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히 사는 이야기

어쩔 수 없이 엿듣게 된 대화

yosehiker 2023. 11. 25. 16:24
날씨가 영하로 떨어진 토요일 아침. 아내의 호중구(백혈구) 수치 검사를 위해 병원을 들른 후(주사를 맞았더니 수치가 올라가서 다행) 가까운 설렁탕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옆 테이블에 아빠와 고등학생 아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식사내내 아빠는 아들에게 '대학입학, 의대, 인생은 한방, 로또, 미국로또는 당첨되면 얼마인줄 아니'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 놓는다.
내가 아빠라면 둘만 있는 주말식탁을 저리 보낼까 싶지만 신기한 건 고등학생 아들. 조용히 듣다못해 긍정과 동조의 대답까지..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에서 인상에 남는 구절은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계속하면 그 이야기의 한 부분이 된다'는 것이었다. 토요일 아침의 그 고딩아들은 이미 아버지의 이야기의 한 조각이 된 것일까?
주말아침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그 영화가 생각이 났다. 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고 있을까.. 나는 어떤 이야기의 한 부분이 되고 싶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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