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00 허송세월 [자전거 여행]으로 처음 접한 그는 젊었다. 노란잠바를 입고 있던 겉표지가 생각나고 분명 한글인데 무언가 생경한 그의 표현이 어렵고 낯설었다. 그의 글은 새로웠고 한줄을 읽는데 해석의 과정이 필요했다. 그의 소설, 수필들이 나오는대로 읽었다. 글쓰기에 감탄했고 사람과 인생, 자연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놀라웠다. 그 사이에 아프셨던가 보다. [허송세월]은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는 김훈 선생 자신에 대한 시선이 많이 느껴진다. 그의 글을 읽으며 선생의 바램대로 좀더 허송세월하는 중에 비록 '무력하게 느껴지실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하지 않고' 여전히 걸음을 멈추고 사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들을 써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건강하시기를. 2024. 8. 16. 한 몸을 이루어 살아가는... 아내의 수술이후로 더더욱 이 시간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하여 아내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습니다. 한 사건, 한 순간에 머물지 말고 작년의 암발병에서부터 지금까지 중요한 순간들마다 하나님의 도우심의 손길에 대하여 나눕니다.그렇습니다. 축복이 아니라 고난이, 질병이 우리를 단단하게 하고 하나님을 향한 신뢰와 그 분의 은혜에 의지하게 한다는 말씀은 진리입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조차도 담담히 받아들이며 감당할 마음과 힘주시기를 간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먼저 기도하기는 아무 일없기를, 수술로 끝나서 사모님을 위해서 기도한 교회 아이들의 기도가 응답되었음을 함께 기뻐하는 것입니다. 30년을 넘게 같이 살았는데 남녀가 부모를 떠나 한 몸을 이루었음을 요즘처럼 더 깊이 깨닫고 몸과 마음으.. 2024. 8. 15.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휴가로 방문하는 곳에 유명한 미술관이 있으면 가장 우선순위로 방문한다. 그 덕분에 유명한 그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조각도..) 가만히 앉아 그림들을 보자면 그림들이 주는 위로가 깊숙히 내안으로 들어와 울컥하게 하는 기쁨의 순간들을 기억한다. 아마 이 책의 저자도 그랬으리라. 그와 형의 관계의 내밀한 것을 모두 알 수 없지만 오죽했으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미술관 경비원이 되었을까? 저자가 말한 것처럼 경비원 제복의 아래에는 수많은 인생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낸 저자는 다시 세상으로 나아간다. 그에게 절망의 심연속으로 들어가게 한 것이 죽음이었다면 그를 구원한 것은 생명, 즉 그의 아이들이다. 그가 오랜 시간을 보낸 The Met를 떠올린다. 거의 10년전에 갔는데 손님을 모시고 가서.. 2024. 8. 12. 첫 중고등부 수양회 나는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으로 올라가던 겨울무렵에 본격적으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달 남짓후엔가 첫 겨울수양회를 갔는데 무려 오산리 금식기도원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뜨겁던 찬양과 기도, 금식, 기도굴에서 느낀 서늘함이 기억난다(추워서였나?^^)우리 교회 아이들이 자라서 첫 중고등부 수양회에 참석했다. 아직은 우리끼리는 할 만한 숫자도, 여력도 되지 않아 친구인 토니 목사 교회의 중고등부 수양회에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꼽사리를 껴서.. 그 교회의 몇몇 대학생들까지 참석해서 대략 30여명이 조금넘는 인원이라 적은 숫자인 우리 아이들에게 딱 좋다. 우리때문에 산타바바라까지 수양관을 정한 것도 고맙고 대부분의 모든 준비를 토니가 했다. 막판에는 아내의 일로 마음을 쓰지 못했는데도 친구.. 2024. 8. 7. 박원순을 기억하다 박원순 시장이 아름다운 가게를 열던 시절부터 함께 일하던 부부가 미국에 연수를 와서 우리 교회에 1년을 출석했었다. 남편되는 분이 나에게 건낸 책인데 오랜동안 보지 못하다가 최근에 짬짬이 읽을 기회가 있었다. 그의 지인들이 박시장의 활동기에 따라 그를 추억하며 쓴 글모음이니 일과 관련한 그의 모습과 아쉬움이 주를 이룰 수 밖에 없는 책이다. 세상의 많은 일들에는 한 사람의 희생과 헌신이 요구된다는 것을 그의 인생을 읽으며 확인한다. 흠없는 삶은 없다. 그가 만들려했던 세상으로 우리는 가고 있는 것일까. 2024. 8. 7. 아내의 기도 수술이 끝난 후에 아내는 저에게 자신의 기도를 얘기해 주었습니다. 아내는 '어릴때부터 엄마의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아온 내 남편이 늙어서는 아내때문에, 아내가 아파서 힘들고 어려운 인생이 되지 않도록 저의 수술이 잘되게 해 달라'고 주님께 간절히 기도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차고 올라오는 눈물과 감사가 있었습니다. 남모르는 남녀가 만나 30년을 넘게 살았습니다. 참 신비로운 일입니다. 그 신비를 더해가는 것은 서로를 향한 긍휼과 안타까움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사랑입니다. 며칠이 지나고도 아내의 기도가 불쑥불쑥 나의 내면으로 예고없이 찾아와 울컥하게 합니다. 아내의 간절한 기도처럼, 그렇게 건강하기를 저도 간절히 기도드릴 따름입니다. 2024. 8. 5. 이전 1 ··· 5 6 7 8 9 10 11 ··· 8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