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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지난 8월 아내의 난소종양으로 시작된 치료일정이 어제로 마쳤다. 종양수술과 그 이후에 이어진 항암. 여섯번의 항암을 마치고 CT를 찍고 그 결과를 어제 들었다. 전이나 재발없이 이상무. 아내가 6차 항암을 마친 1월 중순은 우리가 미국에 온지 30년이 되는 때였다. 30년전, 20대의 우리는 미지의 세상으로 첫 발을 내딛였다. 이제 정확히 30년이 지나 50대 중반의 우리는 또다른 인생의 시기로 접어든다. 30년전 그때처럼 우리 앞에 어떤 삶이 펼쳐질지 모르나 확실한 한 가지는 지금은 더욱더 주님을 신뢰하고 그 나라를 소망한다는 것이다. 열흘 남짓이면 아내가 돌아오고 곧 봄이다. 새 싹의 기운이 기다려진다.
노간주 나무 노간주 나무는 영어로 Juniper tree이다. 유타나 아리조나의 사막이나 그랜드캐년에 가면 고고히 절벽을 지키고 서있는 모습들을 자주 보았다. 저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궁금했다. 나무 중간의 뿌리가 바위를 뚫고 내려가 물을 찾아 끌어올린다고 한다. 잠언을 묵상하는데 "대저 정직한 자는 땅에 거하며 완전한 자는 땅에 남아 있으리라. 악인은 땅에서 끊어지겠고"(2:21-22)라는 구절과 노간주 나무를 읽던 날이 겹치며 그 말씀안에 살아가는 믿음의 삶에 대하여 묵상하였다.
시대를 읽다, 성경을 살다 포항제일교회에서 목회하시는 박영호 목사님의 책이다. 2019년에 코스타가 열리던 시카고에서 3Rs에 대한 통찰을 나눠주시며 인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이 책에 그때 대화했던 내용들이 오롯이 들어가 있다. 실력있는 신약학자이시면서 또 목회자로서의 양면이 스며 들어있는 책이다. 돌아가신 팀켈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사이의 미들웨어에 대한 중요성과 그것을 맨하탄에서의 목회에서 실제로 구현해 내셨는데 박영호 목사님의 이 책이 한국적 상황에서의 미들웨어의 아주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좋은 책은 또다른 상상을 가능케하는 책인데 이 책이 딱 그렇다. 이 지역의 CRC 한인 목사님들과의 peer-group에서 읽은 책이다.
바울과 은혜의 능력 '은혜'라는 주제로 감동적으로 읽었던 책들을 떠올려 보니 세 사람의 저자가 생각이 났다. 브레넌 매닝, 필립 얀시, 그리고 도널드 밀러. 그 중 최고는 늘 브레넌 매닝이었다. 존 바클레이는 학자인데 이미 [바울와 선물]이라는 아주 학문적인 책에서 '은혜'라는 주제를 다루었다고 한다. 이 책은 [바울과 선물]의 평이한, 그리고 요약된 버전이라고 하는데(그래서 누구나 편히 읽을 수 있다고 서문에 나와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무척무척 유익하다. 뭐라 이 책을 소개할까 생각하다보니 Academic version of 브레넌 매닝이라하면 좋겠다 싶다.
참 오랜만에 찾아온 길 작년 10월 중순에 한국에 갔으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길을 걷지 못했다. 오늘은 월요일이고 섭씨로 20도가 넘는 너무 화창한 날씨여서 늘 걷던 길을 걸었다. 당연히 변한 것이 없고 마주치는 사람들도 늘 보아왔던 사람들처럼 여겨졌다. 터닝 포인트에서 물 한 모금, 그리고 과일젤리를 하나먹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닳아버린 후라이팬을 버리고 새 것을 사러 나간 길에, 토마토와 올리브오일을 사서 저녁 샐러드로 준비하고.. 그래, 사다놓은 라비올리를 내가 좋아하는 보드카 토마토 소스에 대충 비비고 그렇게 반을 먹고 나머지 반은 내일을 위하여 따로 넣어 두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낸 일을 한국의 아내와 통화하며 칭찬(?)받고.. 원래는 열심히 책도 읽으려 했는데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Practicing the way 어제는 이 동네에서 열린 어떤 북투어에 참석했다. John Mark Comer라고 하는 목회자의 새로나온 시간-Practicing the way-의 싸인회 겸 강연회였는데 20불에 책도 주고 강연도 듣고, 간식도 주고.. 주중 저녁이고 비도 흩뿌리는 을씨년스러운 화요일밤이었는데 입추의 여지가 없이 티켓은 sold-out이었다. 이 저자는 포틀랜드에서 목회를 하다가 지금은 책이름과 동일한 영성훈련단체를 이끌고 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어제 참석한 이들의 절반이상이 20-30대초반인걸 보면 이렇게 효율성을 추구하는 실리콘밸리에서 무언가 다른 삶의 리듬을 만들어내고자 애쓰는 이들이 많구나 하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반가웠던 것은 '오' 목사님의 등장이었다. 우리 동네의 사람들이(..
올디스 타코 현재 한국에서 최고라는 타코집. 을지로 3가역의 예전 명보극장방면으로 나와야 있다. 오래된 인쇄소, 가게들이 몰려있는 곳에 자그맣게 자리잡고서 딱 시간이 되어야만 영업을 시작하는데 이미 그전부터 인산인해다. 맛은 약간의 한국적인 풍미를 곁들이기는 했으나 정통에 꽤 가깝다. 하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다. 이걸 먹고 있으니 루비오스의 피쉬타코, 킹타코의 예전 곱창타코, 아니 멕시코의 그 길거리의 천상의 맛을 보여주던, 가격도 무지 싸던 그 타코들이 기억난다. 역시 음식은 그 나라가 잘하는 것을 먹어야지..
칼뱅 올해는 마음먹고 책꽂이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벽돌책들을 읽으리라는 다짐으로 시작한 첫 번째 책. 무려 '칼뱅' 이미 지루하기로 명성이 높았던터라 가장 먼저 낙점을 받은 책. 이걸 읽어내면 다른 책들은 더 쉽겠지하는 마음으로.. 칼뱅 스스로가 개인적인 글이나 편지,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은것을 감안하자면 이런 책을 쓴 저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칼뱅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모든 이들을 칭찬한다. 루터도, 그리고 칼뱅도 교리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험한 세월을 보냈는데 까칠함이 본래의 성격인지, 아님 세월이 만든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의 시간을 통과한 것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 개혁의 시기에 쓰임받는 인물들의 성품은 어느 정도 일관되게 비슷하지만 동시에 그 이면에는 연약함이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