 있어서 그걸 하나씩 지날때 마다 정상이 가까워 옴을 짐작할 수 있어 힘이 났다.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Bright Angel trail head에 올라서 시각이 오후 6시 30분.. 장장 13시간의 하이킹!! 그리도 해 보고 싶었던 그랜드캐년 하이킹을 마치니 기분이 날아갈 듯 하다.


캠프장으로 돌아와 샤워할 준비를 해서 샤워를 하고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그랜드캐년 앞 동네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저녁을 먹고(실제로 스테이크를 기다리면서 3 사람 다 너무 힘들어서 그냥 가서 자고 싶을 정도였다) 깊은 잠에 빠져 들다.

다음 날 8시에 출발하여 오후 5시 무렵 집에 도착... 찬수 형제와 우섭형제는 밤 비행기로 다시 디씨로 돌아가다.

'미국 국립공원 & 트레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Mt.Baden Powell(10월, 2008년)  (0) 2018.01.26
Mt. Baldy(9월, 2008년)  (0) 2018.01.26
Mt.Old Rag(4월, 2009년)  (0) 2018.01.25
Mt.Old Rag(3월, 2009년)  (0) 2018.01.25
Narrows, Zion NP(10월, 2007년)  (0) 2018.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