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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단상

순례자

순례자는 속도 자체의 속도대로, 즉 시간이 흐르는 속도대로 시간 속을 통과한다….시간과 지형이 함께 꾸미는 음모를 순례자는 당해 낼 재간이 없다(길위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219)
길위에서 배운 것중의 하나는 거리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늘 보는 것보다 더 멀어보이고, 더 높아보이고, 더 힘들어 보이는 산들은 딱 그만큼의 시간을 더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그 지형과 시간은 무릎꿇게 할 그 지점에 이르러서야 나를 놓아주고 비로소 쉼을 허락했다.
(자세히 보면 점처럼 보이는 이들이 사람이다. 부은 발을 물에 담그고 여전히 익을 기색이 없는 버섯 리조토를 꾸역꾸역 먹으며 이것을 삼켜야만 저 고개를 넘을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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