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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공원 & 트레일

Redwoods NP(9월, 2015년)

보통 여름에 휴가를 가는데 9월 중순에 갔으니 철지난 휴가가 된 셈이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꼭 어떤 계절에 가야하는 법은 없고 휴가를 제대로 누렸는가가 중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남가주에 살때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Redwoods national park입니다. 여기 베이지역에서도 북쪽으로 350마일은 올라가야 하는 곳이고 오레곤주의 경계선까지 40마일이면 가니 캘리포니아의 끝입니다. 비록 베이지역에서 Big Basin redwoods state park이나 Muir woods를 통해서 coastal redwood의 위용을 좀 맛보기는 했지만 그 진수를 맛보고 싶어서 그곳에서만 있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약 70마일에 걸쳐 있는 Redwoods national park은 prairie creek state park, Del Norte state park, & Jedediah Smith sate park의 세군데 주립공원과 함께 하는 조금 독특한 시스템이었지만 벌목으로 잘려나가는 레드우드를 보호하기 위한 주와 연방의 노력이었다고 하는군요.


이 세곳의 공원은 약 70마일에 걸쳐 남북으로 걸쳐 있는데 우리는 그 중간의 Klamath river부근의 Requa Inn이라고 하는 곳에 묵었습니다. 1914년에 세워진, 원래는 연어낚시를 하러오는 사람들을 위한 숙소였다네요. 지금도 연어철이라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낚시꾼들이 북적이더군요. 여기는 원래 Yurok Indian이라고 하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인디언 부족이 살았던 곳이고 지금도 약 6000명이 남아 있답니다.


일정은 무척이나 간단했습니다. 잠자고 일어나 하이킹하고 조금 일찍 들어와 씻고 책읽고, 비오던 날은 북쪽으로 운전대를 잡고 올라가 오레곤의 시골항구 구경하고 말로만 듣던 오레곤의 인심을 확인하고 마지막 날은 다시 하이킹하고....

 

인간이 세운 구조물이란 것이 얼마나 초라한지, 그리고 나무라는 큰 존재앞에서 우리는 커보일 필요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머무르면 된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왔습니다. 평균 600-800년의 나무들, 그리고 1500년 이상된 나무들 사이에서 우리는 그저 지금 가진 것들에 감사하면서 레드우드 나무가 그러하듯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의미있게 살다간다면 감사한 인생이라는 것을 나무속에서 되새기고 돌아온 휴가였습니다. 고대 켈트족 그리스도인들은 "막이 얇은 곳"(thin place)이 있다고 믿었답니다. 하늘과 땅이 가까워서 이 세상과 저 세상이 맞닿은 곳이고 조용히 있으면 하나님이 속삭이시는 소리가 들리는 그런 장소랍니다. 레드우드가 그런 장소들중의 한 곳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