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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군대를 제대한 1991년은 여행 자유화가 시작된 1989년으로부터 이제 겨우 2년이 지난 때였다. 먹고 살만해지기 시작한 때이기도 해서 참 많이들 배낭여행을 떠났다. 그때 많은 대학생들이 그렇듯이 나도 간절하게 유럽으로 가고 싶었지만 가능한 시기는 겨울이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남 아시아로 한달동안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그전까지는 제주도도 한번 가본적이 없으니 비행기도 처음이었는데 첫 비행기를 타고 내린 곳은 홍콩, 그곳에서 커다란 배낭을 메고 한밤중에 찾아갔던 침사추이 15층의 호스텔을 잊지 못한다. 중학교때 어느 화보집에서 보고 '세상에는 이런 곳도 있구나' 싶었던 발리를 비롯해서 태국의 이곳 저곳(요즘 한달 살기로 유명한 치앙마이도 그때 갔었다), 그리고 구정이 겹쳐서 가는 바람에 다녀왔다고 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일본의 경영 컨설턴트가 쓴 책이다. 그의 직업을 먼저 밝히는 이유는 책에 대한 아쉬움의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철학적 개념들을 나름 잘 설명했는데 그것이 너무 경영적인 현장에 많이 접목되었다. 그렇지만 않았다면(예를 들어 4장)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념을 이해하는데 좋은 책이고 적용해서 생각할 것이 많다. 그렇게 보니 책 표지의 철학이라는 단어와 무기라는 단어가 보라색으로 표현되었는지 알겠다. 좀더 넓은 삶의 영역으로 그 적용이 확장되었더라면 무기가 아니라 지혜 혹은 길잡이가 되었을 것이다.
[마침내 시인이 온다]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의 설교에 대한 책이다. 설교와 복음의 공공성의 관계를 가장 잘 다룬 책이고 그것을 전달하는 설교자, 혹은 설교단의 역할을 시인으로 규정함으로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상상력을 요구하는 끊임없는 사색과 감수성의 필요를 촉구한다. 설교에 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밑줄과 더불어 설교의 본문들과 상상력을 자극하니 참 좋은 책이라는 표현이 모자라게 느껴진다. 특히나 저항과 포기를 다루는 마지막 부분은 압권이다.
[물총새에 불이 붙듯] 유진 피터슨 목사님의 마지막 책이자 설교집이다. 그 사이에 목사님은 돌아가셨고 나는 이 설교집 읽기를 끝마쳤다. 유진 피터슨이 알렉산더 화이트의 설교집을 20년동안 매 주일 아침마다 읽은 것처럼 주일 밤에 그분의 설교를 한편씩 읽으며 주일을 마감했다. 아마도 다시 그분의 책들로 돌아갈 것이다. 목회가 무엇일까 궁금증이 들때마다 그 분의 책들속에서 답을 찾으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아내가 저자이신 김용규 선생의 [신: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이야기]를 먼저 읽고 있다. 대충보아도 700페이지는 되는듯하니 끝내려면 좀 기다려야 한다. 호평을 받고 있는 저자의 얇은 책을 먼저 집어 들었다. 근래(대략 10년)들어 가장 뛰어나 소책자(110페이지이니 그렇다고 해 두자)인데 내용은 묵직하고 크고 넓은 그림을 보게 해준다. 아주 강하게 추천한다.
[유배된 교회] 더 이상 콘스탄티누스적인 기독교 사회/국가가 아님을 인지한 전제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것을 유배라고 표현한다. 그 유배의 상황에서 교회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구약의 책들, 신약의 베드로전서를 통해서 풀어나간다. 특히나 베드로전서를 주목하여 보라고 말한다. 유배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모든 태도의 기본이 성육신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새로운 것은 아니라 자주 잊는 개념이고 실천이다. 결국 유배라는 큰 틀속에서 사랑(성육신), 일상, 종말(이 부분은 좀 약하다)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이명수란 이름은 잘 모른다. 하지만 정혜신 선생의 남편이라면 '아, 그렇구나' 한다. 정혜신 선생은 모든 책에서 남편 이명수 선생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그가 아니면 이 책이 없었을 것이라는 고마움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부부, 또 그 부부의 헌신이 마음아픈 많은 이들을 위로해서 참 다행이다. 이명수 선생이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게하고자 엮은 시집이다. 간단한 해설도 곁들였다. 이명수 선생에게, 시인들에게 고맙다.
파친코 이민진이라고 하는 재미 작가가 쓴 책인데 교우들이 소개해 주어 미시간을 다녀오는 비행기안에서 읽었다. 1900년대 초반부터 1989년까지를 살았던(주로 일본) 재일 교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국에서는 national book award 파이날 리스트까지 올라간 아주 호평받은 책이고 그래서 곧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라면 부분적으로 아는 내용들이 많아서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나? 김영하의 '검은 꽃'을 흥미롭게 읽었다면 더 재미있을거라 해서 손에 잡았는데 스토리에 비해 문장 하나하나의 표현력은 바로 전에 김영하나, 김애란을 읽어서인지 좀 약하다 싶었다. 그러나 스토리는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할만큼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