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99 불편한 편의점 모든 것은 편의점 사장인 염영숙 여사의 선의로 시작되었다. 늙고 은퇴한, 자그마한 여인이지만 한 인간의 호의는 의외로 큰 힘이 있다. 2023. 8. 5. 다시 보이는 그림 흔히 미술책에 나오는 그림이라 여겨질 정도로 유명한 그림중의 하나가 바로 밀레의 '만종'이다. 어릴때 이 그림을 보면 아무런 감흥이 없이 그냥 지나가는 그런 그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 그림이다시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 실물이 무척 보고 싶어졌다. 기회가 되어 그 그림앞에 섰을 때 한참을 보냈다. 마침 안식월이기도 하고 또 저녁종이 울리는 멀리 보이는 교회를 배경으로 들판에서 서서 기도를 올리는 부부의 모습이 나와 아내같기도 해서 말이다. 아직도 일궈야 할 밭은 넓고 가진 도구는 변변치 않고수확한 감자마저도 얼마 안되는 그 부부가 그래도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오랜동안 지켜보며 이제 저녁종이 울렸으니 해가 지고 돌아가야 할 때가 얼마남지 않았음에도 다시 쟁기를 잡을 목회를 다시 떠올렸다. 2023. 8. 5. 스탠리 하우어워스와의 대화 목회를 하다보면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방향감각을 잃어버릴때가 있는데 이런 책들은 다시 방향감각을 찾는데 단초를 제공한다. 그것이 대화라는 형식을 띄고 있으니 더 쉽고 명료하게 다가온다.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너무 방대하고 대단한 학자라 몇 권의 책으로 이해될 수 없는 분인 거 같다. 대중적인 저작들을 통하여, 자서전을 통하여, 그리고 다른 이들이 그에 관하여 쓴 책을 통하여 '이런 분이 아닐까?'하고 가늠할 뿐이다. 하우어워스는 평생을 그랬듯이 여전히 치열하게 살고 있고 그래서 아직 은퇴한다는 것, 늙는다는 것에 관하여 스스로 준비하지 못하고 당황해 한다. 그런 것이 참 인간적이라 여겨진다.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워낙 대가이니.. 2023. 8. 5. 저만치 혼자서 김훈선생의 신작 소설집이다. 7개의 단편을 묶어서 나온 것인데 김훈선생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처럼 각각의 이야기들은 너무 개별적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혹은 한 다리쯤 건너면 들을법한 일상의 이야기들인데 그 이야기들은 살아간다는 것의 현실을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처절하고 엄숙해서 읽는 이를 숙연케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나 마지막 이야기인 '저만치 혼자서'에서 늙은 몸으로 자신의 속옷을 빨래하는 수녀님의 모습을 읽으며 눈물이 났다. 이런 글을 써준 김훈선생을 존경한다. "검은 핏줄이 피로해 보였다. 그가 대패로 밀어낸 나뭇결들의 질감이 그 근육 속에 기억되어 있을 것이었다." - 손, 54 "졸들이 한 칸씩 달려들 때, 오개남은 얼어붙은 비탈길에서 가속도를 받아서 내달리던 쓰레기 수레를.. 2023. 8. 5. 일상 from 연금술사 "그런데 아저씨는 왜 지금이라도 메카에 가지 않는 거죠?" 산티아고가 물었다. "왜냐하면 내 삶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바로 메카이기 때문이지. 이 모든 똑같은 나날들, 진열대 위에 덩그러니 얹혀 있는 저 크리스털 그릇들, 그리고 초라한 식당에서 먹는 점심과 저녁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바로 메카에서 나온다네. 난 내 꿈을 실현하고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나는 오직 메카만을 꿈으로 간직하고 싶어." -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오래된 책을 펼치니 이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일상과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하나님 나라의 조화를 이렇게 다른 언어와 이야기로 풀어낼 수도 있겠구나. 2023. 8. 5. 믿음을 의심하다 노진준 목사님의 존재(?)를 처음 안것은 1998년인가에 코스타에서 '영성'강의를 하신 것을 테이프로 들었을 때다. 이런 분이 계시는구나 놀라며 귀를 기울여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후로 코스타를 섬기며 목사님을 만나고 배울 기회들을 가졌다. 노 목사님이 메릴랜드의 사역을 마치시고 엘에이로 가시며 20년가까이 섬기신 피바디 기독학생회를 섬겨 달라고 하셔서 기쁘게 3년을 사역하였는데 나에게는 또다른 배움의 시간들이었다. 안수받고 10년쯤 되었을때 설교하는 일이 늘 반복되고 같은 말만 하는것 같아 그 고민을 안고 질문드렸더니 명쾌하게 한 마디로 요약해 주신 Sandy Cove 수양관을 잊지 못한다. 엘에이에 있을때는 간혹 뵙기도 하고 또 우리 교회의 수양회 강사로도 모시고 안식월 기간에는 주일설교도 한 주 해.. 2023. 8. 5. 이전 1 ··· 36 37 38 39 40 41 42 ··· 8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