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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단상

강하고 빠른 개울을 건너는 법

by yosehiker 2024. 7. 11.

존 뮤어 트레일을 걷다보면 여러가지 불편한 점들이 있다. 일단 나의 경우에는 모기가 가장 힘들고 화장실같은 것은 불편을 감수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실제에서는 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일상의 불편이나 그것을 좀 넘어서는 수준이지, 위협의 수준은 아니다. ‘위협’이라고 할때는 정말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체적으로 트레일도 잘 닦여져 있고 돌발행동만 하지 않는다면야, 그런 위협을 몇 가지 안된다. 흔히들 물어오는 ‘곰은 없어요?’라고 하는 곰이나 다른 야생동물이 주는 위협을 마주한 적은 없다. 차라리 흔하지 않지만 뱀이나 벌이라면 모를까.

 실제로 경험한 가장 기억에 남는 위협은 눈이었다. 7-8월에 눈이라고? 그렇다. 지난 겨울의 적설량에 따라 3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서는 7월까지도 발이 푹푹 빠지는 눈밭이 지천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발밑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 한발, 한발이 조심스럽다. 그러나 눈밭보다도 더 위협적인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creek crossing, 즉 개울 건너기이다. 말이 개울이지, 조금 작은 수준의 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특히나 눈이 많이 온 해의 여름은 그 눈들이 녹아 처음으로 흘러내리는 높은 봉우리밑에 위치한 개울들은 그 양과 빠르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존 뮤어 트레일에서 가장 많은 사망사고는 이렇게 적설량이 많은 해에 개울을 건너다가 휩쓸려 내려간 경우들이다. 

어떻게 이 개울들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을까? 힘 센 사람이 앞서고 그 사람이 건네는 손이나 하이킹 폴을 붙잡고 건너기?, 혹은 그 힘 센 사람이 자기 짐을 먼저 옮겨놓고 다시 건너와 약한 사람의 짐을 지고가고 약한 이는 자기 몸만 지탱하여 건너기? 여러 사람이 한 줄로 서서 서로를 지지대 삼아 건너기. 모두 틀렸고 이런 방법은 치명적인 위험으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3사람이상이 소위 ‘스크럼’을 짜고 건너는 방식이다. 그래야만 서로에게 가장 안정적이고 견고한 힘이 되어줄 수 있다.

교회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아마도 거칠고 빠른 개울을 지나고 있는 듯한 시간이다. 혼자서는 안되고, 능력있다 여겨지는 이가 다 감당하려해서도 안된다. 각자의 힘은 다르지만 서로 기다려 ‘스크럼’을 짤만 할때가 되었을 때 서로 그렇게 어깨동무를 하고 힘을 보태며 개울을 건너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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