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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히 사는 이야기66

여전히 익어가는 중 우리 집은 투베드룸 아파트이다. 작은 방을 서재 겸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이 작은 방에서 지난 11년동안 기도하고 설교, 성경공부를 준비하고 책을 읽고 묵상했다.리빙룸에 있던 작은 장식을 작은 방 문에 달았다. 말그대로 그냥  나이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괜찮게 '익어가는' 인생이 되면 좋겠음직한 바램으로 말이다. 무언가 균형이 맞지않아 조금 삐뚤어져 있다. 아주 애를 쓰면 바로 잡을 수 있겠지만 그냥 놔두고 있다. 그게 내 모습같다. 익어가기를 바라지만 여전히 실수하고 고뇌하며 나를 향하여 굽어있는 모습말이다. 방을 들어설 때마다 이런 바램과 현재의 내 모습사이의 간격을 확인하며 그럼에도 이 방안에서 익어가기를 기도한다. 2024. 6. 5.
내 영혼의 스승들 책을 통해 스승들을 만났다. 나에게는 어떤 선생님들이 있었는지 한번 생각해 보았다. 유진 피터슨/존스토트/래리 크랩/플레밍 러틀리지/브레넌 매닝/박영선/김선주/김훈/파커 팔머/달라스 윌라드/최창남/팀 켈러/강산어떤 분들은 단지 두 어권의 책으로(그 중 세 분은 각각 단 한권으로), 다른 분들은 여러 권으로 나를 가르쳤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적은 책으로 감화를 주신 분들은 삶으로 영향을 주신 분들이다. 비록 책이나마 좋은 스승들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께 참 감사한 아침이다. 2024. 6. 2.
데이빗 호크니 지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멋있다고 했더니 가져가라며 주었다.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예술가들은 대단하다. 사람들이 막연히 생각만 하는 것을 어떻게 이렇게 그려낼까? 이 그림을 볼때마다 나는 팜 스프링스의 작열하는 태양아래의 작은 집을 떠올린다. 그만큼 팜스프링스를 가보지도 못했지만 한 20여년전에 중고등부 수양회며, 목회자 모임으로 갔던 적이 있는데 왠지 모르게 이 그림은 그 곳을 생각나게 한다. 오랜동안 그 자리에 있던 사진 프레임이 이제 더 이상 낡아 걸어둘 수가 없는 지경이 되어 바꾸었다. 카피한 그림이고 아크릴 프레임에 넣어니 아무래도 그림자가 비췬다. 우리 집 소파랑 기타.. ^^ 2024. 5. 31.
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 시인의 [파장]의 한 대목이다. 자주 설교에 인용하며 우리의 존재가, 공동체가 질그릇같지만 그 안에 보배를 가졌음을 말하곤 했다. 신경림 시인이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읽는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시인의 시들을 몇 개 읽는다. 아무쪼록 시인이 쓰신 시처럼 이제 평안하시길. [집으로 가는 길]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석양 비낀 산길을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를 묻으면서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콧노래 부르는 것도 좋을 게다지나고 보면 한결같이 빛 바랜 수채화 같은 것거리를 메우고 도시에 넘치던 함성도물러서지 않으리라 굳게 잡았던 손들도모두가 살갗에 묻은 가벼운 티끌 같은 것수백 밤을 눈물로 새운 아픔도가슴에 피로 새긴 증오도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그것들 모두 땅거.. 2024. 5. 23.
요세미티 캠핑 2004년인가 어느 대학부를 사역하고 있을 때 여름 수양회를 요세미티로 갔다. 소위 High Sierra라고 부르는 요세미티의 뒷편이다(관광객들은 거의 가지 않는 곳이다). 당시 산타바바라로 이사온 종학/지은 부부를 초대했는데 8월의 날씨치고는 이상하게도 비가 많이 왔다(캘리포니아는 여름에 거의 비가 오지 않는다). 고산지대라 소나기는 가끔 있지만 이렇게 비가 많이.. ㅠㅠ 셔틀버스 운전기사도 이런 날씨는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텐트에 물이 찰 정도라 일정을 다 마치지 못하고 철수를 했다. 그 와중에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은 토하고 난리치고(아들도 아직 기억하고 있는 추억이다) 내 잘못은 아니었지만 호언장담했던 요세미티 구경을 못 시켜준거 같아 아쉬웠다. 이번에 교회의 포럼을 준비하는 중에 우종학교수가 .. 2024. 5. 19.
아들이 다녀갔다 목요일 밤늦게 와서 이틀을 보내고 Mother’s day인 오늘 새벽에 미시간으로 돌아갔다. 며느리는 함께 오려다 갑작스레 직장이 바뀌는 바람에 오지 못했다. 엄마가 아픈 바람에 1년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엄마를 만났다.다른거 없이 오자마자 우리를 위해 큰 청소를 해주고 선물도 주고 그동안 그리웠던 설렁탕이며 한국 음식을 실컷 먹고 또 싸가지고 갔다.원하던대로 엄마와 실컷 얘기하고 뒹굴거리며 그렇게 일상을 보냈다. 어디에가던 엄마손을 꼭 잡고 걷는다. 뒤에서 보고 있자니 눈물이 핑 돌만큼 감사하다. 2024.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