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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단상

가장 힘든 일

산을 다니다 보면 무엇이 힘드냐고 사람들이 묻는다. 특히나 백패킹을 하다보면 어려운 것이 없냐고 꼭 질문들을 한다. 힘든것이 참 많다. 아침저녁으로 텐트를 걷고 치는 일도 그렇고 밥 한번을 해먹거나 커피 한잔을 마시려고 해도 물을 정수하러 물가로 내려가 쭈그려 앉아 물을 걸르는 일도 힘들다. 더운 여름에 주로 백패킹을 하다보니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일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그런데 의외로 여름 백패킹에서 가장 힘든 것은 모기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고 검은 산모기는 습한 곳, 물기가 모여있는 곳, 호수나 물가를 지날라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사람을 괴롭게 한다. 저녁 무렵에 텐트를 치는 곳은 대개 물가인지라 아침 저녁으로 기승을 부리는 모기를 피해 텐트치고 밥해먹고 정리하고 하는 모든 일들이 곤혹스러울때가 참 많다. 


그럴때는 밥을 안먹어도 좋으니 그냥 모기없는 텐트속으로 들어가 그 녀석들을 피해 잠시라도 조용히 있고픈 마음뿐이다. 모기가 가장 힘들었다는 얘기를 쓰려니 예전에 뉴 햄프셔의 presidential range를 갔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도 그 유명하다는 Mt. Washington을 오르는데 나의 발길을 돌리게 한 것은 악명높은 black flies이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러나 실제로 마주치면 그 어느 것보다도 힘쎈(?) 위력을 떨치는 그 녀석들을 떠올리며 인간의 삶에 분명하게 보이지 않으나 현실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고집, 교만, 이기심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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