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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공원 & 트레일

Mt. Baldy(2007년 6월)

by yosehiker 2018. 1. 19.


오랜동안 벼르던 산을 다녀왔다. 혼자서라도 시간을 내서 가겠다는 나의 고집을 꺾을 사람은 오직 아내.. 혼자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아내의 협박(?)은 결국 집에 놀러왔던 아이비에프의 정승우 학사를 꼬시게 된 계기가 되다.

아침 일찍부터 약간은 이슬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때문에 좀 늦게 출발.. 정승우 학사와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먹고 Mt. Baldy로 향하다. 가는 길에 조금씩 날씨가 좋아지고 드디어 Mt. Baldy visitor center에 도착.. 레인저로 부터 Forest adventure pass를 사고 또 처음왔다고 하니 지도를 펼쳐 놓고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안내 표지판이 없기 때문이었다.


국립공원의 자세한 안내 표지판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레인저가 가르쳐 준대로 산길을 4마일 더 운전해서 캠프장 옆 공터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하다.

지도를 보니 쉬울 것 같던 길이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다행히도 가던 길에 이미 산행을 끝내고 내려오는 사람을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마음을 놓으며 다시 가던 길을 가지만 그래도 지도상의 폭포는 만났는데 트레일을 보이지가 않네.


도저히 트레일 같지 않은 산길을 올라가야하나 말아야 하던 차에 올라오던 백인 3사람을 만나니 그 중 한 사람이 이 곳 지리에 도가 텄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온 바로 그 길 옆에 트레일이 숨어 있었다(레인저가 얘기한대로 정말 지나치기 쉬운 트레일이다)

6100 피트에서 시작해서 10064 피트까지 올라가는 elevation gain 3900 피트, 거리 약 4마일의 쉽지않은 하이킹을 시작하다. 처음부터 숨이 가쁘고(한라산 보다 높은 곳에서 시작해 백두산보다 높은 곳까지 올라가야 한다..) 힘이 든다. 우리가 시작한 시간이 거의 정오이다 보니 벌써 배가 고프다. 오르는 길은 거의 요세미티 Happy Isle에서 vernal fall을 거쳐 Nevada fall까지 가는 트레일의 경사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못하지 않은 급경사이다.


승우나 나나 처음가는 길에 이미 점심때이고 바람도 세니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한 사람보다 두 사람이 낫다는 동지의식을 서로 심어주며 쉬었다 가기를 반복한끝에(올라오는 길에 바나나 먹고 피넛버터 샌드위치 먹고 과자 먹고 하면서 힘을 보충하다..) 거의 정상이 보이는 Hut까지 도달하다. 그런데 중간에 내려오는 사람들 모두가 정상의 바람이 너무 심하고 추워지기 시작한다고 걱정을 한다. 나는 윈드 쟈켓을 꺼내 입으니 한결 나은데 승우는 적당한 옷이 없어 걱정이다. 서로 저체온증 얘기를 하며 계속 올라가는데 마지막에 만난 유럽 억양의 남자 두 사람이 우리 보고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 정상까지는 안올라가는 것이 낫겠다는 충고를 한다. 너무 춥고 바람이 심하다네... 감히 비교가 되리야마는 에베레스트의 정상을 200-300 미터 앞에 두고 안전을 위해 하산하는 클라이머들의 심정이 조금 이해가 간다.


Hut까지만 가기로 하고 Hut에 도착하니 올라오는 사람은 당연히 없고 내려오는 사람도 없다. 우리가 마지막인 것 같다(하긴 주중이니 사람이 없기도 하다.)

트레일 믹스 먹고 사진 간단하게 찍고(ebay에서 구입한 메모리 카드가 말썽을 부려 자체 메모리로 몇 장 못 찍었다) 부산하게 하산을 시작.. 계곡이라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고 추워지기 시작한다. Hut에서 돌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승우와 나누면서 돌아오다.


오는 길에 로렌하이츠의 '두부마을'에서 순두부'로 식사하고 헤어짐. 누구와 산을 가던 함께 가는 길에 평소에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도 하고 기도제목도 나누고 그렇게 삶을 나누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었는데 승우와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승우이지만 서로 부모님 이야기, 동생 이야기, 자식 이야기, 아내 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 산행의 동행길이 되어 준것이 서로에게 너무 감사했다(한가지 흠은 산길을 오르며 얘기를 하려니 너무 숨이 찼다는 것이다.)

다음 주 다시 정상에 도전하기로 약속하고 아쉬운 대로 집으로 돌아옴.. 아, 아주 보람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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