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427

언제 다시 볼런지 JMT와 다른 코스로 갈라지는 junction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싸인판. 얼굴은 존 뮤어이다. 이제 20초만 걸으면 배낭을 내려놓고 완주를 마치려는 순간 들꽃이 활짝 피어 마치 나의 완주를 축하해주는 듯 하여 행복했다. 2023. 8. 6.
순간들 Road End's junction에 있던 다리. 아침에 혼자 건너는데 얼마나 흔들리던지.. 왜 한번에 한 사람인지 확실하게 각인시켜 준 곳. 혼자 맞이하는 계곡길, 개울을 건너며 만난 들꽃, 그리고 물이 떨어져 혼자 정수하고 있는데 조용히 나타나 풀을 뜯던 사슴들. 맑고 그윽한 사슴눈망울이란 것을 서로 지긋이 바라보며 확인하던 시간들. 얼핏 스쳐지나갈 순간들을 "와, 무섭다. 이럴 줄 몰랐어... 너무 좋구나, 아름다워... 너는 풀을 먹고 나는 물을 정수하고 있어"라고 혼잣말을 하며 되뇌일 때 그것이 나의 기억속에 오래 남는 경험들을 JMT에서 하곤 한다. 2023. 8. 6.
아름답고 즐거운 순간 패스 정상에 오른 김목수가 주섬주섬 뭘 찾는다. 하이킹 바지를 찾는데 보이지 않는단다. 아무래도 저아래에서 고소로 누워 있을때 말리려고 벗어놓은 바지가 날아가 모양이란다. 그러더니 한국의 재래시장에서 산 듯한 소위 몸빼바지를 입고(잠옷이란다) 갑자기 작살낚시에 대하여 신이 나서 얘기를 시작한다. 아는 이들은 알지만 김 목수는 정말로 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3600미터의 산 정상에서 쏟아놓는 작살낚시와 활어회, 매운탕, K-bbq까지... 작가 김훈은[라면을 끓이며]에서 "맛은 우리가 그것을 입안에서 누리고 있을 때만 유효한 현실이다"라고 했지만 비록 지금 입안에 없어도 그것을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는 이런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어서 걸을 수 있고 배낭을 멜 수 있었다. 2023. 8. 6.
연약함 Pinchot pass를 넘어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했다. 기도를 하는데 자연스레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또 그럼에도 이 자리까지 안전하게 도우신 하나님의 은혜와 돌보심을 찬양하였다. Pinchot pass의 반대편에서 여기까지 오는 하루가 힘들었다. 계속 고도를 올려야 했고 고소가 지속되었다. **형제가 먼저 고개가 보이는 지점에 도착하더니 나보고 여기서 기다리라 했는데 그 말마저 헷갈려서 더 지나쳤다가 돌아올 만큼 기운이 빠졌다. 그나마 **형제가 출발하기전에 나와 토니 목사의 텐트를 져주겠다고 하는 바람에 그는 자그마치 텐트 3개를 지고오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던 중이었다.(모냥새빠지는 일이지만 자그마치 텐트를 져준다니 왠 횡재인가!) 아무런 의욕없이 쉬고 있는데 저멀리서 3사람이 보인다. 이런... 2023.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