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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공원 & 트레일

High peak trail @ Pinnacle National Park

월요일에 한번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정작 월요일이 되니 요령이 생긴다. 오전을 아내와 보내다가 이러다가는 오늘도 안되겠다 싶어 점심먹고 나서 후딱 배낭을 챙겨 나섰다. 물 한병과 복숭아 두개. 

차에 기름을 넣다가 꽤 큰 싸이즈의 게토레이가 두병에 3불이라길래 냉큼 담았다. 결국 이 녀석들이 효자노릇을 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Pinnacle national park. 아마 가장 최근에 미국의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곳인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 실제로 가보면 '애개, 이런게 어떻게 국립공원이야?'할 그런 규모다. 물론 멋있기는 한데 국립공원급은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이 공원은 그 자체의 규모보다는 거기 살고 있는 녀석때문에 국립공원으로 승격이 된 것이라고 나는 거의 90% 믿는다. 어떤 녀석이 사냐면 소위 condor이라고 불리는 흰대머리 독수리. 그외 미국 대통령 문양에 등장하는.. 아주 희귀한 녀석인데 여기가 대표젹인 서식지이다. 아마도 그래서... 미국사람들 이상한데서 애국심 발휘하니까. 

Bear gulch day use area에 차를 세우니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다. 무려 기온은 96도. 내가 미쳤지.. 그 시간에 올라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나마 월요일이고 더워서 내려오는 2가족외에는 5.3마일의 트레일동안 반대쪽에서 올라온 젊은이들 서넛을 만났을 따름이다. 

트레일은 High peak trail. 그런데 힘들다~~~~~~~~~~ 일사와 열사가 동시에 온다. 트레일 입구에 지난 주말 이틀동안 각각 104도와 107도를 찍었단다. 조심하란 얘기지. 

오르막길에 그늘은 없고 숨차고 와~~ 죽을 거 같다. 계속 게토레이를 마셔대며 오른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그늘 한자락에 앉아 복숭아를 먹으며 좀 쉬니 기운이 나서 겨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거보다 훨씬 힘든 곳도 많이 올랐는데 운동을 쉬고 이 날씨, 이 시간에 오르니 모든 악재가 겹쳤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을 가지고 올랐다. 산에 오른다고 그 생각들이 사라지는 거 아니다. 며칠을 산속에서 걸어도 그 생각은 계속 나를 따라오고 괴롭힌다. 하지만 산은 오르다 보면 엉뚱한 묵상이 모든 생각의 찌꺼기들을 몰아내는 강력한 계곡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오늘도 그런 묵상의 도움을 경험하며 걸었다. 

내려오는 길은 해가 산뒤로 넘어가 그늘이 져서 걸을만 했다. 머리위에는 흰대머리는 아니지만 날개에 흰 점을 박은 1미터는 넘어보이는 독수리가 10여 마리 맴돌고 있고(쓰러지면 독수리 밥 된다), 초저녁이 되니 풀숲에서는 야생 토끼, 칠면조,.. 온갖 것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바짝 말라버린 관목들 뒤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날때마다 방울뱀인지, 아님 내 뒤를 조용히 따라오는 코요테는 없는지 수시로 뒤돌아 보며 파킹랏에 도착했다. 

물론 아무도 없고 남은 한 개의 복숭아를 베어물고 어둑어둑 넘어가는 해와 마주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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