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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180

단 한 번의 삶 &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김영하의 [ 단 한 번의 삶]과 같은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그저 '좋아합니다'라는 정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그렇게 나의 삶의 특정한 순간들, 사건들, 관계들을 글로써 풀어 낼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영하의 글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가슴뛰게 하며 나를 돌아보게 한다면, 김혜령의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는 어떤 모양으로든 상실을 맞닥뜨려야 하는 모든 이가 마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곱디 곱던 할머니도 치매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 곱고 정갈하며 자기 앞가림에 말이나 행동에서 빈틈이 없던 분이 무너져갔던 것을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 돌아보니 참 처절했습니다. 저자의 아버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간병하며 느.. 2025. 5. 14.
혁명이 시작된 날 사순절 기간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다루는 책을 읽고 배우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올해는 플레밍 러틀리지의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읽을까 아님 톰 라이트의 [혁명이 시작된 날]을 읽을까 하다가 톰 라이트로 결정했다. 지난 2년간 플레밍 러틀리지의 사순절-부활절 설교들을 읽었기에 한 해정도 건너뛰고 내년에나 다시 그녀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톰 라이트는 구원을 창세기의 창조와 소명으로 연결지어 큰 그림을 그린 이후에 로마서의 중요한 장들-3, 8장-의 구속과 회복(특히나 8장의 만물의 회복은 그에게 좁은 의미의 '천국가는 구원'을 넘어서고 포함하는 구속의 절정이다)을 촘촘하게 설명한다. 그 부분이 좀 어렵기는 하지만 끝까지 따라가면 그가 제시하는 구원과 하나님 나라의 광대함이 머리를 넘어 마음속으로.. 2025. 4. 17.
산티아고, 포르투갈길에 관한 책 지사 근무로 젊은 시절에 살았던 포르투갈에서 14살의 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다시 그 곳을 찾아 간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결코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이제는 나이가 먹어 다시는 아이를 추억하며 포르투갈에 올 수 없다는 마음으로 저자의 부부는 포르투갈을 찾고 추모예배후에 산티아고까지의 길을 걷는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볼 의미가 있었다. 모든 산티아고 기행문이 그렇듯 누구나 자기의 이야기, 자기의 목소리를 들려줄 뿐이다. 하나로 묶어지는 그런 산티아고는 없다. 많이들 찾지 않는 포르투갈길이어서 궁금했고 길 자체에 대한 의문이 많이 풀렸다. 몇 년전 아내와 포르투를 갔을 때 유유자적하며 포르투 시내를 걷던 중 대성당에 들렀다. 그곳에서 만난 산티아고 순례길을 상징하는 노란 조가비. 오랜 친구를 만.. 2025. 4. 2.
이처럼 사소한 것들 안식하는 월요일 한나절에 끝내기 적당한 분량이라 읽었다. 처음 시작부터 계속해서 드는 생각은 '이 책 뭐지?' 중간까지는 '스토너'와 중첩이 되었다. 인간의 삶, 아니 일상이란 어떤 것일까?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 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내일이 저물 때도 생각이 비슷하게 흘러가면서 또다시 다음 날 일에 골몰하리란 걸 펄롱은 알았다." 딸들에 대한 기대와 걱정, 아내와의 소소한 사랑과 갈등, 일속에서 겪는 기쁨들, 걱정들. 나의 일상이나 주변의 일상들이 이것과 뭐 그리 다르겠나 싶으.. 2025. 3. 11.
A Little Handbook for Preachers - Mary Hulst 아이가 칼빈 대학교에 입학하던 날, 신입생과 부모들이 함께 예배를 드렸다. 학교의 교목이 설교를 하는데 얼마나 은혜로운 설교를 하는지 설교자인 내 자신도 정말로 감동적이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런 설교를 4년 내내 채플에서 들을 수 있는 내 아들은 복되다!!' 그런 기대는 꼭 부모의 바램대로는 되지 않는 거 같다.^^ 나중에 들으니 교목인 Mary Hulst는 이미 꽤 유명한 설교자라고 알려진 분이었다. 그녀가 쓴 [A Little Handbook for Preachers]라는 책을 아주 조금씩 읽었다.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주 편하고 적절한 설명과 예화로, 논리로 각각의 챕터가 다루는 설교의 스타일들을 풀어나가는데 무척 유익하다. 가장 익숙한 회중들인데도 아직도 설교도중에 내 두 손을.. 2025. 3. 11.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저자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점점 시력을 잃게 되어, 결국은 실명하게 되는 병을 앓고 있다. 그는 결혼을 했고 귀여운 아이가 있다. 우연치않게 시작한 책이었는데, 그리고 잠자리전에 편히 읽자고 집어들었는데 읽는내내 힘들었다. 시력을 잃어간다는 것(갑작스럽게, 혹은 천천히), 그 상실과 여전히 '한가지'만을 잃어 버렸기에 살아가야 할 인생이 있다는 것, 길을 찾고 문을 열고 요리를 하고, 심지어 목공까지.. 그것이 상실, 장애인지, 아님 그저 하나의 '불편함'인지 계속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이것은 다른 약함을 가진 이들의 저항의 역사를 보여주고, 연대를 말하며 세심한 배려를 요청한다. 동시에 인간적인 '욕구'를 가감없이 털어놓고 결국에는 반드시 지게 될 싸움이라는 현실과 그 현실에서 자기 .. 2025.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