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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공원 & 트레일

Alta peak in Sequoa NP(6월, 2016년)

교우가 심방을 요청해 왔다. 그것도 산으로..ㅎㅎ 직장일과 다른 사역들로 피곤해하며 함께 산에 가자는 심방. 이런 심방은 거절할 이유가 없다. 주일 오후에 NBA 마지막 7차전도 포기하며 5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Sequoia 국립공원의 lodgepole campground. 먼저 가까이에는 있는 General Sherman tree라고 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largest) 나무를 잠시 들려주시고(높이와 둘레를 합한 면적으로 가장 크다는 뜻이다), 캠프장에 들러 여장을 풀고 아내가 싸준 돼지 불고기로 소박하지만 너무 훌륭한 Father’s day 식사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5:30경에 눈을 떠서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이번 심방의 가장 중요한 일정인 alta peak 하이킹을 시작했다. Alta는 스패니쉬로 ‘높다’라는 뜻인데 실제로 그 높이는 11207 피트(3415미터)에 달하는 만만히 볼 산이 아니다. 전체 elevation gain은 4000피트이고 정상까지의 거리는 7마일인데 초반 5마일에 2000피트를 올라가고 나머지 2마일에 2000피트(여기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ㅠㅠ)를 올라야 한다. Wolverton trailhead에서 시작한 하이킹을 시작한 시간이 7:13AM.

5마일의 첫 구간은 너무 편안한 트레일이다. 꽃도 보고 과일도 먹고 에너지 바도 먹고 곰 바위도 보면서 마지막 2마일을 남겨둔 갈림길에 도착하니 10:23AM.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2마일이니 비록 고도가 있다고 해도 2시간이면 충분히 갈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 생각은 오산이었다. 실제로 2마일보다 훨씬 더 길어보이는 트레일. 조금 희박해진 산소와 가파른 고도. 헉헉거리며 정상부근에 이르니 마지막 구간은 눈으로 덮혀있어 옆으로 가로질러 정상 바위에 도착하니 시간이 2:15분이다. ㅠㅠ 햇볕을 가려줄 곳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먹으려했던 누텔라 샌드위치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는 상황이고 그래서 내려가서 먹자며 하산을 결심했다(이게 또다른 착오였다). 맨 왼쪽 사진에서 눈으로 가야하는 부분이 정상으로 가는 길인데 크램폰이 없어 빨간 줄을 따라 옆으로 돌아 정상에 이름. 하지만 생각보다 힘든 길. 위에서 바라본 Great western divide와 잊을 수 없는 프렌치 파이. ^^



비록 내려오는 길이 편하기는 하지만 편도 7마일의 거리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이 무조건 걸어야 하는 거리이다. 마지막 2마일 가량을 남겨놓고는 먹은게 없고 물과 게토레이만 마시니 약간의 탈진 증세까지 겹치고….

그런데…..

갑자기 저앞에 무엇인가 움직인다. 이런, 곰이다!!!!!!!!!

커다란 녀석이 어슬렁 거리며 나타나더니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먼저 걷고 있다. 일단 주변에 새끼곰이 있는지 확인하고(그럴 경우 엄마곰은 무척 예민해지고 공격적이 된다),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으며 하이킹 스틱으로 우리가 있다는 것을 계속 알리며 내려오다 보니 탈진 증세고 뭐고 싹 사라져 버렸다. ㅎㅎ

파킹장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45분. 샤워를 하고 햄버거를 먹는데 먹을 수가 없다. 겨우 반을 먹고 출발하여 집에 돌아오니 밤 11:20분. 내 얘기를 들은 아내가 차려준 계란조림에 김치찌게에 밥 한 그릇을 먹으니 살 것 같다.

심방은 어땠을까? 오가는 길에 나눈 얘기들로 서로를 이해하고 힘이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