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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T(존 뮤어 트레일)38

호의와 거절 금요일 일정의 종착지인 dusy basin에 이르니 하루종일 14마일을 걸었을 뿐 아니라 3천피트가 넘는 고도를 올려서인지 몸이 피곤하다. 잽싸게 텐트를 쳤는데 내일이면 일정이 끝난다 생각하니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끙끙거리며 오한이 난다. 친구인 토니 목사가 끓여다준 뜨거운 물을 마시니 좀 낫다. 힘들어도 뭐라도 먹어야 회복된다는 말이 맞기도 해서 억지로 Thai Curry를 몇 숟가락 떠 넣는다. 옆에 앉은 김 목수가 등도 문질러주고 하더니 내가 애처러워 보였는지 자신의 오리털 슬리핑 백을 가져와 내 등에 덮어주고 목덜미 부근까지 감싸준다. 순간 따뜻해지고 그 마음씀씀이에 고마워지려는 찰나, 코를 찌르는 냄새.... '이거 냄새 너무 심해요'라고 호의를 거절하니 옆에 앉은 토니 목사는 혼.. 2023. 8. 5.
유혹 금요일은 그 악명높은 golden staircase를 내려와(북쪽에서 내려와 이 길을 올라가는 이들에게는 최악이다) 다시 Le Conte ranger station을 지나 공식적으로 JMT를 마치고 옆길로 벗어나 비숍패스 아래의 dusy basin까지 걸어야 하는 14마일의 일정이었다. 고급 오트밀 한 봉지, 평균 오트밀 2봉지, 그리고 좀 별로인 scramble egg skillet 한 봉지를 놓고 네 사람이 가위바위보를 했다. 내가 일등을 해서 고급 오트밀 한봉지를 먹고 먼저 출발했다. 반드시 dusy basin까지 가서 야영을 해야만 토요일에 일정대로 마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에 마음이 급했다. 혼자 걷는데 저 멀리 meadow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에 무지개송어가 펄쩍 뛰고 멀리서 보아도 .. 2023. 8. 5.
따로 또 같이 이번 여정의 일행은 모두 4명이었지만 나는 거의 혼자 걸은 것이나 다름없다. 세 사람은 상대적으로 나보다 체력이나 속도가 좋은 사람들로 입증된 이들이라 나로 인하여 전체일정이 늦어지면 안되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주로 패스 정상에 오른 때, 저녁과 아침을 먹을 때 함께 했다. 점심도 에너지바등으로 때운 날이 반정도 된다. 좀더 많이 대화도 하고 같이 사진도 찍고 그랬으면 좋았으련만 모든 것을 누릴 수 없다면 꼭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다행히 나로 인하여 일정이 늦어지지는 않았다. 김 목수는 작년에, 토니 목사는 평소에, **형제는 오가는 길에 나눈 찐한 대화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Mather pass 정상에서...) 2023. 8. 5.
곰통 - 공개적인 음모론? 이전의 경험들을 돌아보면 결국 배낭의 무게가 중요하다. 그래서 누구와 함께 가느냐를 고민했는데 이미 검증된, 체력이 뛰어난, 나보다 한 살이라도 어린 사람들과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럼 아무래도 내가 져야 할 배낭의 무게가 줄어들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대부분은 개인짐들이고 결국 줄일 수 있는 것은 곰통(bear canister)이다. JMT 구간은 곰이 출몰하는 지역이라 모든 음식, 향기/냄새나는 물건들은 이 곰통안에 넣어야 한다. 드라이 푸드로만 넣어도 곰통 자체의 무게가 5파운드 이상 나간다. 곰통을 안져도 된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혜택이다. ^^ 네 사람의 음식을 곰통 3개에(큰 사이즈) 넣으면 충분하겠다는 감이 왔다. 가기전부터 나의 이 음모론을 공개적으로 동행들과 나누었다. 다만 하루를 .. 2023. 8. 5.
JMT, 드디어 마쳤다! 2022 [존 뮤어 트레일 - 걷는 자들의 꿈+사서 고생+*고생] 25-6년전쯤에 우연히 REI에서 보았던, 당시에는 이름도 생소했던 존 뮤어 트레일. 공식적인 코스인 220마일에 추가로 92.5마일을 더해 총 312.5마일(502킬로미터)을 몇 년에 걸쳐 걸었다. 3천 5-6백미터의 고개를 7개, 4천미터급도 하나를 넘었다. 이번 주에 걸은 것만 64마일(102킬로)이고 들고나는 고개를 포함해 자그마치 5개의 3500미터급을 오르고 내렸다. 그리고 어제로 마쳤다. 존 뮤어 트레일은 나에게는 좌절, 기쁨, 실망, 피로, 아픔, 환희.. 모든 것을 경험케 했다. 살아가는 것을 걷기에 비교한다면 둘 다 한 번쯤은 그래도 걸어볼 만한 길이다. 이제는 땀에 절은 배낭을 벗고 텐트를 정리하며 한 챕터를 접는다. 모든 것이.. 2023. 8. 5.
2021 JMT #4 오늘은 JMT를 벗어나 비숍 패스를 넘어야 하는 날이다. 가는 길 어디에서인가 야영을 하면 내일 오전이면 끝난다. JJ&HY 부부가 데리러 오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사슴가족이 가까이 다가온다. 왠지 기분좋게 시작하는 하루다. 2마일을 내려와 Le conte junction에서 비숍을 오른다. dusy basin에 도착하니 2시 무렵이라 점심을 해먹고 다시 오르는데 길이 힘들다. 저녁 5시에 비숍패스 정상에 도착했는데 이런 전화기 신호가 잡혀서 아내와 잠시 통화를 하고 길을 재촉하여 비숍 호수까지 가서 텐트치려하는데 바람은 심하게 불고 이미 적당한 자리는 사람들이 있다. 패스정상에서 주차장까지가 6마일이라 내친김에 내려가자고 하니 김목사님도 오케이! 내려오다 보니 날은 저물고 헤드램프를 켜고 가는데 .. 2021.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