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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공원 & 트레일

White Mountain(5월, 2012년)

by yosehiker 2018. 2. 19.

메모리얼 연휴를 끼고 사역 일정이 잡혔었다. 연휴에는 꼼짝없이 강의때문에 어디를 움직이지 못하는 일정. 그래서 그전 이틀동안 세운 계획은 역시나 산이다. 운전해서 다녀와야 하는 길이라 이왕 운전하는 것, 좀더 하자는 심정으로 Northeast의 가장 유명한 산군인 White mountain으로 향했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로 가장 바람이 센 기록을 가지고 있는 Mt. Washington과 다른 산을 이틀동안에 올라보자는 야심찬 계획!

사실 여기는 Presidential traverse라고 하는, 미국의 대통령 이름들을 딴 산들을 능선을 따라 이동하는 코스가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시간관계상 하기가 어렵다.

캠프장이 있는 Franconia Notch state park의 Lafayette campground에 도착! 좀 사람이 있나 싶었는데 무서울만치 적막하고 조용하다. 뭐 이런 경험이 예전에도 있기에 어색하지는 않다. 잽싸게 텐트를 치고 주변을 둘러보다.

이 부근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Old man site이다. 우리에게는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Great stone face)로 알려져 있는 바위이다. 나다니엘 호손을 비롯하여 많은 문학가, 미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1805년에 발견된 바위인데 거의 200년 가량을 미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오다가 2003년 5월에 무너져 내렸단다. 추위와 바위사이로 스며든 물기때문이란다. 뉴 햄프셔의 자동차 plate 배경그림으로도 유명하다.



돌아와 싸가지고 간 밥, 고등어 통조림, 즉석 3분 미역국 등으로 식사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다.

이번 산행의 목표는 Mt. Washington이다. 그런데 Mt. Washington은 토요일 산행이다. 이 화이트 마운틴 산군에서 가장 높기도 하고 험하기도 해서 사실 컨디션을 잘 조절해야 하는데 그러면 하루를 그냥 보내야 한다. 근데 이 동네는 할게 별로 없는 곳이다. 오기 전부터 고민을 하다가 혼자라도 다른 산에 오르자고 결정을 하고 찍은 산이 Mt. Lafayette이다. 근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만만히 보았다. 사실 이 산은 그렇게 높지는 않다(높이는 5240피트/1597 미터). 실제로 올라야 하는 높이는 1200미터(3900 피트)이고 왕복거리는 8마일이다.

그런데........

너무 깔딱고개가 많다. ㅠㅠ 2.9마일 지점에 있는 Greenleaf 산장에 이르기까지 등산로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돌과 바위가 많아서 거의 바닥을 보고가야하는 산행이다. 고개는 아프고 5월이라 벌레들은 기승을 부리고 아침 일찍 출발하느라 씨리얼만 먹었더니 배도 고프다. 그래도 어찌해서 산장에 도착했는데 너무 조용하다. 산장에서 일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학생외에 2-3사람이 나처럼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쉬고 있다. 싸가지고 온 간식과 피넛버터 샌드위치를 먹으며 산장을 둘러보니 소박하다. 직접 음식을 해주고 또 간단한 옷과 간식도 판다. 흥미로운 것은 방명록을 1950년대 것부터 보관하고 있다.


시즌에는 하룻밤에 50불가량이면 저녁과 아침을 제공한다. 근데 꼭 시간에 맞춰와야 한다. 높은 산에 위치해 있어서 재래식 화장실가까이 있는 침실은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잠시 사용하는 나도 이런데 자는 건 힘들겠다. ^^) 뜨거운 물과 커피용액을 섞어서(이런 건 처음본다. 가루도 아니고..) 마시고 있자니 날씨가 급변한다. 구름끼고 빗방울 떨어지고.....


마지막 1.1마일은 바윗길을 올라야 하는데 살짝 걱정.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올라가야지. 바람이 거세진다. 잠바를 꺼내입고 'one step at a time'을 기억하며 오르니 정상! 바람때문에 오래 있지는 못하고 약 10분가량 있다가 하산을 시작한다. 보스톤 산악회에 따르면 가을에는 실제로 Mt. Washington보다 더 아름다운 단풍을 자랑하는 곳이 Mt. Lafayette라는데 내려오면서 보이는 산세가 그렇기도 하겠다 싶다. 하지만 본디 산행은 내려올때가 더 어렵고 힘들때가 많다. 이번 산행은 다른때와는 다른게 마지막에는 거의 다리가 풀려서 너무 고생을 했고 더군다나 동행이 없었기에 더 긴장을 하기도 해서 상대적으로 피곤함이 더했다. 그나저나 내일이 가장 중요한 산행인데 어떻하나?



