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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히 사는 이야기

쓸쓸해 보이지만 마음이 가는 사진

by yosehiker 2025. 4. 7.

포르투를 대표하는 상벤투역에서 도우루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길입니다. 몇 년전 아내와 그 길로 천천히 걷다보니 젊은 사진작가가 거리에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유난히 마음에 들어 구입한 사진 한 점입니다. 

저 멀리 포르투 대성당이 보이고 이미 중년을 훌쩍 넘어선 남자가 쇠락한 포르투의 골목길을 걷습니다. 그의 손에는 무엇을 들고 있는 것일까요? 점심을 싸가지고 갔던 도시락 가방인지, 하루일을 마치고 아내가 부탁한 먹거리일지, 혹은 하루의 피로를 달래줄 포르투 와인 한 병일런지요? 

안개는 자욱하고 홀로 걸어가는 그 남자를 지긋히 바라보자니 눈물나올만큼 쓸쓸하지만 우리네 인생이 언제가는 저렇게 혼자남아 걸어야 하는 하루라는 것을 말해 줍니다. 뒷모습이라 그저 짐작할 뿐이지만 그래서 저 남자의 눈길이 안개에 가려져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은 대성당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괜찮겠지요? 

주일 저녁입니다. 가장 평안한 시간, 저도 저 사진속의 주인공과 함께 대성당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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