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라는 나의 일은 성공보다는 실패를 맞닥뜨리는 순간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이라는 책제목이 많이 끌렸습니다. 바라던대로 쓰여지지 않는 글들과 곡들, 그러나 데드라인에 쫓겨서 무언가를 내놓아야 하는 작가나 음악가의 일들에 내 자신을 이입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나의 일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관계의 실패를 경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조의 글들에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뒤통수에도 무대가 있다', '돈이 1순위가 아닌 삶을 살기 위하여 1순위로 필요한 것이 돈이라는 역설', '고호는 자기 예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등등.....
그 중에서도 '중간 저자'로 살아가는 일에 대한 고백이 다가옵니다.
'홍제천 자전거 길 위에서는 어떤 "중간 저자"가 그 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죽어라 페달을 밟고 있었다.'
이 구절을 읽다보니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많은 책들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의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되면 그냥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거야."
중간에도 다다르지 못한다 하여도 비를 맞으며 열심히 페달을 밟는 일, 나의 그네를 밀어 올라간 만큼 느끼고 서서히 내려오는 일을 즐기며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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