이번 산행은 아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다. ㅎㅎ 아내의 허락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Happy wife, happy life!! 먹을 것을 챙겨주고 세심히 배려해준 아내에게 정말로 감사하다.

다음 날이 되었다. 다리가 근육통으로 죽을 것 같다. ㅠㅠ 이번 산행을 위하여 일부러 Hiking buddy가 디씨에서부터 올라왔다. 새벽같이 공항에 가서 픽업을 해서 다시 화이트 마운틴으로 와서 일단 아침을 맥도날드에서 든든히 먹었다. 아침 샌드위치에 쥬스에, 팬케잌까지.. 일단 탄수화물로 배를 잘 채워야 한다. 그러다 보니 Mt. Washington trail이 시작하는 Pinkham notch visitor center에 도착하니 거의 11시 30분이다. 빨리 장비를 챙기고 출발했는데도 12시 오분전. 우리가 선택한 트레일은 Tuckerman ravine trail. 가장 보편적인 트레일이다. 편도 4.3 마일에 고도는 4200피트(1300미터)를 올라야 한다. 근데 처음 2.4마일에 1800 피트를 오르고 나머지 2마일에 2500피트를 오르니 중간너머가 힘들다.

그리고 Mt. Washington(6288 피트/1917미터)은 한라산 정도의 높이인데 정상의 바람이 무섭다. 실제로 1934년에 시속 231마일(372킬로미터)의 바람이 불어 세계에서 가장 바람이 센 곳으로 악명이 높다. 세 곳의 기후대가 충돌해서 그렇단다. 그래서 높이에 비해서는 저체온증으로 죽는(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얼어죽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배낭에 windstopper 잠바와 장갑, 모자도 챙기고 비상약품과 헤드랜턴도 다시 점검한다.

10분을 걸었는데 도저히 동행과 걸음을 맞출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가는 곳까지 가고 돌아올테니 정상을 찍고 오라고 놓아(?) 주었다. 주저하였지만 계속 강권하니 바람의 속도로 사라진다. ㅋㅋㅋㅋㅋ 실제로 나중에 보니 무서운 속도로 정상을 다녀오더군.. 


그런데.......


약 30분을 걸으니 점점 근육통이 풀리더니 1시간쯤 걷고 나니 힘이 불끈불끈 생기기 시작한다. 천천히 걸어 Hermit lake shelter에 도착하니 2시간이 걸렸다. 여기서 15분동안 복숭아 깡통을 따 먹으며 고민을 했다. 정상으로 갈것인가, 아님 돌아갈 것인가? 실제로 내가 오르려던 Tuckerman ravine trail은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아서(실제로 사면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원래 스키장은 아니고 그냥 자기 스키 메고 올라와서 산의 경사면에서 타는거다) 무너질 위험이 있어서 close되었다. Lion Head trail이란 곳으로 우회해야 하는데 여기가 경사가 너무 심해 힘들다고 소문난 곳이다.


가는 곳까지만 가자고 마음을 먹고 Lion head trail에 들어서다. 결론은........

내 생전에 이렇게 가파른 트레일은 처음이다. 정말로 헉헉 거리며 오르는데 내려오는 어떤 유럽 부부. 등에 6-7개월된 아기를 메고 등반하고 내려온다. 더 힘든 것은 잠시도 서서 쉴 수가 없다. 서기만 하면 정말로 백여마리의 black fly가 달라 붙는데 죽을 지경이다.

2시간 반만 일찍 시작했어도 충분히 정상을 하고 내려올 수 있겠다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1 마일을 남겨놓고 lion head 바로 밑에 지점에서 돌아서다. 결론적으로는 잘 돌아선 것 같다. 산에서는 평지에서 보다 해가 일찍 지고 또 트레일의 경사가 심하고 상태가 좋지 않아 사고의 위험이 있었다. 이틀동안의 산행을 마치고 모텔방에서 오뚜기 기스면과 햇반으로 저녁을 먹고 시골동네 general store에서 시원한 음료수 한 병으로 일정을 마무리하다.


다음 날은 가까운 곳에 "Road less traveled" 를 쓴 로버트 프로스트 기념관이 있어 들러 보았다. 읽을때마다 잔잔한 여운과 감동을 주는 시의 저자가 활동한 곳, 그것도 큰 마음먹지 않고는 와보기 힘든 곳을 와보니 기특하다고 내 자신을 토닥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