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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슬라브 볼프 저명한 신학자인 볼프가 이 지역에서 대중강연을 했는데 그전에 점심시간에 지역 목회자들을 위한 시간을 따로 가졌다. '믿음과 일'에 관한 주제였는데 사실 볼프뿐 아니라 이런 류의 강연이 대개 저자의 책들에 있는 내용들을 요약하여 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런 대면 강연에 참석하는 이유는 그 자리에서 오가는 대화들에서 얻는 통찰때문인데 이번 볼프의 강연 역시 기대한 대로였다. 나름 열심히 노트를 적었는데 설교나 가르침에 반영이 될 거 같다. 흔히 저자가 곁다리로 이야기하는 것들이 등장할 때 흥미를 더하는데 볼프 역시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듯 싶었다. 그 유명한 존 스토트의 [현대사회의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에서 자신이 믿음과 일에 관한 배움을 얻은 것을 이야기하던 중에 튀빙겐에서 ..
리추얼의 종말 복상 편집장님의 글에서 흥미로워서(물론 저자가 신뢰할만한 분이기도 하고) 읽은 책이다. '리추얼'이라고 하는 지극히 종교적인 용어가 흥미를 끈 것도 사실이다. 작고 얇지만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줄을 긋고 생각하기를 반복한 힘이 있는 책이다. 내가 줄그은 것들을 다시 찬찬히 읽으며 그것이 나와 우리의 신앙, 공동체에 주는 가르침으로 어떻게 바뀔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아마도 올해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책 10권에 포함될 것이다.(이 책을 들고 어디엔가 서 있는데 앞에 있던 여자가 독일 사람이다. 우연히 책의 표지를 보았나 보다. 저자와 책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었는데-물론 영어로- 나는 그냥 한국제목을 그대로 옮겨 The end of ritual이라고 했더니 더 정확히는 disappearance가 맞..
깜놀한 스페인 음식들 유럽이 처음이라 놀랐다고 하기에는 스페인의 음식들은 너무 훌륭했다. 빠에야, 타파스, 하몽... 스페인을 대표하는 그것들은 눈을 자극하고 혀를 놀라게 했다. 그것들과 짝을 이루는 샹그리아와 레몬 맥주, 와인들은 지중해와 이베리아 반도의 풍성하고 아름다운 땅과 바다의 기운을 식탁으로 풍성히 가져다 주었다. 음식으로라도 다시 스페인을 갈 의향이 충분하다.
AI의 유혹 교회 초창기부터 2세들을 위하여 짧은 설교를 준비해서 전한다. 물론 영어로.. 이제 아이들이 커가니 내용과 표현에서 더 고심을 하게 된다. 단순한 번역 AI로는 DeepL이 최고다. 이전에 했던 아이들 설교를 DeepL에 넣고 양방향으로 번역을 해 보았다. 정말 탁월하다. 그러니 한국말로 설교를 쓰고 영어로 옮기고 싶은 유혹이 살짝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old-fashion style로 스스로 끙끙대며 매주 짧은 영어 설교를 준비하고 있다.(여담이지만 그냥 사무적인 이메일이나 공문서 등에는 DeepL을 적극 활용하시라) 돈을 내고 구독하는 뉴스레터가 있다. 몇 가지 분야에 전문화된 뉴스레터인데 내용이 좋다. 거기서 뉴욕 타임즈의 에즈라 클라인의 인공지능에 관한 글을 옮겨 실었다. 무지무지무지 유용한 글..
밥상 내가 섬기는 교회는 목회자 부부인 우리가 가장 나이가 많다. 교회의 어른 장로님이나 권사님이 계시지 않는다. 기도해 주시고 지혜를 나눠 주시며 묵묵히 섬겨 주시는 어른들이 계시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하지만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야 하니 고집부리거나 무리할 일은 아니다. 잠시 들른 교우의 집에 장로님과 권사님이 와 계신다. 차를 나누며 교회, 신학, 노년, 자녀들... 온갖 이야기를 나누니 시간이 훌쩍이다. 다른 약속이 있어 일어서는데 혼자 있다고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권사님의 손길이 정성스럽고 감사하다. 저녁에는 또다른 가정을 방문했다. 늘 미국에 오시면 따로 시간을 내서 만나뵐 만큼 가까운 권사님이신데 자매의 어머님이시다. 분란을 겪는 한국의 모교회 이야기, 미국교회에서 목회하는 큰 사위 이야기, 건강, ..
고호의 편지 "보다시피 네 편지는 잘 받았어. 정말 고맙다.. 특히 동봉된 100프랑 지폐, 고마워.... 다만 내 발목을 잡았던 건, 캔버스와 월세였어.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타세 상점의 캔버스가 야외 작업에서 마음에 안드는 점이 너무 많아. 앞으로는 일반용을 써야겠기에, 틀까지 포함해서 캔퍼스 천을 50프랑어치를 샀어. 큰 크기가 내 작업에 잘 어울려." - 빈센트 반 고호, 1888년 6월 15일과 16일 고호는 형이고 테오는 고호의 4살 아래 동생입니다. 그들은 생전에 약 600통이 넘는 편지를 서로 나누었습니다. 고호가 죽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테오도 지병인 심장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지금 그 둘은 오베르 쉬아즈에 나란히 묻혀 있습니다. 고호와 테오는 단순한 형제사이 이상이었습니다. 여러모로 괴팍하고 힘들었던..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한국에 육아를 목적으로 나간 교우 가정가운데 형제만 들어와서 짐정리를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연락을 주어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만났다. 부모됨, 육아, 한국생활, 30대(그리고 40, 50대 남자들)남자의 인생, 변화가능성(50이 넘으면 로고스의 측면은 바꾸기 힘들지만 자신이 정말로 사랑하는 것들, 예를 들어 자녀, 배우자.., 과의 관계가 망가지는 것을 목격하면 에토스, 파토스의 영역은 바뀔 수 있음을 나누었다), DeepL, AI 설교, 교회의 미래, 직장생활, 교회의 2세 사역, 설교와 성찬, 그리고 그 두가지를 가로지르는 성육신의 의미, 베이지역에서의 청빈의 의미(많은 이들에게는 그것은 공유와 선물의 모습이 될 거라고 했다)까지 폭풍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부디 태평양을 오가는 인생여정가운데 ..
순종 베네딕토 수도회가 가르치는 침묵, 환대, 청빈, 순종의 네 가지 가치들가운데 침묵, 환대, 청빈은 굳이 공동체가 없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순종은 그렇지 않다. 베네딕토 수도회는 수도원장에게의 순종을 하나님께로의 순종이라고 가르치지만 그 순종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의 영적 교만함을 잠재우는 덕목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순종은 순종을 할 구체적인 대상이 없다면 결코 배울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순종을 하면 그 안에 침묵해야 할 때, 환대해야 할 때, 청빈해야 할 경우를 자연스레 몸에 익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