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에 그랜드캐년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하이킹을 마친후에 발톱을 보니 부어있고 퍼렇게 멍이 들었다. JMT를 비롯하여 많은 트레일을 다녔지만 발톱이 빠진적은 없었기에 가라앉겠지 싶었다. 더군다나 지난 몇 년간 내가 신은 하이킹 신발은 Altra인데 그건 나의 발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지켜주었기에 발톱이 빠지리라 의심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 발톱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내가 손으로 직접 뽑아야하나 고민할 만큼 상태가 좋질 않았다. 샤워할때도 조심하며 지켜 보았다. 그리고 거의 4달이 지났다. 그 사이에 죽어버린 발톱은 아래서 새로운 발톱의 살이 올라오며 위쪽으로 밀려와 내가 두 번이나 조심스레 깎아 주었다. 이제 한번 정도만 더 깎으면 죽은 발톱은 사라질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상처는 아물 것이다. 많이 아프더라도 단번에 도려내면 그만큼 빨리 회복되는 치유가 있을 것이다. 반대로 계속해서 그 상처를 어쩌지 못하고 바라보며 새 살이 돋아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두 번째의 경우를 택했다. 인생을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상처들을 치유하는 왕도는 없다. 세심하고 민감하게, 그러나 무시하지 않고, 보고싶지 않아도 들여다 보며 어루만져주고 소중히 다루다 보면 어느덧 새살이 돋아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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