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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영화, & 음악19

The room next door 주일 저녁 영화로 고른 것인데 잘못 골랐다. 이런 영화인줄 몰랐다. 그런데 끝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줄리엔 무어와 틸다 스윈튼의 연기가 클로즈업한 그들의 얼굴에서 너무나 실감나게 표현된다. 왜 영화는 그토록 컬러풀한 톤으로 입혀졌을까? Martha의 의지와는 반대로 그녀의 마음속의 진정한 바램은 달랐던 것일까?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자들]의 구절들이 Martha의 입을 통하여, 그리고 다시 Ingrid의 마지막 독백을 통하여 살짝 바뀐 모습으로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어쩌면 다시 보게 될지, 아니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이라도 구해서 읽어볼 참이다. 2025. 4. 21.
The Reader 내 나름의 '주말의 명화'라는 이름으로 간혹 주일저녁에 영화를 봅니다. 이번 주에 [The Reader]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속의 이야기에서는 소년이 여인에게 책을 읽어주며 여인으로 하여금 살아갈 이유를 준 것처럼 보이지만 소년의 내면의 삶 역시 여인이 reader가 되어 과거와 화해하고 회복하도록 도와 줍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은 그 소년이 치유되는 과정을 잔잔히 드러냅니다. 2차대전후의 전범재판과 독일의 분위기등과 함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수작입니다. 2025. 3. 11.
브뤼셀로 입성하는 예수 연말에 게티센터를 방문했을 때 인상적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던 그림입니다(오래 바라보고 있으니 아들이 찍어 주었습니다)제임스 앙소르의 '브뤼셀로 입성하는 예수'라는 그림인데 그림속의 군중들은 예수께 주목하지 않고 각자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정치, 종교, 대중의 관심이 각자의 주장에 따라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그림입니다. 그것을 보여주는 문구가 "Dogmatic fanfare always succeeds"입니다. 그 문구는 화가가 당시 벨기에의 정치화/이념화되어버린 종교(당연히 기독교지요)에 대한 경멸의 표현이라고 하네요. 자연스레 갈 길을 모르고 헤매는 지금의 교회를 떠올리게 됩니다. 연말, 연초로 이어지는 한국의 계엄, 내란, 혼란스러움, 다음 .. 2025. 1. 16.
세 장의 그림과 2024, 그리고 2025 연말에 방문한 엘에이에서 아이들과 게티센터에 갔습니다. 자욱한 안개로 게티에서 바라보는 엘에이의 멋진 풍광은 누리지 못했지만 원래 게티는 그것이 주목적은 아닙니다. 거의 10년만의 방문인데 늘 마주하던 명화들은 그대로이지만 새로운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각각 프랑수와 밀레의 '곡괭이질하는 남자', 드가의 '모자를 만드는 여인', 그리고 마네의 '모니에가의 깃발'입니다. 아내의 투병으로 마음고생한 한 해를 보내서인지, 남자의 애환이, 여인의 삶의 질곡이, 그리고 깃발이 나부끼는 거리 구석의 다리를 잃은 용사의 절망이 눈에 들어와서 한참을 바라 보았습니다. 그래도 한 해를 지나며 마음에 남는 한 단어는 "감사"였습니다. 그 감사는 피난처와 산성이 되어주신 주님이 주신 것이고, 그 주님의 손길은 아내를 .. 2025. 1. 1.
Perfect days 남가주에 다녀오려던 계획이 아내의 컨디션이 갑자기 나빠져 마지막에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예상치 않은 시간이 생겨 주일 저녁에 차분히 영화 한편을 보았다. "Perfect days" 주인공, 히로야마는 도쿄 공중 화장실의 청소부다. 그의 일상은 변화가 없다. 아침에 캔커피 하나를 마시며 출근하는 동안에는 오래된 70-80시대의 카세트 테이프 팝곳을 듣는다. 그는 정말로 성실하고 꼼꼼히 자기가 맡은 공중화장실들을 청소한다. 점심에는 가까운 신사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로 점심을 먹고 오래된 필름 올림퍼스 카메라로 나무 사진을 찍는다. 가끔 오래된 단풍 나무아래에 새롭게 자라는 어린 단풍 나무묘목을 고이 가져와 집에서 키운다. 일이 끝나면 공중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고 늘 가는 지하철역의 간이 식당에서 식사를.. 2024. 7. 16.
책인데 사진 에세이이니 [책코너]가 아니라 [그림..]에 넣었다. 서촌의 라 갤러리에서 상시로 전시하는 박노해의 전시회에서 구입한 책이다. 아내도 마음에 들어해서 찬찬히 보고 읽었다. 보는 것이 먼저이다. 박노해가 페루, 인도네시아, 인도, 파키스탄, 시리아, 에티오피아등지를 다니며 찍은 사진들 가운데 길에 관련된 사진과 단상을 모아 편집한 에세이집이다. 그의 사진과 글은 서로 공명한다. 그는 천상 시인이다. 아름다운 사진 에세이집이다. 그의 길들을 보며 걷지 못한 길을 걷고픈 바램이 생겨난다. 그 길에 서는 것만으로도 그 길만이 나에게 말해줄 것들이 있다는 것을 믿고 알기 때문이다. 2024.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