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421)
2019, 맘대로 되지 않았다. 호기롭게 차를 몰고 떠났고 무거웠지만 흥분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의외로 고산증이 찾아왔고 생각보다 등짐의 무게는 무거웠다. 겨우 고개를 넘어 끙끙대며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그 와중에도 이 길을 계속가야 하나, 돌아가야 하나를 고민했고 시간에 쫓기니 무리하지 말자는 지혜라 이름붙인 결정을 하고 돌아왔다. 두번째는 어찌될줄 알았으나 이번에는 롸이드가 발목을 잡았다. 아무래도 계산이 나오지 않고 그러니 또다시 시간과 거리의 족쇄에 묶이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막상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인생을 결과론적으로 살 수는 없지만 오히려 덕분에 몇몇 일들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고 또다른 기대를 갖는 일들도 계획하게 되었다. 언제일지 알 수 없으나 노력했으나 꺾인 것처럼 기대치 않았으나 마칠..
[종교없는 삶] 종교없이 살아가는 진짜 무신론자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읽었는데 별거 없다. 어떤 전제를 정해놓고 거기에 맞추어 자신의 논거를 펼친다는 느낌이 책을 읽는내내 들었고 소위 이야기하는(여기서는 결국 기독교인데..) 종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주장들이 많아 보였다. 어느 것이나 그렇지만 설익은 것을 내놓은 것은 위험하다.
[랩 걸] 앉아서 열심히 읽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 저자에게 독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무의식중에서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순수과학을 하는 이들은 이렇게 연구하고 사는구나를 알았다. 나무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그녀가 나무와 소통하고 있구나하는 결론에 이르게 했다. 한가지 이야기를 계속하면 그 이야기 자체가 된다는 영화, "빅 피쉬"의 팀 버튼 감독의 말이 생각난다. 호프 자런은 나무가 되어 가는것 같다. 그래서 빌은 어떻게 되었을까? 여전히 그들은 같이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삶의 동지와 친구를 지닌 서로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확신의 죄] 그렇다. 2천년대 중반 '피터 엔즈 논쟁'으로 유명했던 그 피터 엔즈의 책이다. 누구보다도 명료한 지식과 논리, 확신위에 서서 가르쳐야 하는 신학교의 교수가 확신에 집착하는 신앙이 아니라 정말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신비로운 여정으로서의 신앙에 대하여 말하는 책이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그 신뢰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울타리를 친 것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임을 알려주는 책이다.
[교회너머의 교회] '선교적 교회운동'의 중요한 리더가운데 하나인 알렌 록스버러의 책이다. 누가복음 10:1~12을 중심으로 이웃가운데로 들어가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동참하라는 선교적 교회운동의 중요 과제를 다시 제시한다. 그점은 다른 선교적 교회 운동의 책들과 별 다른 점이 없지만 이 책은 한 지역교회가 그 과정을 어떻게 통과해야하는가를 꼼꼼히/실제적으로 다룬다. 경청-분별-실험-성찰-결정으로 이어지는 5단계가 그 과정들이다. 그래서 이 책은 선교적 교회 운동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목회적 리더쉽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오랜동안 현장에 몸담은 목회자요, 리더만이 제시할 수 있는 통찰들이 담겨있는 책이다. 선교적 교회운동을 어떻게 교회(특히나 작은 교회)속에서 적용하고 실천해야하는가에 대한 큰 원칙들을 알기 원하는 ..
[연필로 쓰기] 몇 권의 책을 옆에 두고 병렬식으로 읽다보니 어떤때는 책을 끝나는 날들이 비슷하다. 그래서 책 포스팅만 한다. 김훈을 읽으면 난 언제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떠오른다. 한 사람은 영화로, 다른 사람은 글로 자신의 생각을 묵직하며 섬세하게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읽은 [연필로 쓰기]가 김훈 선생의 글들가운데 가장 좋았다. 그 말대로 '정신이 흐리멍덩해지고 평안해지니' 나온 글들이다. 느리게, 그러나 진중하고 부드럽게 살아야 겠다는 결심을 확인하는 글이다. 50이 넘은 이들이 읽어라. 그전에는 아직 이르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라르쉬 공동체의 장 바니에와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라르쉬 공동체를 경험하고 바라본 것을 자신의 시각에서 써내려간 이야기다. 경험과 이야기는(바니에), 사회와 구조와 이론의 탄탄한 논리로(하우어워스) 뒷바침되며 이 책이 작지만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를 보여준다. 경청과 존재와 온유함과 사랑과 우정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이 광기와 같은 시대에 정말로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실제로 어떤 정치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관해 잔잔하지만 강력한 조언을 들려준다.
[황석영의 맛과 추억] 남에게 나눠주지 않고 내가 다 먹고 싶었는데 부득이하게 혼자 다 먹을 수 없었던, 그래서 마음이 쓰라렸던 기억이 있을까? 아마 가만히 앉아 곰곰히 돌아보면 분명 그런 장면쯤 하나 있을 것이다. 어떤 책들도 그렇다. 이런저런 연유로 남에게 주었는데 '아, 그건 주지 말고 갖고 있어야 했어'라는 후회가 드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황석영이 누군가? 여전히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라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아니 그런 비교자체가 무의미한 이야기꾼이 아닌가? 요즘은 무얼 하시는지 모르지만 간간히 나오는 인터뷰 기사로 만날때마다 반가운 분이다. 누군가에게 오래전에 주었던 그 책을 다시 중고서점에서 발견하고 구입해서 조금씩 읽었다. 그때 읽던 나와 지금 읽는 나는 다른데 특히나 마지막 부분이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