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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공원 & 트레일

Mt. Tallac(5월, 2014년)

짧은 1박 2일의 여정이었고 나를 포함해서 모두 3사람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출발했지만 거리가 250마일 가량이고 그 중에 산길이 있다보니 거의 6시나 되어서 도착했다. 무엇을 저녁으로 먹을까 고민들을 했는데 동행한 한 형제가 텍사스에서 공부를 해서 그런지 바베큐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래서 어중간한 식당에서 먹느니 마켓에서 고기를 사다가 캠프장에서 구워 먹잔다.


아주 간단히 준비해서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는데 지금까지 먹은 스테이크 가운데 손꼽히도록 맛있었다. 아주 고즈넉하고 연휴의 마지막이라 그런가 그런대로 조용한 편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일찍 일어나 간단한 떡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왕복 9마일 가량이고 정상의 높이는 약 9700 피트, 거의 3천 미터이다. 실제로 올라야 하는 거리는 3500피트(1000미터 조금 넘는..)를 올라야 한다.


처음에는 평이하다. 많이 준비를 못하고 온 나에게는 천천히 고도를 올리는 것이 마음편하다. 1시간 조금 걷고 나니 눈앞에 눈이 덮힌 경사면과 그 옆을 따라 올라가는 가파른 스위치백이 나온다. 힘겹게 올라가는데 동행중의 한 명은 약간은 겁이 나서 여기에서 멈추고 내려가겠단다. 이럴때는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힘겹게 능선에 올라서니 앞서 가던 인도 청년이 전에 자기가 와본적이 있는데 여기부터는 덜 힘들다고 한다. 또다시 트레일도 분명치 않고 아직 잔설이 무척 많이 남아 있는 길을 2시간 더 오르니 정상이다.


정상 부근은 좁고 눈이 쌓여 있다. 하지만 앞으로 보이는 타호 호수와 뒤로 보이는 설산의 전경은 일품이다. 사진찍고 점심먹고 하면서 약 30여분을 정상에 머물다 하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었다. 너덜지대로 접어들었는데 여기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며 주위를 살피고 넓게 보면서 겨우 다시 길을 찾았다.

다시 내려오는데 일행 중의 한명이 보이지 않는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기다리니 저 멀리서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하이킹 폴을 들어 흔드니 나를 보고 하이킹 폴을 흔든다. 나를 본것이 틀림없다. 눈이 덮힌 넓은 지대를 천천히 걸으며 앞에 가고 있는 백인 커플을 보니 저기는 너무 많이 간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지금 옆으로 가야 아까 올라왔던 경사면으로 내려갈 수 있다. 그래서 급하게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절벽 가까이 갔는데 여기가 아니다. 다시 산을 오르며 이쪽인가 싶었는데 여기도 아니다. ‘아, 분명 저기 경사면은 아닌데'하는 생각을 하며 나혼자 길을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물론 사람도 거의 없다. 순간 아찔해 진다. ‘이러다가 조난을 당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약간의 공포와 함께 몰려든다. 이럴때는 일단 가장 확실했던 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까 지났던 트레일 자국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앞뒤로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일행은 어디로 갔을까? 힘은 빠지는데 능선위의 바람은 너무 거세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는다. 백팩속의 호루라기를 찾는데 보이지 않고…

숲속으로 파란 티셔츠가 보인다. 사람이다. 큰 소리로 부르니 나를 쳐다본다. 그를 향해서 전력질주로 올라가는데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저 사람을 놓쳐서는 안된다. 나에게 뭐라고 하는데 들리지는 않고 가까이 가니 백인 아저씨인데 자기도 하산중이란다. 무릎에 이미 넘어져서 까지고 피가 흘러 ‘괜찮냐?’고 하니 괜찮단다. 둘이 어디로 내려가야 하는지 상의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주 날렵해 보이는 백인 청년이 나타난다. 이 산을 아주 잘 아는 청년이다. 그 청년을 따라 몇 십분을 내려오니 맨 처음에 내가 ‘저기는 아닌데'했던 그 능선 조금 못미쳐 우리가 내려가야 하는 경사면이 자리잡고 있었다. 멀리서 보며 판단했던 내 판단이 반은 맞았고 반은 틀린 셈이다.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든 법이다. 조난의 70%이상이 내려오는 길에 발생한다고 하지 않던가! 가파른 경사면을 내려와 일행은 먼저 도착했을까를 걱정하며 발길을 옮기는데 일행이 아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도 길을 잃어 헤매이다가 겨우 찾아 내려오는 길에 아까 만난 백인 청년이 ‘네 친구가 뒤에 오고 있다'고 해서 나를 기다리는 중이었단다. 하이킹 폴을 흔들고 서로 알아본 후 미리 발걸음을 옮기지 말고 기다렸어야 했다. 길을 잃어도 동행과 함께 라면 덜 무섭고 서로 상의하며 내려왔더라면 좀더 빨리 길을 찾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렇게 산은 깨달음을 준다. 서로의 실수와 또 안도감을 나누며 하산을 재촉하는데 탈진할 정도로 길다.

내려오니 아까 미리 내려간 동행이 기다리고 있다. 산이나 돌아오는 차안이나 동행이 없다면 참 힘들었을 것이다. 베이로 돌아오니 자정이다. 무사히 돌아오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함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