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 단상

Mule-나귀

나귀는 엄마 말(horse)와 아빠 당나귀(donkey)의 교배종이다. 말에 비하여 힘이 좋고 위험스러운 환경에서도 겁먹거나 흥분하지 않아서 산과 계곡에서 사람을 태우거나 짐을 싣고 나르는 일에 최적이라고 한다.
길이 좁아서 한 발자국만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그랜드캐년의 계곡을 오르내리는 길에 나같으면 그 나귀에게 몸을 맡기지 못할 것 같은데 이런 나귀의 습성과 훈련은 의외로 신뢰할만하다. 참고로 그랜드캐년의 나귀들은 내쉬빌의 나귀농장에서 40년넘게 공급하고 있다고 셔틀버스의 기사님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같은 곳에서 헬리콥터를 한 시간 운행하는데 드는 비용이 2천불이란다. 그럼에도 헬리콥터가 갈 수 없거나 물건을 내리기에 적합하지 않기에 비용으로나 모든 면에서 나귀로 지고 나르는 것이 훨씬 낫단다.
존뮤어 트레일을 걷다보면 이런 나귀들과 마주친다. 그들이 앞뒤로 걸으며 싸질러놓은 똥들은 비록 풀만 먹었다고 해도 그 신선한(?) 냄새는 아주 고역이다. 그런데 이 나귀들은 트레일을 벗어나지 않으니 오히려 나귀똥들이 질펀한 것은 내가 제대로 된 트레일을 걷고 있다는 반증이다.
인생과 목회 모두 더럽고 지저분한 것들은 피해가고 싶은 것이 사람마음이다. 하지만 그 더러움을 마주칠때마다, 한 발자국씩 그것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다음 걸음을 내딛을 때 나는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다는 것, 오늘 mule appreciation day에 배운 교훈이다.
 

'산행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례자  (0) 2023.08.06
친구  (0) 2023.08.06
누구나 한 번쯤음  (0) 2023.08.06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0) 2023.08.05
앞 사람의 먼지  (1) 202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