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히 사는 이야기65

홍시 가을이 되니 미국에 사는데도 홍시가 눈에 띕니다. 누군가 홍시를 주셔서 며칠 익힌 후에 아내와 함께 먹으니 참 맛있습니다. 잊고 있었던 홍시의 맛에 다시 감격하게 됩니다. 홍시를 먹으며 며칠 전에 읽었던 하이쿠가 계속 머리에 떠오릅니다.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인 나쓰메 소세키의 글이라네요.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나이가 먹을수록 젊었을 때 미숙했던 제 모습들이 불쑥불쑥 생각납니다. 떨디떫었던 저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사람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아마도 저는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더 많을 겁니다. 그 때의 제 모습은 잊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그건 그저 바램일 뿐입니다. 다시 만날 기회들이 있다면 그 때의 실수를 고백하고 조금 떫은 맛은 사라졌기를 .. 2024. 11. 18.
미국 대통령 선거 다음날 어제 늦은밤에 대략적인 결과를 보고 잠이 들었다. 2016년만큼의 충격은 아니다. 사람은 적응하게 되어있나보다. 아침이 되니 늦가을의 바람이 세차다. 겨울이 일찍 오려나? 옷깃을 여미어야겠다. 그리고 내가 사는 이 땅을 위하여 기도해야겠다. "여호와여 거짓된 입술과 속이는 혀에서 내 생명을 건져 주소서"(시편 120:2) 2024. 11. 7.
아주 오랜만에 랜초 어제까지는 바람이 불어서 조금 쌀쌀했는데 오늘은 최상의 가을날씨다. 아내의 수술이후로 처음으로 랜초에 왔다. 우리가 늘 걷는 전망대까지의 왕복 5마일은 언제 다녀왔는지 기억에도 없다. 아내는 자신의 다리 근력을 확인해 보고 싶어했다. 11월말에 가까운 곳에 여행이라도 하려고 하는데 그곳에 하이킹 트레일이 있어서다. 천천히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싸가지고 온 김밥도 먹고 중간중간에 쉬느라 평소보다 40분이나 더 걸렸지만 아내가 참 잘 걸었다. 좀더 자주 걸으며 건강하고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2024. 11. 6.
항암 주사실에서.. 오늘은 아내가 3차 항암 주사를 맞았다. 주사실은 항암 환자들로 꽉 차있고 간호사들은 분주하다. 한 간호사당 대략 2명의 환자를 돌보는 것 같다. 아내의 항암 주사는 30분이면 맞지만 이런저런 준비와 마무리까지하고 나면 대략 50분은 걸린다. 한 사람의 보호자가 동행하여 들어가서 필요한 것들을 챙겨줄 수 있어서 매번 따라 들어간다. 아내의 바로 옆자리에서 항암주사를 맞던 여자가 주사를 마치자 담당 간호사가 주변의 간호사들을 부른다. 무슨 증서와 더불어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한다. 알고보니 증서는 항암을 마친 것을 증명하는 것이고 간호사들이 둘러서서 수고했다고 축하의 노래를 불러준다. 미국은 이런 걸 참 잘하는 것 같다. 주변에서 박수도 쳐주고 다들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고통을 함께 통과하는 사람들만이 갖.. 2024. 10. 29.
발톱 지난 6월에 그랜드캐년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하이킹을 마친후에 발톱을 보니 부어있고 퍼렇게 멍이 들었다. JMT를 비롯하여 많은 트레일을 다녔지만 발톱이 빠진적은 없었기에 가라앉겠지 싶었다. 더군다나 지난 몇 년간 내가 신은 하이킹 신발은 Altra인데 그건 나의 발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지켜주었기에 발톱이 빠지리라 의심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 발톱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내가 손으로 직접 뽑아야하나 고민할 만큼 상태가 좋질 않았다. 샤워할때도 조심하며 지켜 보았다. 그리고 거의 4달이 지났다. 그 사이에 죽어버린 발톱은 아래서 새로운 발톱의 살이 올라오며 위쪽으로 밀려와 내가 두 번이나 조심스레 깎아 주었다. 이제 한번 정도만 더 깎으면 죽은 발톱은 사라질 것 같다. 어떤 식으로.. 2024. 10. 28.
두 사람의 방문 JH이와 HY이가 각각 내쉬빌과 엘에이에서 아내 병문안을 와서 2박 3일을 있다가 갔다. 이 사람들을 처음 만난것이 98-99년무렵이다. 처음 간사로 사역하던 무렵의 UCLA에서다. 그리고 이제 25년의 세월이 흘러 우리는 이 자리에 있다. JH이는 아내를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데도 마지막에 만났던 때가 엊그제인 것처럼 속깊은 일상의 대화들을 이어나간다. 2박 3일동안 정말이지 많이 이야기하고 웃고 마음을 터놓고 공감했다. 우리의 짧은 인생속에서 무엇이 남을까? 바로 사랑하는 이들과의 소중한 추억이다. 오래오래 기억될 소중한 시간들과 사랑과 배려를 누리며 그 시절의 사람들이 보고싶고 그리웠다. 2024.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