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히 사는 이야기68 굳이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오랜만에 SJ가 다녀갔다. 우리는 우리대로, 그이는 그이대로 그동안 바빠서 잘 보지 못했는데 문병을 이유삼아 마주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지난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그이의 삶을 아는 우리는 어렵지 않게 속깊은 삶을 나눌 수 있다. 이혼, 홀로서기, 새로운 일, 재혼.. 이제사 그이는 조금 안정을 찾았다. 여전히 놓지 못하는 이전의 비지니스의 일로 고민해 하는 그이에게 모든 짐을 다 짊어지고 끌고가지 말라고 하였다. 그이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라 결국 나에게도 하는 조언이었다. 무거운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서로 좋아하는 것이 같아서 실컷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이가 20대때 처음 만났는데 50이 되었다. 그이의 인생의 남은 시간들은 좀더 잔잔한 물결같은 인생을 살면 좋겠다. 2025. 6. 12. 아들 아들이 와서 2주동안 있다가 돌아갔습니다. 재택 근무를 하기에 가능했습니다. 일하면서 엄마를 챙기고, 묵은 짐들도 정리해 주고 깔끔하게 청소까지 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여유가 생겨 그동안 만나지 못한 교우들도 만나고 한 숨 돌릴 수 있었습니다.아이는 지 엄마와 성정이 닮아서인지 엄마를 세심하게 잘 챙깁니다. 아내가 마음에 쏙 든다고 좋아했습니다. 수고해 준 아들에게 고맙고 배려해 준 며느리에게도 참 감사합니다. 2025. 5. 24. 보는 것도 잘 분별해서... 아내의 항암약들에 대하여 이것저것 읽어보다가 어떤 분의 투병기(정확히는 그 아내되시는 분)을 읽게 되었다. 꼼꼼히 기록하셔서 다 읽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안보는 것이 나을 뻔 했다. 투병하시던 그 아내가 돌아가셔서가 아니라 그 과정의 일들이 이리저리 얽히고 복잡했다. 다 읽고 나서 힘을 얻어야 하는데 오히려 절망스러운 눈물이 나고 기운이 쪽 빠져 버리고 말았다. 잠시 누워 다시 42편을 되뇌이며 낙심과 절망이 아니라 주님안에서 소망을 품고 주님이 나타나셔서 도울 것을 기도하였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다시 격려를 받아야 했다. 보는 것(읽는 것)도 조심하며 분별해야 하겠다. 2025. 4. 26. 쓸쓸해 보이지만 마음이 가는 사진 포르투를 대표하는 상벤투역에서 도우루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길입니다. 몇 년전 아내와 그 길로 천천히 걷다보니 젊은 사진작가가 거리에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유난히 마음에 들어 구입한 사진 한 점입니다. 저 멀리 포르투 대성당이 보이고 이미 중년을 훌쩍 넘어선 남자가 쇠락한 포르투의 골목길을 걷습니다. 그의 손에는 무엇을 들고 있는 것일까요? 점심을 싸가지고 갔던 도시락 가방인지, 하루일을 마치고 아내가 부탁한 먹거리일지, 혹은 하루의 피로를 달래줄 포르투 와인 한 병일런지요? 안개는 자욱하고 홀로 걸어가는 그 남자를 지긋히 바라보자니 눈물나올만큼 쓸쓸하지만 우리네 인생이 언제가는 저렇게 혼자남아 걸어야 하는 하루라는 것을 말해 줍니다. 뒷모습이라 그저 짐작할 뿐이지만 .. 2025. 4. 7. 아들의 기도 엄마가 새로운 약으로 항암치료를 받으러 간다는 걸 알고 아들이 전화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거의 매일 전화해서 엄마와 다정다감한 대화를 나누는 아들입니다. 전화끝에 엄마를 위해 기도해 주겠다고 하면서 한국말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들의 기도를 전화를 통하여 듣는 부모는 참 행복한 부모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항암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2025. 4. 1. 네 번째 항암제와 치료 지난 12월부터 사용하던 두 가지의 면역항암치료제가 듣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3월 CT결과는 암이 커지고 전이되었습니다. 실망스럽고 힘들어서 자주 눈물이 나옵니다. 아내와 붙잡고 울었습니다. 다음 주부터 새로운 항암제로 치료를 이어갑니다. 이 항암제의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지 않으면 새로운 표적항암제와 병행합니다. 이제는 치료약의 옵션도 거의 없습니다. 척추쪽에도 암이 번진 것이 보여서 MRI를 찍고 필요하면 방사선 치료도 해야 합니다. 하루에 하나씩만 생각하려 합니다. 이번에는 정말 약이 잘 들어서 치료에 차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5. 3. 30. 이전 1 2 3 4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