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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히 사는 이야기

밥상

by yosehiker 2023. 9. 10.

내가 섬기는 교회는 목회자 부부인 우리가 가장 나이가 많다. 교회의 어른 장로님이나 권사님이 계시지 않는다. 기도해 주시고 지혜를 나눠 주시며 묵묵히 섬겨 주시는 어른들이 계시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하지만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야 하니 고집부리거나 무리할 일은 아니다. 

잠시 들른 교우의 집에 장로님과 권사님이 와 계신다. 차를 나누며 교회, 신학, 노년, 자녀들... 온갖 이야기를 나누니 시간이 훌쩍이다. 다른 약속이 있어 일어서는데 혼자 있다고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권사님의 손길이 정성스럽고 감사하다. 

저녁에는 또다른 가정을 방문했다. 늘 미국에 오시면 따로 시간을 내서 만나뵐 만큼 가까운 권사님이신데 자매의 어머님이시다. 분란을 겪는 한국의 모교회 이야기, 미국교회에서 목회하는 큰 사위 이야기, 건강, 자녀들.. 목사님 드린다고 사위와 딸에게 먹지 말라고 했다는 깻잎절임과 고사리, 소꼬리찜에 토장으로 끓이신 국까지.. 성찬을 먹었는데 그만큼 또 싸준다. 

주말점심은 인디언이다. 동네의 유명 인디언 음식점 음식과 손수 준비한 요거트/비트 샐러드와 후식까지.. 세상의 이곳 저곳 이야기들, 집을 찾아온 고양이와 그 새끼 이야기, 우연찮게 나온 영화감독 왕가위와 그의 영화들 이야기. 

예전에는 밥상머리에서 조용히 밥만 먹으라 했지만 이제 그런 세상은 지났다. 오히려 이렇게 밥상머리에 앉아 나누는 인생과 일상의 이야기가 우리들을 엮어주고 또 서로를 이해하고 기도하게 된다. 이틀의 밥상들이 오래 기억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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