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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H마트에서 울다

by yosehiker 2023. 8. 5.
멀리사는 아들은 집에 올때면 늘 엄마의 음식을 그리워 한다. 엄마의 된장국과 갈비, 김치전, 떡복이, 한국식 카레.. 백인친구들과 룸메이트를 하던 대학시절에는 함께 사는 집에 한국음식냄새가 나는 걸 부담스러워해서 냉동음식을 싸준다해도 거절하더니 대학을 졸업하고부터는 꼬박꼬박 엄마가 싸주는 불고기, 잡채, 돼지불고기, 돈까스를 가방 한가득 채워간다. 아들이 오기전에 장을 보고 음식준비를 하고 아들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엄마음식을 그리워하며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아내는 흐뭇해 한다. 그러고 나선 자기의 어릴 적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들려주는 엄마의 이야기에 즐거워하며 '그때는 왜 그랬지? 무슨 일이 있었지?'를 엄마에게 반복적으로 묻는다. 우리 집만의 모습이 아닌 많은 이민 가정들, 부모와 그 자녀들인 2세들의 모습이다.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젊은 나이의 딸이 아직은 젊은 나이의 엄마를 암으로 잃고 그 엄마를 기억하며 H mart에서 김치와 총각무를 사 김치를 담구고 깍두기를 만든다. 김치냉장고에서 나온 사진들, 한국식 찜질방. 모두 이 책의 저자, 그리고 우리가 경험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마음에 와 닿는다.
여전히 소통이 어려운, 그래서 서로 사랑하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위하여 헌신하며 음식을 만드는 그 엄마들과 여전히 그 음식에서 엄마의 한없는 사랑을 느끼는 자녀들이 각각 영어와 한국말로 번역된 이 책을 읽고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면 그들을 이어주는 또다른 음식의 역할을 하겠다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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