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영화, & 음악17 브뤼셀로 입성하는 예수 연말에 게티센터를 방문했을 때 인상적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던 그림입니다(오래 바라보고 있으니 아들이 찍어 주었습니다)제임스 앙소르의 '브뤼셀로 입성하는 예수'라는 그림인데 그림속의 군중들은 예수께 주목하지 않고 각자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정치, 종교, 대중의 관심이 각자의 주장에 따라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그림입니다. 그것을 보여주는 문구가 "Dogmatic fanfare always succeeds"입니다. 그 문구는 화가가 당시 벨기에의 정치화/이념화되어버린 종교(당연히 기독교지요)에 대한 경멸의 표현이라고 하네요. 자연스레 갈 길을 모르고 헤매는 지금의 교회를 떠올리게 됩니다. 연말, 연초로 이어지는 한국의 계엄, 내란, 혼란스러움, 다음 .. 2025. 1. 16. 세 장의 그림과 2024, 그리고 2025 연말에 방문한 엘에이에서 아이들과 게티센터에 갔습니다. 자욱한 안개로 게티에서 바라보는 엘에이의 멋진 풍광은 누리지 못했지만 원래 게티는 그것이 주목적은 아닙니다. 거의 10년만의 방문인데 늘 마주하던 명화들은 그대로이지만 새로운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각각 프랑수와 밀레의 '곡괭이질하는 남자', 드가의 '모자를 만드는 여인', 그리고 마네의 '모니에가의 깃발'입니다. 아내의 투병으로 마음고생한 한 해를 보내서인지, 남자의 애환이, 여인의 삶의 질곡이, 그리고 깃발이 나부끼는 거리 구석의 다리를 잃은 용사의 절망이 눈에 들어와서 한참을 바라 보았습니다. 그래도 한 해를 지나며 마음에 남는 한 단어는 "감사"였습니다. 그 감사는 피난처와 산성이 되어주신 주님이 주신 것이고, 그 주님의 손길은 아내를 .. 2025. 1. 1. Perfect days 남가주에 다녀오려던 계획이 아내의 컨디션이 갑자기 나빠져 마지막에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예상치 않은 시간이 생겨 주일 저녁에 차분히 영화 한편을 보았다. "Perfect days" 주인공, 히로야마는 도쿄 공중 화장실의 청소부다. 그의 일상은 변화가 없다. 아침에 캔커피 하나를 마시며 출근하는 동안에는 오래된 70-80시대의 카세트 테이프 팝곳을 듣는다. 그는 정말로 성실하고 꼼꼼히 자기가 맡은 공중화장실들을 청소한다. 점심에는 가까운 신사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로 점심을 먹고 오래된 필름 올림퍼스 카메라로 나무 사진을 찍는다. 가끔 오래된 단풍 나무아래에 새롭게 자라는 어린 단풍 나무묘목을 고이 가져와 집에서 키운다. 일이 끝나면 공중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고 늘 가는 지하철역의 간이 식당에서 식사를.. 2024. 7. 16. 길 책인데 사진 에세이이니 [책코너]가 아니라 [그림..]에 넣었다. 서촌의 라 갤러리에서 상시로 전시하는 박노해의 전시회에서 구입한 책이다. 아내도 마음에 들어해서 찬찬히 보고 읽었다. 보는 것이 먼저이다. 박노해가 페루, 인도네시아, 인도, 파키스탄, 시리아, 에티오피아등지를 다니며 찍은 사진들 가운데 길에 관련된 사진과 단상을 모아 편집한 에세이집이다. 그의 사진과 글은 서로 공명한다. 그는 천상 시인이다. 아름다운 사진 에세이집이다. 그의 길들을 보며 걷지 못한 길을 걷고픈 바램이 생겨난다. 그 길에 서는 것만으로도 그 길만이 나에게 말해줄 것들이 있다는 것을 믿고 알기 때문이다. 2024. 1. 9. Living 일본의 명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라는 영화가 원작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영화는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한국에서 개봉해서 그 곳에 있을동안 기회가 되면 보려 했으나 개봉관이 별로 없어 그러질 못했다. 미국에 돌아와 넷플릭스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랜동안 런던시의 public works의 공무원으로 살던 주인공은 아들내외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하고 직장에서도 변함없으나 고지식한 사람이다. 자신의 생명이 얼마남지 않은 것을 알고 나서는 묵혀 두었던 동네 버려진 땅에 놀이터를 만드는 일에 매진한다. 그리고 장면은 그의 장례식으로, 그를 회고하는 직장동료들의 회상으로, 그의 기억을 일터에서 이어가자는 동료들의 다짐으로 이어지지만 그러나 세상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며 그 다짐은 잊혀진다. 실제 그와는 잠.. 2024. 1. 8. 올리브 나무 아래 볼 일이 있어 광화문쪽에 나갔다가 시간이 좀 남아 서촌을 걸었다. 우연히 카페와 갤러리를 겸하는 곳을 지나는데 박노해 사진전이 무료로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박노해씨가 요르단, 팔레스타인, 시리아등을 다니며 주로 올리브나무과 그 곁의 삶들을 주목하여 찍은 사진들이었다. 변하지 않는 건 자연과 사람, 생명과 같은 것이 본질임을 잔잔히 알려주는 사진들이었다. 하는 것도 없이 마음만 분주한 한국체류중에 잠시 차분해지는 시간이었다. 그 중 마음에 드는 사진을 엽서로 만든 것을 사 가지고 나왔다. 한참 동안 내 방 어딘가에 놓여있고 오래 바라보게 될 것 같다. 2023. 12. 16.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