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히 사는 이야기58 구름낮은 날 오랜만에 아내와 랜초를 찾았습니다. 바쁜 스케줄에, 겨울비가 오기도 해서 한 주를 걸렀습니다. 바닥이 약간 축축하기는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겨울답게 먼지는 전혀 없고 공기를 더할 나위없이 상쾌합니다. 야생 칠면조와 사슴들이 뛰노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도 조금 오르니 오전의 안개가 발아래로 휘감아 돕니다. 아내와 산책하는 2시간 남짓은 오롯이 대화에만 집중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늘 목적지로 삼는 정상(?)에 올라 바나나와 팥죽 봉지를 나눠 먹고 내려옵니다. 감사한 하루입니다. 다음 주는 연말휴가로 엘에이에 다녀오니 새해가 되어야 다시 찾게 될 것 같습니다. 2024. 12. 21. 시편 140편과 탄핵 한 주동안 일상의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기도가운데 조국을 생각하였고 공의가 바로 서기를 바랬다. 지난 밤에 마음졸이며 늦도록 결과를 기다리다가 탄핵투표의 결과를 보고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묵상에 주신 말씀, 더할나위없이 적절하고 위로와 용기가 되는 말씀이다. 갈 길이 남아 있지만 불의한 자들이 그 불의함으로 심판받기를 바랄 뿐이다. ---------------------------------------------------------------140:1 여호와여 악인에게서 나를 건지시며 포악한 자에게서 나를 보전하소서 140:2 그들이 마음속으로 악을 꾀하고 싸우기 위하여 매일 모이오며 140:3 뱀 같이 그 혀를 날카롭게 하니 그 입술 아래에는 독사의 독이 있나이다 (셀라)140:4 여호와여 .. 2024. 12. 15.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아내의 상태로 괜찮지 않았습니다. 순간순간 울컥하는 마음을 어쩌지 못합니다. 하지만 기도합니다, 말씀을 읽습니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 그 분을 신뢰합니다. 그래서 괜찮지 않지만 괜찮습니다. 내일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항암제로 치료를 시작합니다. 최선을 다해보자고 아내와 기도하고 다시 이 싸움을 계속하려 합니다. 2024. 12. 9. 마음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추수감사절 연휴에 시작하여 꾸역꾸역 끝냈습니다. '꾸역꾸역'이라 함은 그 책이 주는 무게와 감정이 전달되어서이기도 했고 또 제 마음이 그 감정들을 받아들이기에는 심란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되고 마음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 '내 마음이 확정되었사오니',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는 것같은 마음이라도 하늘을 바라 봅니다', '마음이 상한 자를 돌보시는 주님' 이런 구절들이 눈에 들어오며 차분해지는 마음을 경험합니다. 그 마음을 잃지 않도록 기도의 자리로 나아갑니다. 그래야 그나마 버틸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4. 12. 4. 2024 추수감사절 주일예배를 마치고 아내와 라스베가스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 곳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자이언캐년이 있는 유타로 향했습니다. 유타로 출발하기 전에는 신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서로 온라인으로 간간히 소식만 전하던 서장혁 목사를 만나 20여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인생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자이언까지는 2시간 40분 남짓이면 도착합니다. 카드회사에서 주는 무료숙박권을 이용해서 자이언 바로앞의 스프링데일에서 묵었습니다. 다음 날은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아서 하이킹을 포기하고 다시 1시간 반을 달려 브라이스 캐년으로 갔습니다. 겨울이라 많은 곳이 문을 닫았을것이라 예상되어 미리 주먹밥과 컵라면을 가지고 갔는데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 국립공원안의 스토어에서 뜨거운 물을 부으려 했는데 개인적으.. 2024. 11. 30. 홍시 가을이 되니 미국에 사는데도 홍시가 눈에 띕니다. 누군가 홍시를 주셔서 며칠 익힌 후에 아내와 함께 먹으니 참 맛있습니다. 잊고 있었던 홍시의 맛에 다시 감격하게 됩니다. 홍시를 먹으며 며칠 전에 읽었던 하이쿠가 계속 머리에 떠오릅니다.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인 나쓰메 소세키의 글이라네요.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나이가 먹을수록 젊었을 때 미숙했던 제 모습들이 불쑥불쑥 생각납니다. 떨디떫었던 저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사람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아마도 저는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더 많을 겁니다. 그 때의 제 모습은 잊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그건 그저 바램일 뿐입니다. 다시 만날 기회들이 있다면 그 때의 실수를 고백하고 조금 떫은 맛은 사라졌기를 .. 2024. 11. 18.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