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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 교회 이야기

AI의 유혹

교회 초창기부터 2세들을 위하여 짧은 설교를 준비해서 전한다. 물론 영어로.. 이제 아이들이 커가니 내용과 표현에서 더 고심을 하게 된다. 단순한 번역 AI로는 DeepL이 최고다. 이전에 했던 아이들 설교를 DeepL에 넣고 양방향으로 번역을 해 보았다. 정말 탁월하다. 그러니 한국말로 설교를 쓰고 영어로 옮기고 싶은 유혹이 살짝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old-fashion style로 스스로 끙끙대며 매주 짧은 영어 설교를 준비하고 있다.(여담이지만 그냥 사무적인 이메일이나 공문서 등에는 DeepL을 적극 활용하시라) 

돈을 내고 구독하는 뉴스레터가 있다. 몇 가지 분야에 전문화된 뉴스레터인데 내용이 좋다. 거기서 뉴욕 타임즈의 에즈라 클라인의 인공지능에 관한 글을 옮겨 실었다. 무지무지무지 유용한 글이다. 

사회 전체가 속도와 효율성에 집착한 결과, 우리는 인간의 인지(認知)에 관해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나는 이를 "(영화) 매트릭스식 지식이론"이라 부른다. 우리는 그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머리에 잭을 꽂고, 이를 통해 책에 든 지식(혹은 영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쿵후 기술)을 단번에 다운로드해서 머리에 담고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비유를 사용하면 우리가 긴 시간에 걸쳐 책을 읽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책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책의 내용을 연결하고, 책이 아니었으면 하지 않았을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인지와 창작 과정을 지나치게 자동화하는 것이 수반하는 위험은 분명히 존재한다. 

요나서 성경공부를 위하여 미리 한 시간전에 커피샵에 앉아 성경이라는 책을 일고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얻게되는 아이디어들, 요즘 꽤 머리아픈(?) 책 하나를 읽고 있는데 거기서 얻는 생각들은 결코 LLM이 나에게 제공해 주지 못하는 것이라 확신한다. chatGPT를 이용한 설교활용같은 세미나들이 열리는 모양이다. 어떻게, 무엇을 나누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수고해야 하고 그 안에서 번뜩이는 영감/통찰의 아날로그를 무시하고 가로지르는 디지털이라면 노 땡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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