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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ua Tree NP & Saguaro NP 피닉스를 가는 길이 마침 조수아 트리 국립공원을 지나가는지라 꼭 들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나도 1998년에 마지막으로 갔으니 20년이 넘었고(여기서 중고등부 아이들 데리고 수양회했던 기억이..) 아내는 가보질 못해서 의미있는 방문이 되리라 예상했다. 엘에이에서 약 100마일이고 당일에 피닉스까지 가야해서 많은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가장 유명하다는 Baker Dam trail을 걸었는데 무척 괜찮았다. 바위밑에서 캠핑하는 이들, 초야 선인장 가든, 그리고 해골바위까지... 스윽 둘러보는 일정이었지만 선인장과 사막을 좋아하는 아내가 기뻐하여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피닉스에서 하루자고 2시간을 달려 투싼의 Saguaro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사실 국경선만 있어서 그렇지 멕시코와 맞닿아있는 sonoran ..
쏟아진 눈물 Muir Hut를 100미터쯤 남겨놓고 힘든 걸음을 옮기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추스려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을 훔쳤지만 몇 걸음 못 가 다시 쏟아진 눈물을 나도 어찌하지 못했다. 지난 며칠동안 걸어온 힘든 길이 마치 지금껏 걸어온 인생의 길같아서 쏟아진 눈물인지, 그토록 바랬던 Muir Hut를 바로 지척에 두고 '드디어 도착했구나'라는 기쁨의 눈물인지, 혹 '지금까지 잘 살았어'라고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는 눈물인지, 아님 나도 알지 못하는 내 안의 무언가가 '이때다'싶어 터져나온 흔적인지 알지 못한다. "자신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마다 가장 깊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뜻밖의 눈물일 때는 더 그렇다. 눈물에는 자신의 실체의 비밀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경우 하나님은 눈물을 통해 우리..
2021 JMT #1 올해 JMT는 플로랜스 호수에서 출발하여 비숍패스를 넘어 south lake trailhead로 나오는 코스다. 이 구간이 까다로운 것은 교통때문이다. 씨에라 산맥의 동서를 잇는 168번 도로는 말그대로 씨에라 산맥에 막혀있다. 누군가는 플로랜스 호수까지 우리를 태워주던가 아니면 롸이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다행히(?) 작년에 내가 태워다 주었던 커플이 올해 우리의 롸이드를 자청하는 바람에 걱정없이 올 수 있었다. 다들 산호세 우리집을 출발하여 프레즈노를 거쳐 prather ranger station에서 오후 늦게 퍼밋을 픽업하고 다시 쉐이버 레이크에 들러 저녁에 먹을 피자를 주문했다. 여름이고 많이들 백신을 맞아서인지 아무도 마스크를 한 사람이 없다. 작년에 야영했던 college campgroun..
새 텐트 모든 리베이트와 리워드를 모아 새 텐트를 장만했다. Marmot 제품이고 모델은 limestone이다. 4인용인데 널찍한 것은 물론이고 보기도 참 예쁘다. 아내는 그안에 일종의 군용침대와 같은 캠핑용 카트를 깔았다. 그래서 더이상 허리아프지 않게 잠을 잔다. 이 텐트를 보금자리삼아, 아내와 더불어 좋은 곳, 좋은 기억을 많이 남기고 싶다.
마이너 필링스 저자는 코리아타운에서 나고 자란 2세이고 미술을 공부하다 시인이 된 사람이다. 그는 아시안 아메리칸으로 느끼는 소수적 감정(minor feelings)를 이렇게 말한다. "일상에서 겪는 인종적 체험의 앙금이 쌓이고 내가 인식하는 현실이 끊임없이 의심받거나 무시당하는것에 자극받아 생긴 부정적이고 불쾌하고, 따라서 보기에도 안 좋은 일련의 인종화된 감정.... 인종차별적 언사를 듣고... 본 것, 들은 것이 다 확실한데도 내 현실을 남에게 폄하당하는 경험을 너무 여러 차례 겪다보니 화자 스스로 자기 감각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이런 식의 감각훼손이 피해망상, 수치심, 짜증, 우울이라는 소수적 감정을 초래한다." 흑인 코미디언에서부터 자신의 적나라한 대학경험,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시인과 예술가, 일본계 미..
기독교와 새로운 자본주의 정신 최근에 읽은 책중에서 가장 어려운 책이다. 내용이 어렵지는 않은데 문장과 표현방식이 그렇다. 번역한 분이 애를 좀 먹었겠다 싶다. 5장까지는 새로운/대세인 자본주의의 형태인 금융자본주의 시대와 기독교의 은혜, 소망(종말)과 같은 개념을 나름의 표현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핵심은 6장인데 일을 소명으로 여기며 살아가기를 강조하는 교회의 가르침에 반하여 현재의 지배적 형태인 금융자본주의는 교회의 가르침과는 너무 상반되어서 그리스도인에게는 구조적으로 힘든 세상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적게 벌고 적게 쓰자는 자세나 느긋하게 살자, 반자본주의적으로 살자는 개인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여전히 금융자본주의의 우산아래서 벗어날 수 없음을 직시하라고 한다. 그래서 하나님께 의존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언캐니 밸리 성공, 모험, 열심을 가장한 과도한 능력주의, 특권의식, 물질만능, 자아도취와 기술만능주의. 이 모든게 범벅인 실리콘 밸리를 말하고 있는 책. 좀더 정확히는 그 밸리의 윗쪽인 샌프란시스코의 분위기를 전하는 책. 어떤 것들은 이미 지난 이야기가 되었다. 아랫동네의 큰 회사들이 어떻게 시작되고 지금을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은 오히려 엔지니어이나 그 주류에서 살짝 빗겨난 아시안들이라 그들이 보는 이 동네가 궁금하다.
그래, 이게 현실인거야 "적나라한 고통과 넘쳐나는 희망이 이 정도로 딱 붙어 존재하는 것을 나는 이제껏 본 적이 없었다." - [언캐니 밸리, 78) 여기, 모든 것의 희망이라는 이 지역에, 사람들의 마음에, 넘쳐나는 테슬라와 이름도 모를 고급명차와 그 주변의 노숙인들사이에 존재하는 현실이고 또 이 세상을 가득채운 현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