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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of Metal [Sound of Metal] 연인은 싱어이고 자신은 드러머인 헤비메탈 그룹의 남자가 청력을 잃어 갑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그것이 천직이라 여기는 이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치료가 불가능한 병에 걸리면 많은 이들은 절망과 분노, 수용과 적응의 과정을 거친다고 하죠. 드러머가 그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유일한 희망이라 여겼던 해결책이 해결책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 그는 조용히 절망의 순간으로 돌아가 그것을 선택합니다. 저에게는 영화 내내 조용히, 그러나 배경음악처럼 깔아주던 새소리, 그리고 바람과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은 절망과 고통속에서 살아가는 법이라 말하면 너무 뻔하고 교조적인, 오히려 한 이야기를 본 것같아 마음이 편안합니다.
갤러리, 교회 "우리의 문화는 고통과 소멸을 부인하지만, 예술은 고통과 소멸을 예견하는 문화로 우리를 인도한다. 미래의 갤러리들은 이 점을 진지하게 여기고서, 한밤중에 쏜살같이 지나가는 불안들이 머물 수 있는, 열린 위안의 집이 되어야 한다." - 알랭 드 보통 영원성을 담지하는 교회는 과연 그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글이다.
미국 기독교사 [미국 기독교사] A religious history of the American people 나는 역사책 읽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목사다. 내가 발붙이고 사는 나라의 종교의 역사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큰(?)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다. 그런데 500페이지쯤에서 '내가 왜 이걸 읽고 있나?'하는 소위 현타가 한 번 왔다. 책 좋아하는 며느리에게 이 책을 읽는다고 했더니 고개를 젓는다. 꾸역꾸역 밤마다 30분에서 1시간씩 읽으니 1400페이지짜리 책도 끝이 난다. 미국은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라고만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카톨릭에서 퀘이커까지 너무나 다양한 이들이 이 나라의 종교적 전통을 세우는데 기여했다. 17-18세기를 넘어가며 보이는 몇몇 현상들은 그대로 한국으로 수입되지 않았나 싶은..
그럼 됐지. 매리 모리슨(Mary Morrison)은 내가 온전하게 체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해 설득력있고도 확신있게 글을 쓸 때마다, 삶이 나를 멈칫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래, 잘 모르지만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지 말고 잠시 멈추고 숨을 들어마시고 내가 말하고 설교한 것의 진실앞에 겸허하게 나를 비추면 되는거야.
많은 이들의 수고 JMT를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세미티나 비숍, 어니언 밸리에 비하여 뮤어 랜치로 들어가는 Sierra national forest의 플로랜스 호수는 가는 길이 험난하다. 버밀리온 리조트로 가는 에디슨 호수와 더불어 마지막 40마일은 비포장의 돌길이다. 누군가 데려다줘야 하는데 롸이드를 찾기가 어렵다. 올해 첫 JMT 섹션 백패킹에서 아킬레스 건을 다치고 나니 결국에는 두번째 백패킹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와 동행하기로 한 이들은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포기했지만 롸이드를 해 주기로 하였다. 심지어 끝난후의 픽업까지. 쉽지 않았지만 그들이 누린 것을 간접적으로 들으며 보람을 느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뒤에서 보이지 않게 수고하는 이들의 섬김으로 유지된다. 로버트 라이시는..
앞으로 나아갈 힘 백패킹에서 중요한 것은 화장실이다. 아니 화장실 가기이다. 산속에서 화장실가기란 곤혹스러운 일이다. 물로부터도 떨어져야 하고 혹여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보여서도 안된다. 뒷처리도 잘해야 한다. 이번에는 아침마다 넘버 2가 무난했다. 불편하고 묵직한 상태로 그냥 출발하면 고갯길을 오르다 말고 배낭내려놓고 숲속으로 달려가야 할 일이 생긴다. 뒷쪽(?을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어렵다. 영적으로도 그렇다. 우리 속의 human waste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것은 어떤 모양으로든 나를 괴롭히고 나아갈 걸음을 뒤로 잡아당긴다. 새로 장만한 작은 삽과 휴지와 다년간의 경험이 점점 산에 적응하게 한다. ^^
2020 JMT - 5 오늘은 JMT를 벗어나서 나가는 날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운전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새벽 5시에 일어나 출발했다. 좀 오르다 보니 크릭이 나온다. 마지막 아침을 여유있고 즐겁게 해먹고 다시 오르막길을 오른다. 아름다운 Bullfrog 호수를 지나 키어사지 패스로 향한다. 고도가 있고 경사가 심해 힘이 든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긴장이 풀려서인가 겨우겨우 키어사지 패스에 올랐다. 잠시 쉬고 나서 어니언 밸리까지의 기나긴 길을 내려간다. 어니언 밸리에서 하루 코스로 올라오는 이들이 많아서 마스크를 써야했다. 겨우 어니언밸리에 도착하니 정말로 완전히 긴장이 풀리고 키어사지를 오르고 돌길을 내려온 아킬레스 양쪽이 모두 아프다. 개울에서 개운하게 씻고 론 파인으로 와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다시 호스슈로 올라가 차..
2020 JMT - 4 오늘은 포레스터 패스를 넘어 비뎃 메도우까지 가는 날이다. 일찌감치 아침을 먹고 포레스터 패스로 향한다. 도대체 어디가 패스이고 길은 어디로 이어지는 것일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길이 나온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그리 어렵지 않게 포레스터 패스 정상에 올랐다. 자그마치 13200피트-4천 미터가 조금 넘는다. PCT와 JMT를 통틀어 가장 높은 곳이다. 자그마한 정상에 몇 사람이 몰려있다. 멀리서 이걸하기 위해 아틀란타에서 온 젊은이들가운데 한인 2세도 있어 서로 잘 마치기를 축복해 주었다. 이제 비뎃 메도우까지 지루하게 내려가는 길이다. 나름 일찍 도착했기에 비뎃 메도우를 지나 키어사지 패스로 오르는 길을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그 다음날이 편할 거 같아 앞으로 나아갔는데 그게 실수였다. 갑자기 비가 쏟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