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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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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눈물 Muir Hut를 100미터쯤 남겨놓고 힘든 걸음을 옮기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추스려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을 훔쳤지만 몇 걸음 못 가 다시 쏟아진 눈물을 나도 어찌하지 못했다. 지난 며칠동안 걸어온 힘든 길이 마치 지금껏 걸어온 인생의 길같아서 쏟아진 눈물인지, 그토록 바랬던 Muir Hut를 바로 지척에 두고 '드디어 도착했구나'라는 기쁨의 눈물인지, 혹 '지금까지 잘 살았어'라고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는 눈물인지, 아님 나도 알지 못하는 내 안의 무언가가 '이때다'싶어 터져나온 흔적인지 알지 못한다. "자신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마다 가장 깊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뜻밖의 눈물일 때는 더 그렇다. 눈물에는 자신의 실체의 비밀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경우 하나님은 눈물을 통해 우리..
많은 이들의 수고 JMT를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세미티나 비숍, 어니언 밸리에 비하여 뮤어 랜치로 들어가는 Sierra national forest의 플로랜스 호수는 가는 길이 험난하다. 버밀리온 리조트로 가는 에디슨 호수와 더불어 마지막 40마일은 비포장의 돌길이다. 누군가 데려다줘야 하는데 롸이드를 찾기가 어렵다. 올해 첫 JMT 섹션 백패킹에서 아킬레스 건을 다치고 나니 결국에는 두번째 백패킹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와 동행하기로 한 이들은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포기했지만 롸이드를 해 주기로 하였다. 심지어 끝난후의 픽업까지. 쉽지 않았지만 그들이 누린 것을 간접적으로 들으며 보람을 느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뒤에서 보이지 않게 수고하는 이들의 섬김으로 유지된다. 로버트 라이시는..
앞으로 나아갈 힘 백패킹에서 중요한 것은 화장실이다. 아니 화장실 가기이다. 산속에서 화장실가기란 곤혹스러운 일이다. 물로부터도 떨어져야 하고 혹여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보여서도 안된다. 뒷처리도 잘해야 한다. 이번에는 아침마다 넘버 2가 무난했다. 불편하고 묵직한 상태로 그냥 출발하면 고갯길을 오르다 말고 배낭내려놓고 숲속으로 달려가야 할 일이 생긴다. 뒷쪽(?을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어렵다. 영적으로도 그렇다. 우리 속의 human waste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것은 어떤 모양으로든 나를 괴롭히고 나아갈 걸음을 뒤로 잡아당긴다. 새로 장만한 작은 삽과 휴지와 다년간의 경험이 점점 산에 적응하게 한다. ^^
왜 JMT를 할까? 지금까지 들고 나는 마일리지까지 합하니 대략 185마일의 JMT+를 걸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왜 그걸 하세요? 그것뿐 아니라 걷는 길들에 대한 동경이 있다. 나는 천성적으로 게으르다. 편안한 것을 좋아한다. 부지런하지 않다. 그런데 걷는 길들은 그 모든 것의 반대를 요구한다. 며칠동안의 걷기가 나의 천성을 순식간에 바꿔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걷다보면 나를 성찰하고 그 성찰이 작은 변화로 이어진다. 그래서 걷는다. 그래서 등짐을 진다.
신경을 꺼야 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외출이 제한되었지만 그나마 자주가는 동네 산은 열려 있어서 자주 찾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산에서도 예외가 아니라서 좁다 싶은 트레일들은 한 방향으로만 가도록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뒤에서 누가 빨리 오거나 하면 더 빨리 가야하는지, 아님 멈추고 그 사람(들)이 가도록 기다려야 하는지 고민한다. 어떤때는 그 고민이 몇 분 동안 이어진다. 산에서나마 자신에 대하여, 평소에 생각하지 못하던 것들에 대하여 묵상하면서 걸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앞뒤의 사람마저도 신경써야 하는 지경으로 바뀌었다. 일상이 이렇게 바뀌었고 이 일이 지난후에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더 변화할까가 무척 궁금하기도 한데 9/11이후의 변화처럼 거부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제만큼은 명확한 거 같다.
CCC(Civilian Conservation Corps) 미국의 대공황시절에 일자리가 없는 젊은 남자들을 위해서 생긴 국가 제공의 공공 사업으로 시작된 것으로 안다. 미국을 다니다 보면 높은 산, 사막, 계곡의 길과 돌계단들,... 정말이지 이걸 누가 만들었을까? 생각나게 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이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four mile 트레일을 오르다 이들을 만났다. 몇몇은 숙련된 이들이고 대부분은 처음 시작하는 젊은이들인지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올라갈때가 오전이라 내려오다 만난 그들은 점심을 먹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다니는 이 길들의 편안함이 그들의 수고로 만들어졌다 생각하니 더 미소로 인사하고 비싼 국립공원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 어디나 누군가의 희생과 수고가 없는 곳은 없다.
돌길에 균형잡기 산길은 늘 평평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울퉁불퉁한 길이 훨씬 더 많다. 돌까지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으면 한 걸음을 딛기가 조심스럽고 까딱 방심하면 발을 삐곤 한다. 동네 산에서야 어찌어찌 집에 오겠지만 산속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정말로 헬리콥터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걷다가 자칫 균형을 잃으면 온 몸이 흔들린다. 다시 중심을 잡는데는 모든 에너지가 그리고 집중을 해야만 가능하다. 리더쉽이란 것이 늘 평탄한 것만은 아니겠고 오히려 자그마한 돌맹이라도 밟을 확율이 훨씬 많은데 그럴때 균형잡기를 익히는 것, 빨리 원래의 자세로 돌아오는 것, 뭐하나 쉽지 않지만 가장 먼저는 그 돌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직선보다는 곡선이 아름답다 "직선보다는 곡선이 아름답다." 콜롬비아 리버 고지에 서서 문득 든 생각이다. 한 곳을 향해, 목표를 향해 쉼없이, 한눈팔지 않고 달려가는 직선의 삶도의미있지만 좀 돌아가더라도, 여기저기 부딪히며 더디 가더라도, 그러다가 잔잔한 물가에 뜻하지 않게 정주하게 되더라도그조차 아름답다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된다. 스스로 내가 한 말에 취해 있으니 아내가 정신차리라 한다. 직선의 아내이다. (Columbia River Gorge, women's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