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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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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과 작은 산 "큰" 산에는 왜 가는 것일까를 "작은" 산을 걸으며 생각해 보았다. 나의 경우에는 대략 4가지인것 같다. 먼저는 도전정신이다. 어떤 계기가 되어서건 그 산에 올라가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둘째는, 성취감이다. 오르면 분명한 성취감이 있다. 세번째는, 풍경이다. 멋진 풍경들을 보고 오면 뭣에 끌리듯이 그런 풍경을 찾아 나선다. 마지막은 자랑하고픈 마음이다. '나, 이런 산에 다녀온 사람이야'라고 드러내고 싶다. "작은" 산에는 "큰" 산에 가는 이유와 겹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뭐하나 내놓을 것이 없다는 말이다. 심지어 마주치는 사람들도 '큰' 산의 사람들과는 다르다. '큰'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큰 산을 걸을만한 나름의 내공들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 산이야 말그대로 아무나 다 온다. 어떤때는 산..
혼자는 얼마나 어려운가 저녁에 태우고 남은 장작 하나에 쌀쌀한 아침을 녹여보려고 불을 붙인다. 한개만 더 있었더도 좋으련만 하나에 불을 붙이려니 영 쉽지가 않다. 주변의 마른 낙엽들과 잔 가지들을 모아 애를 써 보지만 녹녹치가 않네. 사람이나 장작이나 홀로 타오르기는 어렵다. 그를 홀로 태우고 빛나게 하려고 사그라들어간 많은 작은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홀로 빛나고 있음을 그리 칭송할 일도 아니지 싶다 @ Pfeiffer Big Sur SP
가장 힘든 일 산을 다니다 보면 무엇이 힘드냐고 사람들이 묻는다. 특히나 백패킹을 하다보면 어려운 것이 없냐고 꼭 질문들을 한다. 힘든것이 참 많다. 아침저녁으로 텐트를 걷고 치는 일도 그렇고 밥 한번을 해먹거나 커피 한잔을 마시려고 해도 물을 정수하러 물가로 내려가 쭈그려 앉아 물을 걸르는 일도 힘들다. 더운 여름에 주로 백패킹을 하다보니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일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그런데 의외로 여름 백패킹에서 가장 힘든 것은 모기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고 검은 산모기는 습한 곳, 물기가 모여있는 곳, 호수나 물가를 지날라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사람을 괴롭게 한다. 저녁 무렵에 텐트를 치는 곳은 대개 물가인지라 아침 저녁으로 기승을 부리는 모기를 피해 텐트치고 밥해먹고 정리하고 하는 모든 일들이 곤혹스러..
큰 벽 아래에 서서.. 지난 10월의 요세미티 방문때 아는 형제가 찍어준 사진입니다. 뒤에 보이는 것이 그 유명한 '엘 캐피탄'입니다. 대장바위라는 뜻이죠. 요세미티에서는 물론 해프돔이 가장 유명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엘 캐피탄이 요세미티 보다도 더 대단할 겁니다.그 어떤 "이들"은 바로 Rock climber들입니다.미국은 유럽에 비해 암벽등반의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을 순식간에 단축한 것에는 이 '엘캡'이 기여한 공로가 큽니다. 한 덩어리의 화강암 바위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높이는 1000미터입니다. 얼마전에 축구장크기의 바위조각이 떨어져서 사고가 난 곳도 이곳이지만 정작 이 아래에 서면 그 축구장 크기란 것이 전체에 비하면 얼마나 작은지가 실감이 납니다. 저희가 갔던 날도 몇 팀이 바위에 붙어있는 것이 보..
지도(Map) JMT를 종주하는 거의 모든 이들이 사용하는 Tom harrison 지도이다. 종이처럼 보이지만 종이와 같은 플라스틱이라 물에 젖어도 괜찮고 찢어지지도 않는다. JMT뿐 아니라 여러곳의 지도가 판매중이고 참 신뢰할만한 지도이다. 지도가 20불이라 한두번 가는 이에게 구입하라고 하기는 뭐해서 그냥 내 것을 가지고 가는데 작년이나 올해 모두 길을 잃은 동행이 생겼을 경우 난감해 진다. 그 비싼(?) 지도의 한 페이지를 florence lake입구 표지판 아래에 남겼다. 지도 한장보다는 동행한 이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내년에 다시 그 길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지도는 일년이 지나는 동안 당연히 사라졌겠지만 그 지도의 뒷면에 칼로 파서 이름과 방향을 남기고 돌아섰던 그 때의 기억이 선명할 것 같다. ..
아무도 보는 이 없을때 자, 이제 다 끝났다 하고 안심했던 마지막 날 동행과 헤어졌다. 호수는 말라서 페리 운행은 끊어졌고 나는 추가로 5마일을 더 걸어야 했다. 물병속에 물은 1/4 가량이고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동행에 대한 걱정과 더위, 목마름으로 욕이 나오기 시작한다. "에이 씨" 정도에서 멈췄으니 다행이다.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가 절로 떠오른다.
껍데기만 남아. 속은 이미 무너지고 넘어졌는데 껍데기만 남아 아무런 일도 없는 듯 서 있다. 몇 걸음만 옮겨보면 금방 탄로날 일인데 저렇게 뻔뻔하게 서 있다. 나무도, 사람도 그렇고 나도 그럴 수 있다.
산에 가면 어떤 길이 편할까?일단 오르막 길은 힘들다. 그건 누구나 공감한다. 그렇다고 내리막길이 편할까? 산행을 해본 이들은 알겠지만 내리막길도 편하지 않다. 오히려 위험하기로는 오르막보다 더 하다. 히말라야의 사고도 70%이상이 내리막길에서 발생한다고 하지 않나?모든 패스를 넘고 내려오는 길은 정도 차이가 있을 지언정 힘들다. 이번에도 seldon pass를 넘고 나서 거의 4마일은 고도차이가 많이 없다가 마지막 2마일에 2000피터 이상을 내려오느라 무릎이 무척 아팠다.가장 편한 길은 역시나 평평하고 부드러운 길이다. 산속에서 그 길을 걷고 있자면 그리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나이가 갈수록 평평한 길을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