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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영화, &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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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데 사진 에세이이니 [책코너]가 아니라 [그림..]에 넣었다. 서촌의 라 갤러리에서 상시로 전시하는 박노해의 전시회에서 구입한 책이다. 아내도 마음에 들어해서 찬찬히 보고 읽었다. 보는 것이 먼저이다. 박노해가 페루, 인도네시아, 인도, 파키스탄, 시리아, 에티오피아등지를 다니며 찍은 사진들 가운데 길에 관련된 사진과 단상을 모아 편집한 에세이집이다. 그의 사진과 글은 서로 공명한다. 그는 천상 시인이다. 아름다운 사진 에세이집이다. 그의 길들을 보며 걷지 못한 길을 걷고픈 바램이 생겨난다. 그 길에 서는 것만으로도 그 길만이 나에게 말해줄 것들이 있다는 것을 믿고 알기 때문이다.
Living 일본의 명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라는 영화가 원작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영화는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한국에서 개봉해서 그 곳에 있을동안 기회가 되면 보려 했으나 개봉관이 별로 없어 그러질 못했다. 미국에 돌아와 넷플릭스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랜동안 런던시의 public works의 공무원으로 살던 주인공은 아들내외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하고 직장에서도 변함없으나 고지식한 사람이다. 자신의 생명이 얼마남지 않은 것을 알고 나서는 묵혀 두었던 동네 버려진 땅에 놀이터를 만드는 일에 매진한다. 그리고 장면은 그의 장례식으로, 그를 회고하는 직장동료들의 회상으로, 그의 기억을 일터에서 이어가자는 동료들의 다짐으로 이어지지만 그러나 세상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며 그 다짐은 잊혀진다. 실제 그와는 잠..
올리브 나무 아래 볼 일이 있어 광화문쪽에 나갔다가 시간이 좀 남아 서촌을 걸었다. 우연히 카페와 갤러리를 겸하는 곳을 지나는데 박노해 사진전이 무료로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박노해씨가 요르단, 팔레스타인, 시리아등을 다니며 주로 올리브나무과 그 곁의 삶들을 주목하여 찍은 사진들이었다. 변하지 않는 건 자연과 사람, 생명과 같은 것이 본질임을 잔잔히 알려주는 사진들이었다. 하는 것도 없이 마음만 분주한 한국체류중에 잠시 차분해지는 시간이었다. 그 중 마음에 드는 사진을 엽서로 만든 것을 사 가지고 나왔다. 한참 동안 내 방 어딘가에 놓여있고 오래 바라보게 될 것 같다.
"돈"이 역할을 하는 두 영화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Killers of Flower moon을 보았다. 런닝 타임이 장장 3시간이 된다. 오클라호마의 미국 인디언인 Osage족을 중심으로 그들의 땅에서 발견된 석유와 돈, 백인들의 탐욕과 살인을 여실히, 그리고 탄탄한 연출로(& 영화음악으로도..) 그려낸다. 이미 "아이리쉬맨"으로 3시간 이상되는 그의 영화에 길들여진터라 견딜만했지만 조금은 줄여도 되겠다 싶음직 했다. 호평을 받았을뿐 아니라 오스카 남우주연상으로도 이름을 알린 영화, The Whale도 볼 수 있었다. 한국에 오니 넷플릭스가 추천해 준 영화인데 궁금했던 차에 너무 흥미롭게 보았다. 초고도비만인 주인공과 그의 딸, 죽은 애인의 여동생, 이혼한 아내, 전도자... 다양한 관계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을 통하여 관객에..
Out of Africa 누운김에 쉬어 간다고 오랜만에 아내와 저녁에 영화를 보았다. Out of Africa. 이제는 기억도 안 날만큼 오래전에 보아서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오고 남자가 여자의 머리를 감겨주던 장면, 어마어마한 초원(아마도 응고롱고로가 아닐까?)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장면등이 어렴풋이 다시 기억이 났다. 사랑도 사랑이지만 그것보다는 메릴 스트립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보인다. 나에겐 그녀가 처음 아프리카에 발을 디디던 날, 남성전용사교클럽에서 무시당하던 장면과 영화의 마지막에 같은 사교클럽에서 그 많은 남자들이 메릴 스트립을 존경과 더불어 배웅하던 장면사이의 그녀의 인생이 눈길을 끈다. 힘들게 커피밭을 일구어 개척하고 열매를 맺었지만 그것을 가져가시는 하나님에 대한 어떤 원망도 없이 훌훌 털고 가방을..
무반주 첼로 모음곡 by 바흐, 그리고 카잘스 차분한 영적 리듬속으로 나를 들여 보내야 할때면 늘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들을 듣는다. 책을 읽을 때, 설교문을 적을 때, 생각을 정리할 때 말이다. 그때그때마다 듣는 앨범은 다르다. 파블로 카잘스로 시작해서 피에르 푸르니에, 미샤 마이스키, 로스트로포비치에서 야노스 슈타커까지.. 가장 애정하는 앨범은 피에르 푸르니에와 야노스 슈타커. 그래서 오늘 밤의 pick은 야노스 슈타커. 예전에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뜻밖에 만난 카잘스의 동상이 떠오른다. 카잘스가 이 수도원을 위한 성가곡들을 작곡한 적이 있다고 읽었다. 아마도 그 이유이겠지. 나에게 이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선사한 이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 가끔 바람타고 들려오는 소식을 들을 뿐인데 잘 있으면 좋겠다. 그에게로부터 다시 음악과 인생을 들을 수 ..
녹턴 by 찰리 헤이든 곧 비가 쏟아지려는 토요일 오전. 아내는 베이비샤워에 가고 나는 홀로 주일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 배경음악으로 틀어놓는 가장 최애앨범은 챨리 헤이든의 [녹턴]. 그중에서도 엘 시에고(The Blind)은 정말이지 최고다.
헤어질 결심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들을 상영하는 어느 싸이트에서 일주일 free 이용권을 주길래 냉큼 받아서 본 "헤어질 결심" 이전의 박찬욱 영화들이 무언가 심오하고 훌륭한 것은 알겠으나 나의 개인적인 취향은아니었던터라 이번에도 반신반의. 이야기의 전개, 촬영, 복선이 깔리는 대사 등등 모두영화적으로는 더할나위없이 훌륭하다. 나름 로맨스영화라 이전의 박찬욱 영화들보다 보기에도 훨씬 더 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