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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T(존 뮤어 트레일)

호의와 거절

금요일 일정의 종착지인 dusy basin에 이르니 하루종일 14마일을 걸었을 뿐 아니라 3천피트가 넘는 고도를 올려서인지 몸이 피곤하다. 잽싸게 텐트를 쳤는데 내일이면 일정이 끝난다 생각하니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끙끙거리며 오한이 난다. 친구인 토니 목사가 끓여다준 뜨거운 물을 마시니 좀 낫다. 힘들어도 뭐라도 먹어야 회복된다는 말이 맞기도 해서 억지로 Thai Curry를 몇 숟가락 떠 넣는다. 옆에 앉은 김 목수가 등도 문질러주고 하더니 내가 애처러워 보였는지 자신의 오리털 슬리핑 백을 가져와 내 등에 덮어주고 목덜미 부근까지 감싸준다.
순간 따뜻해지고 그 마음씀씀이에 고마워지려는 찰나, 코를 찌르는 냄새....
'이거 냄새 너무 심해요'라고 호의를 거절하니 옆에 앉은 토니 목사는 혼자보기 아까운 장면이라며 이런 코미디가 없다고 웃겨죽는다.. 누군가 김 목수에게 호의로 빌려주신 좋은 오리털 슬리핑백인데 그냥 가져 오셨단다. 언제 빨았는지 모를 슬리핑 백이었던 거다.
호의도 거절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다.(아마도 사진속의 저 슬리핑백이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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