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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178

승효상의 [묵상] 저자는 무척이나 유명한 건축가입니다. 그가 쓴 이 책은 여행기인지, 말그대로 묵상집인지, 알쏭달쏭합니다. 그의 개인적인 삶과 신앙, 건축, 특히나 수도원이 주는 영적인 의미를 너무나 종교적이지 않게, 그러나 영적으로 풀어냅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아, 한번은 가서 하루이틀 자면서 묵상하고 그 안에 젖어들고 싶다'라는 수도원들이 생기네요. 특히나 르 토로네와 라 투르트 수도원이 그렇습니다. 르 토로네 수도원은 아내와 안식월동안에 갔었던 아비뇽과 멀지 않았는데 그런 수도원이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르 코르뷔지에가 등장합니다. 저자가 마지막까지 붙잡은 화두, '진리란 무엇인가? 평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묵상이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마음이 신산스러웠던 연말을 지나며 어디로 가야할지 .. 2025. 1. 7.
영성 없는 진보 저자는 일단 보수는 가능성이 없다고 접어 놓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진보의 진정한 가치는 나와 전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시각과 가치관, 실천에서 나온다고 주장합니다. 그 예로 전태일과 서준식을 꼽습니다. 책의 한 부분에서 현정부과 대통령의 몰락 가능성을 이야기했는데 그 사이에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나와 전체를 하나로 봄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어그러진 세상을 회복시키려했던 섬김과 희생으로(저자는 딱 그렇게 주장하지는 않지만) 드러남이라고 개인적으로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에 역사의식을 가진 영성/기독교의 희망은 결국 이 땅에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를 애둘러 말한 것 아닐까요? 얇은 책이지만 주장이 확실하고 모르거나 명확하지 않았던 사상/이론들을 분명히 설명해 주는 장점이 있.. 2024. 12. 20.
Solvitur Ambulando Solvitur Ambulando. '걸으면 해결된다'는 라틴어 문구입니다. 그렇습니다. 걷는 것은 제게 일상의 구원이고 기쁨입니다. 걸을 때마다 막혀있던 것이 뚫리고 답답하던 것이 해소되는 경험을 합니다. 새로운 생각들이 용솟음칩니다. [길 위에서]라는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작은 책이지만 어찌나 내 마음을 대변하여 주는지요. 신부님의 말씀처럼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새로워지기 위해 걷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이 컵에 커피를 마십니다. 메릴랜드의 아팔래치안 비지터 센터를 방문했다가 단박에 구입했던 컵입니다. 15년정도된 것인데 사실 보이지 않는 반대쪽 입술이 닿는 곳이 조금 깨졌습니다. 버릴까하다가 그래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왠지 그 깨어짐이 걸.. 2024. 12. 13.
하루, 예배의 순간 각각 미국의 중부 미시간과 서울에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하면 일상이 예배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를 고민하며 나눈 편지를 책으로 옮긴 글들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자연스레 예배의 순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생각하고 묵상한 저자들의 나눔이 참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멍때리기, 망친 케이크, 그리고 놀랍게도 요즘 제가 감명받은 구절인 김연수 작가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가 마지막 편지에 등장하여서 감동이었습니다. 그것이 일상의 예배로, 일상의 순간순간을 기쁨과 감사로 살아갈 때 그것이 일상 예배자의 모습의 하나일 것이라는 저자들의 말에 아주 공감하며 책을 닫습니다. 2쇄를 찍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내 일처럼 기쁩니다. 2024. 12. 11.
[정원에서 길을 물었다] 식물원에서 일하는 정원사가 쓴 식물원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영적 여정과 교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의 일에 대한 열정과 깊은 묵상이 절묘하게 만납니다.하찮아 보이는 일상과 영성의 만남을 풀어낸 책의 백미로 로렌스 수사의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꼽습니다. 이 책은 그 이상입니다. 한 해에 몇 권 읽지 못하는 책들이고 아직 2024년이 한 달이나 남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올해 최고의 책입니다. 2024. 11. 23.
밥 먹다가, 울컥 국밥을 좋아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통영의 전통시장에서 새벽에 먹었던 물메기탕이고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와 공유하는 추억도 설렁탕입니다. 그래서 이름난 국밥집에는 항상 끌립니다. 그 중 하나가 '광화문 국밥'입니다. 지난 겨울에 혼자 찾아가 먹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냥 먹었다고 하기에는 아쉽고 국밥 한 숟가락을 뜨기전에 물끄러미 바라 보았더랬습니다. 아주 깔끔하고 시원한 돼지국밥이었습니다. 그 국밥집은 박찬일 쉐프라는 분이 운영하는 집입니다. 원래는 이탈리안 쉐프라고 합니다. 이탈리안 쉐프가 국밥집을 열게된 연유는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 분이 [밥 먹다가, 울컥]이라는 책을 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포인트가 있어서 공짜로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과 음식에 얽힌 개인의 추.. 2024.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