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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T(존 뮤어 트레일)

2017 2차 JMT 3rd day(MTR~Florence Lake)

오늘은 플로렌스 호수로 나가 우리를 픽업하러 온 JJ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1시까지 플로렌스 호수 건너편에 온다고 했기에 새벽 5시에 일어났다. 텐트를 정리하고 남은 음식으로 아침을 먹자는 계획이었는데 너무 깜깜하고 주변에 민폐가 될까 싶어 그냥 출발해서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아침을 먹자고 했다. 어두운 강가에서 물을 채우고 출발하는데 무릎이 아픈 고집사님이 걱정이다.


어제 뮤어랜치와 플로렌스 레이크 갈림길에서 표지판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플로렌스 레이크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가 아니다 싶어 돌아나오다 발를 삐끗했단다. 오늘 아침에 보니 트레일도 무난하고 다리를 삘 곳이 아닌데 사람이 마음이 급하면 그리되나 보다 싶다.

원래는 뮤어랜치에서 플로렌스 레이크까지 약 4.7마일만 걸으면 거기서 페리를 타고 호수를 건너면 되는데 약 3주전에 에디슨 전기회사에서 보수공사로 호수의 물을 다 빼는 바람에 추가로 4.5마일을 걸어야 하는 바람에 아침 일찍 길을 나서게 되었다.


그나마 고집사님이 걸을만하여 속도를 내다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하셔서 내가 먼저 앞서 가는데 잠시 쉬면서 물도 마시고 간식도 먹은데 오시지 않는다. 10-15분이면 충분하다 싶은데 이상한 생각이 들어 소리질러봐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ㅠㅠ

배낭을 벗어 놓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불러보는데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약 30분을 빈 몸으로 거슬러 올라가 거의 헤어진 지점까지 갔는데도 만날 수 없어 다시 배낭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배낭을 메고 일단 가자는 심정으로 걷다보니 금방 플로렌스 레이크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표지판앞에 지도로 이쪽으로 간다는 표지를 만들고 나라도 먼저 exit을 해야 기다리는 사람과 만나 상의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점점 물을 떨어져 가고 사람은 만날 수도 없고 참 어려운 상황이다. 정말로 물을 아껴마시며 겨우겨우 걷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오던 여자 중국 하이커가 나에게 "Koh가 네 친구냐고.. 이미 도착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준다. 아, 얼마나 마음이 놓이던지..

마지막 1마일 가량을 걸으니 플로렌스 레이크 주차장에 도착했다. 고집사님은 어떻게 길에서 벗어났는지 모르지만 이미 도착했는데 그것도 말라버린 호수를 가로질러 왔다니 대단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런 에피소드로 채워지는 JMT 를 뭐라 설명해야 할지.. ㅎㅎㅎ

기다려준 JJ와 버밀리온으로 가서 맛있는 햄버거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끝나버렸다. 어쩔 수 없이 차를 픽업해서 거의 shaver lake까지 와서 함께 기억에 남을만한 늦은 햄버거 점심을 먹고 고집사님과 헤어져 산호세 집에 도착하니 9시다.

늘 그렇지만 여러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JMT가 쉽지 않는데 올해는 더더군다나 여러분들의 은혜를 입었다. 갚을 날이 있겠지.. ^^