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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 교회 이야기

애니 딜라드와 유진 피터슨

by yosehiker 2023. 8. 7.
유진 피터슨의 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름이 애니 딜라드이다. 그녀의 책, "자연의 지혜"(Pilgrim at Tinker Creek)은 지루하기 그지없다. 정말이지 조금씩 읽어도,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덮어도 괜찮은 책이다. 그만큼 지루하다. 지루하다라는 것은 인내가 있어야 끝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녀가 이 책을 쓰고 그것을 인용하여 유진 피터슨이 영성에 관한 책들을 내놓을때에도 바쁜 세상에 비하여 하나님을 쫓는 일은 지루하다고 여겨졌을 것이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세상은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애니 딜라드는 사향들쥐(muskrat)를 관찰하는 일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그것은 오랜동안 잠복해야 하고 그런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갑자기 애니 딜라드는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만난 모세의 이야기를 꺼내든다. '주님의 영광을 내게 보여 주십시오'라는 모세의 간절함은 사향들쥐를 보고자 하는 애니 딜라드의 마음과 닮았다.
"나의 영광이 지나갈 때... 네가 나의 등을 보게 될 것이다."
사향들쥐를 보는 일, 에스키모들이 순록을 찾아 긴 여행을 가는 일. 이 모든 일은 찰나의 일들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물리학에서 '불확정성의 원리'라고 했던가... "물리학자들은 자신들이 자연 그 자체를 연구할 수 없고, 자연에 대해 자신들이 연구한 것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338)
그렇다. 우리는 하나님에 대하여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우리가 경험한 하나님이 있을 뿐이다. 그 분이 계시하여 보여주신 하나님이 계실 뿐이다. "분명 신은 이 장소에 계시지만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잠복하는 것, 그 순간을 기다리는 것, 그것을 '영성'이라고 말한다. 유진 피터슨이 말한 '물총새에 불이 붙는 듯'한 순간이 어떤 말인지 조금 알 거 같다. 이제 왜 유진 피터슨이 그토록 애니 딜라드를 읽는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JMT의 어느날 저녁. 이런 순간을 위해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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