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책인데도, 이전같았더라면 금방 끝냈을 책인데도 한 달이 넘도록 붙잡고 있던 책이었다. 아마도 이 구절을 만나려고 그랬나 보다. 젊은 날의 프레드릭 뷔크너가 이제는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리고 그가 기대했던 대답과는 전혀 다른, 하지만 말그대로 '주목할만한 일상'을 남긴다면 꼭 남겼어야만 했던 한 마디, '당신을 갈 길이 멀어요.'
이제 중년의 시간을 넘어서고 있다. 아직 내가 살아온 인생, 나의 부모, 형제와 얽힌 인생들도 온전하게 풀어내지 못하고 헤매이고 있다. 그것이 나를 붙잡고 있다는 것을 막연하게 느낀다. 어쩌면 지금까지 보다 앞으로 더 '갈 길'이 멀지 모른다. 시간과 사건에서 말이다. 먼저 내 자신에게 이전의 시간들을 풀어 놓을 때, 앞으로의 길이 조금은 익숙한 길이 되지 않을까를 기대하게 하는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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