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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T(존 뮤어 트레일)

2017 2차 JMT 2nd day(Little Italy junction~MTR)

지난 밤 자정 즈음에 비가 그쳤다. 아침이 되니 전날은 눈에 들어오지 않던 캠프 싸이트의 아름다움이 새삼스럽다. 고집사님이 가져오신 포터블 에스프레소 기계로 우아하게 한 잔 마시고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NOBO로 올라오는 하이커를 만났는데 자기 혼자 어젯밤에 셀든 패스를 8:30경에 넘는데 천둥번개, 비바람에 무서워 죽는줄 알았다고.. ㅠㅠ


잔잔한 메도우를 거쳐 지난 여름 악명높았던 bear creek에 도달하니 아직도 물살이 꽤 세다. 셀든 패스 아래의 Marie lake에 도착해서 점심을 해 먹고 밤새 젖은 침낭과 텐트를 말렸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런 곳에서 하룻밤 더 묵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고개에 비하여 seldon pass의 정상은 보잘 것(?) 없다. ㅎㅎ 바람도 강해서 잠시 머물며 사진을 찍고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내려가야 하는 길이 7마일가량이고 뮤어랜치까지는 약 3000피트 하강이다. 심장모양으로 생겼다는 하트 호수를 지나고 salie keyes lake까지는 거의 고도 변화가 없는 편이다. 나머지를 얼마나 급하게 내려가려는지 걱정이 된다.


salie keyes lake에서 아이오아에서 오셨다는 동년배의 백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기에서 여기오기가 얼마나 힘들고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인지를 들으며 그나마 차로 가까이 닿을 수 있는 동네에 사는 것을 감사했다.

오후에 다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JMT와 뮤어랜치로 나눠지는 길목에 도착했다. 잠시 고집사님을 기다려 다시 출발했다. 고집사님은 오르막에는 강한데 내리막길에는 약한 편이다. 저번 휫트니에서도 내려오는 길을 힘들어 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내려오다 보니 뮤어랜치와 플로랜스 호수로 가는 두번째 갈림길이다. 당연히 뮤어랜치로 오시겠지하며 먼저 뮤어랜치에 도착했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없고 이미 랜치도 닫혔다. 잠시 서성이자니 한 사람이 나와 재보급때문에 왔냐고 해서 아니라고 대답하고 물을 좀 얻을 수 있냐고 부탁해서 물통을 채우고 다시 갈림길로 올라서려는데 고집사님이 내려온다. 고집사님을 만나 물가쪽으로 가니 그곳에 이미 하이커들이 북적거린다.


뮤어랜치에서 아무도 없어 쓸쓸했던 마음이 다시 좋은 기분으로 채워지는 느낌이다. 역시 사람은 부대끼면서 살아야 한다. ㅋㅋㅋ 캠프 자리가 없어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 60대후반/70대 초반의 백인 노부부에게 양해를 구하니 기분좋게 예스한다. 두분이 저녁식사 중인데 JMT 전구간을 하고 있는 중이란다.

지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천둥번개와 더불어 우박/비가 쏟아진다. 정말로 번개의 속도로 텐트를 치고 들어가 우박이 그치기를 기다리니 잠이 솔솔온다. 오늘도 어제처럼 저녁을 건너뛰고 자기로 한다. 내일 아침 5시에 일어나 길을 나서기로 고집사님과 결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총 12마일 가량을 걸었는데 약간 물집도 잡히고 하여튼 쉽지 않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