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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단상

이정표가 되는 사람

산을 오르다보면 이 트레일이 저 오른쪽의 산봉우리를 치고 올라갈지, 아님 왼쪽의 능선을 따라 스위치 백으로 올라갈지 분간이 되지 않을때가 있다. 그럴때는 어쩔 수없이 앞서간 사람의 흔적을 쫓게 마련이다.

‘아, 저렇게 올라가고 있구나’를 바라보면 동시에 나의 위치를 확인한다. 먼저 가는 이를 쳐다보며 ‘언제 저기까지 가지?’라는 생각을 떨칠수는 없지만 그러다 보면 지금 나의 처지(?)가 애처롭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기보다는 기운이 빠진다.


하지만 ‘나도 한 발자국씩 가다보면 저기까지 도달하겠구나’로 생각을 바꾸면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딜 용기가 생긴다. 산을 오르며 품어야 하는 생각중의 하나는(그것은 어떤 형태의 걷기와도 관련이 있다) 우리가 걸어야 할 절대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 절대거리를 주파하는 속도를 아무리 높이려고 해봐야 실제로 그 시간차이는 얼마 안되고 오히려 힘만 더 빠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오히려 그 절대거리에 대한 일종의 현실적 경외감을 가지고 걷다보면 그 지점에 어느틈엔가 도달해 있는 것을 경험한다.


산에서 앞서가는 이들, 소위 seasoned leader들은 결코 속도를 강조하지 않는다. 우리가 마쳐야 하는 거리에서 지혜롭게 자신을 다스리며 걷는 법을 일깨워준다. 인생과 신앙의 존경받는 많은 리더들은 동일한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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