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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단상

Mule-나귀

by yosehiker 2023. 8. 6.
나귀는 엄마 말(horse)와 아빠 당나귀(donkey)의 교배종이다. 말에 비하여 힘이 좋고 위험스러운 환경에서도 겁먹거나 흥분하지 않아서 산과 계곡에서 사람을 태우거나 짐을 싣고 나르는 일에 최적이라고 한다.
길이 좁아서 한 발자국만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그랜드캐년의 계곡을 오르내리는 길에 나같으면 그 나귀에게 몸을 맡기지 못할 것 같은데 이런 나귀의 습성과 훈련은 의외로 신뢰할만하다. 참고로 그랜드캐년의 나귀들은 내쉬빌의 나귀농장에서 40년넘게 공급하고 있다고 셔틀버스의 기사님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같은 곳에서 헬리콥터를 한 시간 운행하는데 드는 비용이 2천불이란다. 그럼에도 헬리콥터가 갈 수 없거나 물건을 내리기에 적합하지 않기에 비용으로나 모든 면에서 나귀로 지고 나르는 것이 훨씬 낫단다.
존뮤어 트레일을 걷다보면 이런 나귀들과 마주친다. 그들이 앞뒤로 걸으며 싸질러놓은 똥들은 비록 풀만 먹었다고 해도 그 신선한(?) 냄새는 아주 고역이다. 그런데 이 나귀들은 트레일을 벗어나지 않으니 오히려 나귀똥들이 질펀한 것은 내가 제대로 된 트레일을 걷고 있다는 반증이다.
인생과 목회 모두 더럽고 지저분한 것들은 피해가고 싶은 것이 사람마음이다. 하지만 그 더러움을 마주칠때마다, 한 발자국씩 그것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다음 걸음을 내딛을 때 나는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다는 것, 오늘 mule appreciation day에 배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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