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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랜초 어제까지는 바람이 불어서 조금 쌀쌀했는데 오늘은 최상의 가을날씨다. 아내의 수술이후로 처음으로 랜초에 왔다. 우리가 늘 걷는 전망대까지의 왕복 5마일은 언제 다녀왔는지 기억에도 없다. 아내는 자신의 다리 근력을 확인해 보고 싶어했다. 11월말에 가까운 곳에 여행이라도 하려고 하는데 그곳에 하이킹 트레일이 있어서다. 천천히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싸가지고 온 김밥도 먹고 중간중간에 쉬느라 평소보다 40분이나 더 걸렸지만 아내가 참 잘 걸었다. 좀더 자주 걸으며 건강하고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2024. 11. 6.
고기왕 '우리의 왕은 우리가 뽑는다'는 캐치프레이즈로 고기왕 경연을 가졌다. 마침 '흑백요리사'가 대히트를 친 직후라 많은 관심을 끌었다. 각각 미국 남부 bbq식의 brisket, 뉴욕 에이징 스테이크, 일본식 꼬치구이, 그리고 정통 한국식 돼지갈비. 원하는 교우들이 참가비를 내고 음식을 맛보고 평가하여 왕을 뽑는 재밌는 형식이었다. 교회 근처의 공원같은 프라이빗한 장소에서, 바람이 약간 불어 쌀쌀하기는 했으나 그래서 숯불에 고기를 굽기에는 아주 적당한 날씨였다. 각각의 요리사들이(고기굽기에 진심인 교회형제들) 정성을 다해서 굽고 교우들이 조금씩 맛을 보는 식이었다. 거기에 코울슬로, 파채, 야채구이 등등과 밥, 석박지등을 곁들인 아주 훌륭한 점심이었다. 그 전날 자매들은 자매수양회를 마치고 온 직후라 은혜로.. 2024. 11. 5.
다람쥐와 도토리 가을이다. 자주찾는 랜초의 산행길에는 도토리가 지천이다. 그 도토리를 먹고 저장하기 위해 가을 다람쥐들은 분주하다. 다람쥐들은 자기들이 숨겨놓은 도토리의 70-80%를 찾지 못한다고 한다. 저렇게 열심히 땅을 파고 숨기는데 찾지 못한다니. 그들의 노력이 참 아쉽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다람쥐들이 찾지 못한 도토리는 어디론가 더 퍼져나가 싹을 틔우고 자라난다. 또다른 생명이 잉태된다. 목회의 현장에서 내가 뿌리고 애쓴 것들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아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다람쥐와 도토리에게서 배운다. 생명을 품고 있다면 그 씨앗은 어디론가 퍼져나가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아름답게 자라날 것이기 때문이다. 2024. 11. 5.
PCT를 걷다 PCT에 관한 책은 늘 나를 사로잡는다. 한국인 여성 두 분(각각 한국과 미국에 사는 분들)이 몇 년에 걸쳐 PCT를 걸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젊은 사람들이 쓴 PCT 책을 두어권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나이든 사람들의 경험담은 처음이다. 그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를 돌아본다. 나는 산에서 어떤 깨달음, 감사, 후회, 다짐을 가지고 왔던가. 내년부터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PCT를 섹션하이킹으로 시작해 보려고 한다. 2024. 11. 3.
항암 주사실에서.. 오늘은 아내가 3차 항암 주사를 맞았다. 주사실은 항암 환자들로 꽉 차있고 간호사들은 분주하다. 한 간호사당 대략 2명의 환자를 돌보는 것 같다. 아내의 항암 주사는 30분이면 맞지만 이런저런 준비와 마무리까지하고 나면 대략 50분은 걸린다. 한 사람의 보호자가 동행하여 들어가서 필요한 것들을 챙겨줄 수 있어서 매번 따라 들어간다. 아내의 바로 옆자리에서 항암주사를 맞던 여자가 주사를 마치자 담당 간호사가 주변의 간호사들을 부른다. 무슨 증서와 더불어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한다. 알고보니 증서는 항암을 마친 것을 증명하는 것이고 간호사들이 둘러서서 수고했다고 축하의 노래를 불러준다. 미국은 이런 걸 참 잘하는 것 같다. 주변에서 박수도 쳐주고 다들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고통을 함께 통과하는 사람들만이 갖.. 2024. 10. 29.
발톱 지난 6월에 그랜드캐년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하이킹을 마친후에 발톱을 보니 부어있고 퍼렇게 멍이 들었다. JMT를 비롯하여 많은 트레일을 다녔지만 발톱이 빠진적은 없었기에 가라앉겠지 싶었다. 더군다나 지난 몇 년간 내가 신은 하이킹 신발은 Altra인데 그건 나의 발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지켜주었기에 발톱이 빠지리라 의심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 발톱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내가 손으로 직접 뽑아야하나 고민할 만큼 상태가 좋질 않았다. 샤워할때도 조심하며 지켜 보았다. 그리고 거의 4달이 지났다. 그 사이에 죽어버린 발톱은 아래서 새로운 발톱의 살이 올라오며 위쪽으로 밀려와 내가 두 번이나 조심스레 깎아 주었다. 이제 한번 정도만 더 깎으면 죽은 발톱은 사라질 것 같다. 어떤 식으로.. 2024.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