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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단상

증인들

넷째날은 도나휴 패스를 넘는 날이었다. 이번 백 패킹의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고 그날 걸어야 하는 코스가 길기도 해서 긴장이 되었다. 다행히 패스아래까지는 완만한 경사이기는 했지만 절대 거리는 줄일 수가 없어 일행과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숨이 무척이나 차 올랐다.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데 이미 패스 정상에 도착한 일행들의 모습이 보인다. 모두 배낭을 내려놓고 바위에 걸터앉아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뭐 내가 죽을 정도는 아니인지라 아무도 내려와서 도움을 주려는 이는 없었고 나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내가 올라가려는 길이 눈에 덮혀 있으니 ‘이리로 올라오라’고 길을 안내해 주고 손짓해 주는 정도였다. 오르다 말고 그들의 사진을 찍었다.

어휴, 얄미워라. ㅋㅋ 다섯 모두 나에게는 증인들이다. 그들을 비록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은 아니지만 ‘모든 무거운 것을 벗어 버린, 인내로써 앞에 당한 경주’를 마친 이들이다. 경주를 마쳤으니 내려올 턱이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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