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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 교회 이야기

이토록 좋은 사람들

by yosehiker 2025. 4. 29.

올해 부활절은 작년보다 늦어서 4월 20일이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부활절 예배가 끝나고 공원으로 가서 피크닉을 합니다. 그전에는 운동회같은 것은 많이 하지 않았는데 팬데믹을 지나며 모이고 몸을 쓰는 걸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계란을 줍는 에그헌팅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북가주는 4월이라도 추운데 올해 부활절은 더할나위없이 날씨가 좋았습니다. 이웃교회에서 빌려온 줄다리기 줄로 피크닉과 운동회를 마무리하는게 이제는 일종의 전통이 되어 갑니다. 교회 개척 멤버이기도 하고 정말 교회를 위해서 많이 헌신한 가족이 잠시 마지막 예배를 드렸습니다. '마지막'이란 건 교회를 떠나기 때문이고 '잠시'라는 건 몇 년동안 떠나있기 때문입니다. 모두에게 몇 년후에 다시 보자고 인사하는 그 가족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한 주가 지나니 날씨가 춥습니다. 예배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잠깐 커피를 마시는데 한 형제가 아내의 건강을 묻고나서 '목사님은 괜찮으세요?'하며 나의 형편을 챙겨주는데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한걸 겨우 참았습니다. 아내의 치료약이 잘 듣지 않아서 다른 약으로 바꾸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인가 봅니다. 예배를 마치고 겨자씨라고 하는 소그룹의 인도자들이 모여 함께 말씀나누고 기도하고 교회의 형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인도자 중의 한 자매가 '목사님, 사모님 상황을 나누고 기도하는것이 교인들에게 부담될까봐 주저하지 마시고 같이 더 간절히 기도해요'라고 하는데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의 마음이 전달되어 더 할 나위없이 감사했습니다. 

'암만큼이나 누구를 막론하고 사람을 겸손하게 하는 건 많이 없을거야'라고 아내가 말합니다. 그만큼 암투병은 힘들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토록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느끼는 감사한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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